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소송 패소당사자, 소송비용 부담 줄어드나

법무·검찰개혁위, 패소비용 필요적 감면 규정 마련 권고 외국 ‘편면적 패소자부담주의’ 등과 같은 법령개정 주문 시민단체, 개혁위 권고 환영...법무부·법원에 개혁 촉구

2020-02-11     이성진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공익소송 패소당사자의 소송비용을 필요적으로 감면하는 규정이 마련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김남준)는 지난 10일 『공익소송 패소비용의 필요적 감면 규정 마련』에 대해 심의, 의결하고 이를 법무부에 권고했다.

공익소송은 ‘약자 및 소수자의 권익보호, 국가권력으로부터 침해된 시민의 권리구제 등을 통해 불합리한 사회제도를 개선하고 국가권력의 남용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는 소송’을 일컫는다.

불특정 다수의 피해 구제, 사회적 소수자·약자의 권리 구제 등으로 공익을 실현하고 사회를 개혁하는 순기능을 가지는 것이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장치가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즉 국가, 행정청, 지방자치단체, 대기업 등을 상대로 제기되는 공익소송의 경우 입증이나 경제적 부담 측면에서 원고에게 불리하고 기존 제도 및 판례의 개선을 촉구하는 속성상 패소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

공익소송에서 승소한 경우 그 이익은 대다수 국민에게 돌아가지만 ‘신안군 염전 노예 사건’처럼 공익소송에서 패소한 경우에는 개인, 단체 등 패소당사자가 막대한 소송비용을 부담하게 됨으로써 공익소송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익과 인권을 중시해야 할 국가송무행정에서라도 국가의 소송비용 회수 시 소송의 공익적 성격에 대한 고려와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외국의 경우 ‘편면적 패소자부담주의(one-way fee shifting)’, ‘보호적 비용명령(Protective Cost Order)’ 등과 같은 원고에게 부과된 피고측의 소송비용 지불의무를 면제하거나 원고가 지불해야 하는 상대방 소송비용의 상환을 설정하는 등의 제도를 채택함으로써 공익소송의 활로를 열어두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민사소송법은 소송비용을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하도록 하고 부담할 소송비용에는 상대방의 변호사보수도 포함하고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법원이 재량으로 소송비용의 전부나 일부에 대한 부담을 승소한 당사자에게 부담하게 할 수 있으나 공익소송이 제기된 사정은 명시적인 예외사유로 포함하고 있지 않다.

그 외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에는 소송비용에 관한 별도의 명문 규정이 없고 다만 그 시행령에서 국가가 소송에서 승소한 경우 패소자로부터 회수할 소송비용에 대해 제1심 해당 고등검찰청 또는 지방검찰청 검사장이 법원의 소송비용 확정결정을 받아 소관 행정청의 장으로 하여금 회수할 것을 규정하면서 환수의무에 대한 예외는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또 대법원규칙인 「변호사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은 소송비용에 산입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원이 상당한 정도까지 감액 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사건의 공익성은 변호사 보수 감액 사유로 명시적으로 인정되지 않다.

서울고등검찰청예규인 「소송비용 회수 등에 관한 지침」은 국가의 승소가 확정된 사건의 주임검사로 하여금 상대방에게 경제적 자력이 없는 경우, 과거사 손해배상사건·집단소송 등 상대방에게 소송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이 적절하지 아니하다고 판단한 경우 등에서 소송비용 회수를 포기할 수 있고 광주고등검찰청, 대전고등검찰청, 수원지방검찰청도 유사한 지침을 두고 있지만 상위법령에서 명확한 근거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

다만 대검찰청예규인 「검찰시민위원회 운영지침」은 각 지방검찰청 및 지청에 검찰시민위원회를 두고 소송비용 청구여부의 적정성을 심의하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

이에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공익소송 등의 경우에 관련 법령에 패소당사자의 소송비용을 필요적으로 감면하도록 하는 법령 개선을 권고했다. 특히 「국가를 당사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 개정 전이라도 동법 시행령 개정을 통한 필요적 감면할 것을 주문했다.

구체적인 기준은 △공익성이 인정되는 경우 △정보공개소송의 경우 △경제적·사회적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경우 △정의와 공평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은 경우를 예외 요건으로 제시하고 소송제기에 악의적 의도가 있는 경우를 감면의 예외로 둘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법무부령으로 국사소송 회수 예외 대상에 대해 구체적인 판단 기준과 절차를 규정하고 시민이 참여하는 검찰심의위원회에서 공익소송 패소자의 의견을 제출받고 회수 여부를 심의하도록 규정할 것도 권장했다.

나아가 사인 간의 소송에서 공익성이 인정되는 경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범위에서 패소당사자의 소송비용을 필요적으로 감면하도록 민사소송법 제98조, 제109조의 개정 추진도 권고했다.

한편 그동안 공익소송임에도 패소자부담주의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사회적 약자보호와 인권, 국가권력 감시 등 공익소송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인권운동사랑방, 전국언론노동조합,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는 이번 개혁위의 권고를 환영하면서 법무부의 지체 없는 개선 조치에 들어갈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 시민단체들은 “이번 개혁위 권고는 국민 다수의 삶에 맞닿아 있는 재판청구권 보장이라는 과제를 국가기관이 검토해 그 개선의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제기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면서도 “국가 외의 대기업 등에 대한 공익소송의 소송비용 부담에 관한 제도개선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법원 역시 소송비용을 결정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으므로 제도개선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법원도 이번 권고의 취지를 깊이 살펴 법원이 할 수 있는 개혁에 바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