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변호사, 협회에 바란다…③청년변호사의 공익활동 지원

2020-03-11     안혜성 기자

“갑을 관계 소송, 근본적 변화 필요” 변협 협조 요청
군사법원 국선전담변호사제 도입, 일자리 창출 효과
변협구조재단 적극적 홍보 및 절차 개선 필요성 제기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법조인을 교육을 통해 양성함으로써 법조서비스를 양적·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를 도입하고 연간 배출 변호사 수를 늘렸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변호사 수가 부족하다며 법조 문턱을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이미 법조시장은 포화상태이며 청년변호사들이 열악한 처우 속에서 생계의 위협마저 느끼고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청년변호사들이 실무역량을 쌓을 수 있는 방안과 함께 다양한 활로를 개척하고 동시에 공익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아울러 저조한 변호사시험 합격률 및 오탈제 등으로 인해 로스쿨이 당초 도입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되고 있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의 마련도 시급하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는 지난달 17일 ‘청년변호사, 협회에 바란다’ 좌담회를 개최, 이같은 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청년변호사들로부터 여러 현안들에 대한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날 논의된 의견들을 ①로스쿨 제도와 변호사 실무연수 ②변호사광고와 직역 확대 ❸청년변호사의 공익활동 지원 등으로 나눠 소개한다.

변호사 급증으로 인해 업계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변호사의 공익활동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입지가 약한 청년변호사의 경우 공익활동을 수행하기 어렵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좌담회에서도 청년변호사들의 공익활동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협회 차원에서 모색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며 동시에 직역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여러 의견들이 제시됐다.
 

대한변호사협회가

홍한빛 변호사는 ‘공익소송에 대한 지원 필요성: 갑을 관계 소송’을 주제로 의견을 발표했으며 최영기 변호사는 ‘군형사절차 상의 국선변호인 제도의 개선’에 대한 의견과 군사법원의 국선변호인 제도 개선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도 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정순문 변호사는 ‘청년변호사 공익활동 활성화를 위한 제언’을 통해 수도권 지역에 편중된 변호사의 공익활동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견해를 나타냈다.

먼저 홍한빛 변호사는 변호사가 되기 전 법을 공부하면서 약자를 보호하고 사회의 변화를 도모하는 변호사를 꿈꿨던 과거를 참가자들에게 상기시키며 “공익소송은 약자를 보호하고 그 약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다수 국민의 권리를 회복해 사회를 변화시키는 일로 우리에게 더 좋은 삶을 주는 일”이라고 공익소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홍 변호사는 ‘갑을 관계 소송’에 주목하며 구체적인 관련 사례를 상세히 소개했다. 감당할 수 없는 분량의 판매량을 제시받고 본사의 협박과 욕설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주문한 제품이 감당할 수 없는 적자가 된다. 그 때 본사는 대대적인 감사를 하고 적자가 직원의 횡령으로 둔갑하게 되는데 본사는 대부분 직원의 가족들로 된 신원보증인을 앞세워 협박을 해 직원은 자백하는 자인서를 쓰게 된다.

개념도 잘 모르고 회사의 협박에 의해 쓴 자인서에 기초해 가족의 집에 가압류가 걸리고 손해배상소장이 송달되는데 사측 소송대리인은 판매 강요는 있을 수 없는 허위주장이라고 공격한다. 심지어 판매 강요 사실이 녹취록으로 제출된 경우에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홍한빛

홍 변호사는 이같은 사례가 빈번하다고 전하며 “개개의 변호사가 한 두 사건에서 고군분투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영업사원이 변호사를 찾아왔을 때 회사는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갑을 관계 소송에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을의 증명책임이 완화돼야 하며 법관의 능동적이고 후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근본적인 틀을 변화시키기 위해 협회가 협조할 것을 요청했다.

최영기 변호사는 군사법원의 국선변호인 제도가 공정한 재판을 담보할 수 없다고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군사법원법 제62조 제1항과 2항에 따르면 피고인에게 (사선)변호인이 없는 경우에는 군사법원이 직권으로 변호인을 선정하게 되는데 그 국선변호인을 변호사나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장교 또는 군법무관시보 중에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 변호사는 이같은 구조를 두고 “국선변호장교가 선임된 사건의 경우 같은 부대 소속의 군법무관이 군검사가 돼 기소하고 국선변호장교가 돼 변호하며 군판사가 돼 판결하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며 “그 소속이 군사법원에 있는 ‘국선변호장교’가 변호를 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재판에 기여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피고는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데 증거가 모두 동의돼 있는 경우도 많고 계급이 높은 군검사가 반말을 하며 조사를 하니 압박이 심하고 국선변호사도 상급자인 군검사와 친해 보이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조력을 받을 수 있겠나”라고 현 군사법원 국선변호이 제도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최영기

그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방부가 국선전담변호사를 채용해 권역별로 사건을 담당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최 변호사는 “현재 육군의 경우 군단급 이상 부대에서 재판이 열리는데 ‘군사재판 국선전담변호사’를 도입하며 적지 않은 수의 청년변호사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며 “현재 민간법원에서 활동하는 국선전담변호사는 안정된 여건이 보장되는 양질의 일자리라고 할 수 있는데 군사재판 국선전담변호사 역시 그에 못지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다음으로 대한변호사협회 또는 각 지역 변호사협회에 의뢰해 국선변호사를 선정하도록 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최 변호사는 “군사재판은 일반 변호사들이 쉽게 경험하기 힘든 영역이라고 할 것인데 국선변호사로 사건을 처리하기 시작하면 변호사들이 활동영역을 넓히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순문 변호사는 청년변호사의 공익활동 활성화 방안으로 대한변협구조재단을 활성화하는 방안과 변협 차원의 프로보노 전담기구를 설립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중 대한변협구조재단의 활성화 방안으로는 내·외부홍보를 통한 예산 확보 및 구조신청절차의 개선, 사업영역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정 변호사는 “대한변협구조재단은 연도별 1천여 건이 넘는 소송구조를 지원하고 있으나 성과가 내·외부적으로 제대로 홍보되지 못하고 있다”며 “홍보를 통해 변협 내부 및 법무부를 포함한 정부기관의 기부금, 보조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조신청절차와 관련해서는 신청단계에서 재산관계진술서, 세목별과세증명원, 소득증명원 등을 제출하고 법률구조가 적합한 사건인지 심사하는데 소송이 종료된 후에 다시 소송비용 면제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가 있다는 점이 사건 수행에 부담이 된다는 점, 홈페이지상 확인되는 상환 면제 안내가 애매하다는 점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민간에서 운영되는 만큼 공공기관보다 신청절차나 구조사건 판단에 있어 유연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정순문

아울러 주요 사업영역이 소송대리와 부정기적 법률상담으로 협소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입법, 정책까지 대상을 확대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변협 차원의 프로보노 전담기구 설립에 대해서는 “수도권을 벗어난 지역들의 경우 공익활동을 지원하는 변호사들이 많지 않다”며 “전국 단위의 프로보노 기구를 설립해 각 지역 변호사들의 공익활동이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청년변호사들의 제안에 대해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이런 좌담회가 더 실질적·정례적으로 이뤄져야겠다. 계속 진행상황을 확인하고 새 안건을 논의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당장 가능한 부분은 즉시 시행하고 장기적으로 필요한 부분은 TF 특별상설위원회 등에 회부를 추진할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반영할 의사를 전했다. 다만 구체적인 제안에 대해서는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군사법원 국선전담변호사 문제에 대해 이 협회장은 “군사법원에서 요청하는 경우 이미 변호사를 보내고 있다.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겠다”면서도 “국선전담은 사건을 독식하는 문제도 있어 확대가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수임료가 적어 사건 수를 적정한 수준으로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전면적 확대는 보다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공익활동 지원 문제에 대해서도 비슷한 시각을 드러냈다. 이 협회장은 “대형로펌 등에서 공익지원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홍보가 되지 않아서 그렇지 인적, 금전적 지원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과하게 하면 청년변호사의 사건 수임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면서도 “공익법인 등을 지원할 생각은 있다. 이미 잘 운영되고 있는 서울회 외의 지방회를 지원하는 공익 프로보노센터를 추진하고 있으며 더 홍보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