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79)-킹메이커 김종인

2020-09-11     강신업
강신업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3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선주자가 당내에서 나타날 것”이라는 말을 했다. 그런데 이 말이 미묘한 울림을 낳았다. 당을 대표하는 인사가 자당의 대선 후보가 당내에서 나올 것이라고 한 말이 이례적으로 이목을 끈 것이다. 당내 대선주자가 뚜렷이 드러나지 않고 있는 시점에서 김종인이 당내 대선주자를 언급한 것 자체가 나름 자신감의 발로이자 전략적 포석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각종 대선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소속 잠룡들은 지지율 순위 상단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민의힘에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 그리고 현직인 원희룡 제주도지사 정도가 직, 간접적으로 대권도전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위 인사들은 모두 지지율 면에서 대권주자라고 하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게다가 유승민과 오세훈은 이미 흘러간 물에 가깝고, 현직 제주지사인 원희룡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는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낮다.

반면 당 밖의 안철수나 홍준표 등은 여전히 만만치 않은 지지율로 야권의 잠룡주자에 올라 있고, 심지어 정치권 밖의 인사인 윤석열도 계속해서 야권의 대선 주자로 오르내린다.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는 김종인의 ‘당내 대선주자’ 언급은 그래서 이목을 끈다. 김종인은 “자연발생적으로 당내에서 대통령 후보가 나올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라고 했는데, 특히 여기서 ‘자연발생적으로’라는 말은 현재는 대권 주자 반열에 올라 있지 않은 당내 인사가 대권 주자로 성장할 수도 있고, 지금은 당내 인사가 아니더라도 앞으로 당내로 들어와 경쟁하는 가운데 대권주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김종인의 말을 염두에 두고 앞으로 국민의힘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선주자가 있다면 김세연 전 의원이다. 그는 자유한국당을 해체돼야 할 ‘좀비정당’으로 규정하고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는데, 이것은 이미지 변신과 강화를 통해 대선주자로 올라서려는 전략적 후퇴일 가능성이 높다. 김세연이 최근 서울시장 또는 부산시장 보선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대선으로 직행하겠다는 일단의 의중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물론 앞으로 김종인의 대선주자 후보군은 새로운 인물군으로 계속 확장될 것이다. 매우 의외의 인물이 대선주자 후보군으로 깜짝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종인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당 외에 있는 인물이라도 국민의힘에 관심이 있다면 들어와서 경쟁하면 된다, 그러면 서울·부산시장이든 대선이든 경쟁력 있는 후보가 나올 수 있다”는 말을 덧붙였는데, 이는 특정인을 염두에 둔 것이라기보다는 국민의힘 안에 빅 텐트를 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으로, 자신은 공정한 게임을 통해 대선 주자가 나올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말로 해석된다.

김종인이 자기 자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일각의 시선이 있다. 팔순을 앞둔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이 승리하면 자연스레 김종인의 출마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김종인은 적어도 시비와 진퇴를 아는 선비다. 그도 왜 꿈틀대는 욕망이 없겠는가. 그러나 사적 욕망과 공적 대의를 구분할 줄 아는 이가 선비라면, 우리 시대에 얼마 남지 않은 선비가 김종인이라 할 것인데, 그런 그가 큰길 놔두고 오솔길을 갈 리 없을 것이다.

김종인은 어떡해서든 국민의 힘이 집권하는 방책을 찾으려 할 것이다. 김종인은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는 문재인과 같은 지도자가 다시는 나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그는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는, 그리고 대통령으로 적합한 인물을 발굴하고 키우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킹메이커도 그렇게 호락호락 차지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다. 현재로서 국민의힘에서 누가 대선후보가 될지는 정말 오리무중이고, 그러다 보니 김무성 등 자천타천으로 킹메이커 역할을 하겠다고 나서는 인사들도 여럿 있다. 킹뿐만 아니라 킹메이커를 두고도 일대 각축전이 벌어질 수 있는 형국이다. 2022년 대선은 그래서 누가 킹이 되느냐 못지않게 누가 성공한 킹메이커가 되느냐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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