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무부, 변호사시험 오탈자 문제 결자해지 나서야

2020-08-13     법률저널

현행 로스쿨 제도에는 적지 않은 현안들이 놓여 있다. 로스쿨 도입 10년이 넘은 상황에서 해결해야 하는 많은 과제 중 오탈자(五脫者) 문제는 이제 ‘결자해지’가 필요하다. ‘오탈제(五脫制)’는 사법시험의 폐단 중 하나로 지적됐던 소위 ‘고시낭인’의 발생을 방지하고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취지에 맞춰 교육 효과가 유지될 수 있는 기간 내로 변호사시험의 응시기간과 응시횟수를 제한하는 제도다. 변호사시험법의 제정 당시에는 장기간의 시험 준비로 인한 국가적인 인력 낭비가 문제됐던 사법시험의 폐해를 극복하고 교육을 통하여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법전원의 도입 취지를 살리려는 입법목적은 국민적 공감을 얻었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오탈제 조항이 국민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하여 합헌 판단을 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16. 9. 29. 2016헌마47 결정 등).

그러나 최근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로스쿨 도입 당시 예측한 수치보다 낮게 형성되면서 다수의 탈락자가 누적적으로 발생하면서 오탈자 문제가 두드러졌다. 현재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는 입학정원 대비 75% 수준의 방식이 유지되면서 변호사시험이 도입 취지와 달리 자격시험이 아닌 정원제 선발시험과 같이 운영되고 있는 점, 과거 사법시험의 응시횟수 4회 제한에 대해 헌법재판소와 법무부, 국회가 위헌이라고 본 점, 로스쿨과 유사하게 학력제한이 있는 의사와 약사시험뿐 아니라 어떤 시험도 5년간 5회 응시기간 제한이 없다는 점, 임용의 성격이 강한 사법시험과는 달리 변호사시험은 자격증 취득에 불과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오탈자나 졸업을 못 하고 학교에 묶여 있는 장기 재적생들을 위해 이제 적극 해결에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

5년이라는 기간은 직업선택의 시기를 극도로 제한하고 로스쿨을 졸업한 나이를 기준으로 5년간 응시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사실상 변호사 자격 취득에 연령제한을 하는 셈이다. 현재 2명 중 1명만 합격하는 상황에서 5회의 응시횟수 제한은 가혹하다. 특히 현행 응시제한 규정이 입대를 제외하고는 예외를 허용하지 않고 있어 가난이나 투병, 임신 등의 사유로 부득이하게 변호사시험 응시할 수 없는 경우를 전혀 배려하지 못하는 위헌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수험생활을 오래 하는 것을 인력 낭비로 바라보는 것도 문제다. 자기 인생은 자기 책임으로 자기가 결정하는 것이지 국가의 인력관리 대상으로 취급하는 것은 과도한 차별이고 평등권 침해다. 대한민국 수많은 시험 중 굳이 ‘법조인’에 도전하는 이들에게만 오탈제로 제한할 합목적적인 이유는 없다.

현재 오탈자가 1천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임계점에 다다랐다. 앞으로 오탈자는 더 늘어날 수 있어 다각도로 해결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변호사시험 응시 제한 규정이 또다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게 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근 변호사시험법 제7조가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행복추구권, 평등권, 생명권, 건강권 등을 보장하는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이제 헌재는 절망의 벼랑 끝에 서 있는 사회적 약자인 오탈자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전향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 최근 미래통합당 윤영석 의원은 ‘오탈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변호사시험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고무적이다. 이중 삼중의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오탈자들을 위해 하루속히 입법적인 해결책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오탈제가 야기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변호사시험법 제7조를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 동시에 오탈제로 인해 응시기회를 상실한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소급적용하는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 국가는 로스쿨의 설립 취지에 따라 합리적 수준을 갖췄다고 인정되는 로스쿨 졸업생에게 시험에 응시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마땅하다. 꿈에 도전할 기회를 국가가 나서서 제한할 일은 결코 아니다. 따라서 시험을 주관하는 법무부나 관련 기관들은 오탈자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법무부에 결자해지 노력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