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법절차, ‘종이기록’에서 ‘전자문서’로 패러다임 바뀐다

2020-08-13     안혜성 기자

‘형사사법절차 전자문서 이용 법률’ 입법예고
신속한 사건 처리·피의자 방어권 보장 등 기대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형사사법절차에서의 모든 문서 관리가 종이기록에서 전자문서로 변경된다.

법무부는 형사사법절차를 완전 전자화하기 위해 ‘형사사법절차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마련해 13일 입법예고했다.

시·공간적 한계로 절차가 지연되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종이기록 대신 형사사법절차를 전자화함으로써 신속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형사소송을 제외한 다른 소송절차는 지난 2011년부터 순차적으로 전자소송이 도입됐고 행정소송은 99.9%, 민사소송은 77.2%가 전자소송으로 진행될 정도로 정착된 상태다.

전자소송에 대한 경험이 누적됨에 따라 이용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행정소송의 경우 100%에 가까운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형사소송절차는 여전히 종이문서를 기반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음주, 무면허사건 및 공소권 없는 교통사고 사건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전자적 처리가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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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법절차에서만 전자소송이 지연된 이유에 대해 법무부는 “형사사법기관 사이의 논의가 부족했고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으며 전자화를 지원할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종이기록으로 소송절차가 진행되는 경우 서류 및 증거자료 제출과 조사, 증거기록 열람 및 등사 등 대부분의 업무를 처리하려면 기관을 방문해야 해서 사건관계인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빈번하게 기관에 출석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이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기소 이후 피고인은 증거를 복사해야 하는데 철끈으로 묶인 종이기록을 한 장씩 넘겨가며 복사기로 복사하는 데 상당한 불편과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대형사건으로 기록이 수십 만 쪽에 이르는 경우 기록을 복사하는 데만 수 주일이 소요되고 복사비용이 수천만 원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이 외에도 한 사람이 기록을 검토 중일 때 다른 사람은 동시에 기록을 검토할 수 없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 전체를 복사해야 하고 키워드 검색을 할 수 없어 신속하고 효율적인 검토도 어렵다.

사건 배당, 결재 등의 과정에서 다량의 종이기록의 이동이 필요하고, 확정된 기록을 보존하기 위해 대규모 창고를 필요로 하는 등 사건의 진행은 물론 처리 후에도 비효율이 발생한다.

또 종이기록은 사건 송치·이송, 영장 신청·청구, 상급심 송부 등 물리적으로 기관간 또는 지역간 이동이 필요하고 송달·통지에도 시간이 필요해 신속한 사건 처리를 저해하는 문제점이 있다.

제정법이 시행되면 형사사법절차에서 문서의 작성과 제출, 관리, 유통이 완전 전자화됨으로써 종이기록 사용으로 인한 문제점들이 해소될 전망이다.

사건관계인은 전자적으로 사건기록을 열람, 출력하고 전자적 방식으로 송달, 통지받을 수 있으며 ‘전자법정’의 구현으로 증거자료의 법정 현출이 쉬워지고 이를 이용한 구두변론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법무부는 “수사부터 재판, 집행에 이르기까지 모든 형사절차가 전자적으로 진행됨으로써 업무의 효율성이 증대되고 보다 신속하게 사건이 처리되며 피의자의 방어권도 충실히 보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법무부는 입법예고 기간 동안 제정법안에 대한 관련 부처 및 변호사 단체, 학계 등의 다양한 목소리와 국민의 의견을 청취한 후 10월 하순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형사사법절차에서 전자문서 등을 작성·유통하기 위해서는 법제도의 정비 외에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에 2024년 완전 개통을 목표로 차세대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구축사업도 함께 추진한다.

차세대 KICS는 원격 화상조사와 음성인식 조서, 챗봇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할 예정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고 내년도 예산 심사 중이다. 예상되는 총 구축비는 2105억 원이다.

법무부는 “차세대 KICS는 전자문서 등을 작성·관리·유통하는 기능을 비롯해 첨단 정보기술 도입으로 대면접촉을 줄여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차세대 KICS 구축사업도 차질 없이 준비해 형사사법절차 전자화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