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결정 유감”

2020-04-24     안혜성 기자

“법률시장 상황·로스쿨 교육 형해화 등 도외시” 비판
‘로스쿨 평가특별위’ 출범해 평가 및 순위 공개 계획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대한변호사협회가 제9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결정에 대한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법무부는 24일 제9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1768명으로 결정, 명단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77명이 증가한 규모로 응시자 대비 합격률도 50.8%에서 53.3%로 소폭 상승했다.

이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는 성명을 내고 “이번 합격자 수는 예년에 비해 4.6% 증가한 수치이자 로스쿨 정원의 88.4%에 해당할 만큼 과도하다”며 “로스쿨의 교육 형해화, 법률시장의 수급 상황, 법조유사직역의 통폐합 미실현 등 현실을 도외시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대한변협은 “로스쿨은 다양한 학문적·사회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에게 전문적인 법률 교육을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이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차원 높은 법률서비스를 쉽게 제공하도록 하고자 도입됐으나 송무 이외의 분야에 대한 교육이 부족할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을 위한 교육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로스쿨 제도의 근본적 개선 없이 변호사시험 합격자 숫자만 늘릴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부담하게 될 뿐만 아니라 변호사들에게도 고통만을 가중시킬 뿐”이라는 것.
 

대한변호사협회가

대한변협은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대한변협이 주관하는 합격자 연수 과정마저 올해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어렵다”며 “정부 예산 및 교육 장소가 확보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과도한 합격자 수 증가는 변호사시험 합격자 연수의 형해와, 파행을 가져올 뿐”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 “국민 여론도 이와 다르지 않다”며 한국법제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를 언급했다. 한국법제연구원이 지난 2019년 로스쿨 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해 국민 4,444명에게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59.5%였으며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은 6.8%에 그쳤다.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응답자의 23.3%는 ‘로스쿨 입학 기준 강화’, 23.1%는 ‘변호사시험 합격 기준 강화’, 16%는 ‘실무 능력 양성’을 개선 사항으로 꼽았다.

대한변협은 “로스쿨 교육의 질을 높이고, 로스쿨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엄정한 외부기관의 평가, 그 평가에 따른 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입학부터 교육, 이후 변호사시험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교육되고 평가되고 있는지 다각도로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대한변협은 각계각층의 인사가 고루 참여하는 로스쿨 평가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켜 내년부터 로스쿨을 평가할 계획이다. 특히 로스쿨 출신 변호사와 재학생도 참여시키는 등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 적절한 평가기준과 절차를 마련할 예정이며, 평가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매년 다양한 항목에 따라 평가를 진행하고 평가된 25개 로스쿨은 수치화해 순위를 공개할 방침이다.

대한변협은 “법무부와 로스쿨도 무조건적으로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증가시키는 데 사활을 걸 것이 아니라 철저한 로스쿨 평가 및 개선이 로스쿨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라는 점을 깨닫고 이에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