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집 중심의 공무원시험 공부법 _ 제22회

2020-03-31     김동률

김동률(아침의 눈)

7급 공무원시험 합격

<아공법 4.0>, <아공법 외전> 저자
 

수능 한국사와 사회탐구영역은 각각 30분 동안 20문항을 푼다. 즉 한 문제당 130초라는 영겁의 시간을 준다. 사고력을 측정한다는 취지다. 반면 공무원시험은 한 문제에 1분의 시간만 주어진다. 1분으로는 사고력을 측정할 수 없다.

수능과 공시의 문제풀이 시간

더군다나 공무원시험은 수능과 달리 한 번에 여러 과목을 테스트한다. 시험 현장에서는 어학과목과 경제학을 제외하고 머리 굴릴 시간이 없다. 통상 한국사와 같은 전략과목은 한 과목당 10(한 문제당 30) 안에 풀어야 한다.

그래야만 어학과목 등에 시간을 대거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무원시험은 사전적으로 익힌 지식을 현장에서 단순 확인하는 차원의 시험일 수밖에 없다.

수능형 문제의 실체

공무원시험에 수능형 문제가 출제된다는 얘기는 이미 10년 전부터 나왔다. 실제 출제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수능형 문제는 우리의 선입견처럼 정말 어려운 문제인가. 적어도 수능 한국사나 사회탐구영역은 엄밀한 의미의 사고력 측정 문제가 아니다.

실상은 이렇다. 수능형이라는 건 정답의 단서가 지문에 대놓고 주어진 쉬운 문제다. 만약 9급 한국사에서 80점 받는 수험생이 그해 치러질 수능 한국사를 풀면 무조건 만점이 나온다. 수능형 문제는 기존 공시 유형보다 훨씬 쉽다.

오히려 현재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기존 암기형 공시 문제유형에선 그 단서를 사전에 암기해야만 풀 수 있다. 요즘 공무원시험은 수능식이다, 라는 말에 속아서는 안 된다. 출제돼봤자 쉬운 문제다. 지식이 암기됐다면 어차피 다 풀리는 문제다.

사례형 문제와 응용능력

응용능력은 오늘 처음 본 새로운 정보를 내가 가지고 있던 기존의 지식을 활용하여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이다. 하지만 공무원시험은 그러한 응용능력을 요구하는 문제가 거의 없고(전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저 기존의 지식만이라도 제대로 머릿속에 들어있으면 거의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다.

공시에서 응용문제라고 해봤자 기껏해야 법학의 사례형 문제 정도다. 사례형 문제는 기출문제의 이론을 꿰차고 있을 경우 별로 고민할 것도 없이 풀리는 게 대부분이다. 암기형 문제와 별로 다를 게 없다. 별도의 대비가 불필요하다. 문제집 중심으로 기본서를 발췌독하면 다 해결된다.

더군다나 원래 응용능력이라는 것 자체가 기본에 충실할 때만 키워질 수 있는 거다. 공무원시험의 기본은 기본서의 이론이 아니라 기출문제에 담긴 이론이다.

결국 우린 효율성의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하면 더 적은 시간을 들여 문제를 푸는데 필요한 것만 공부할 수 있을 것인가. 시험에 빨리 합격하려고 효율성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효율적으로 공부하지 못하면 10년을 공부해도 시험에 합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워낙 공부할 게 많아서다.

체계적 학습이라는 신기루

객관식시험에서는 지식을 고도로 체계화하는 공부가 필요하지 않다. 기본서 수회독한다고 해서 뭔가 그럴싸한 체계나 구조가 저절로 잡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게 잡힌다고 한들 객관식시험에서는 별로 써먹을 데가 없다.

객관식시험의 암기 대상은 문장 전체가 아니다. 우리가 실제 시험장에서 받아드는 문제지는 백지가 아니다. ‘보기라는 지문이 주어진다. 우리는 이 지문을 봤을 때 그 포인트가 되는 요소들을 구별해내는 능력만 키우면 된다. 그저 주어진 문장을 단서 삼아 이게 옳은지 틀린지 반응할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

예컨대 법학에서 중요하지 않은 판례 중에는 결론만 암기해도 되는 게 많다. 이런 것들을 우린 어떻게 외우는가. 문장 전체를 외우진 않는다. 이 문장을 문제지에서 만났을 때 긍정인지 부정인지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만 암기한다. 해당 판례가 어느 챕터의 어떤 개념에 속한 판례인지는 문제풀이를 거의 방해하지 않는다.

행정학의 양대 가치는 민주성과 능률성이다. 객관식 행정학에서 100점을 받는다 한들 민주성과 능률성의 개념을 누군가에게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까. 행정학 100점 수험생도 민주성이나 능률성의 체계적 개념, 구체적 실체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못한다. 그냥 적당히 감으로 양자가 대립하는 개념이라고 인지하는 수준이다. 즉 설명할 줄 몰라도 100점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문제가 나오면 어떡하나. 이 역시 마찬가지다. 객관식시험에서 통합적인 문제는 그저 단편적인 것들의 단순 조합에 불과하다. 개별적이고 파편적인 내용을 알고 있으면 통합적인 문제도 충분히 풀 수 있다. 엄밀한 의미의 체계적 이해, 구조적 학습이 불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