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왜 로스쿨 입구를 좁히려 하나?

2019-12-06     이성진 기자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현대사회에서 동서를 통해 유례없는 제도가 대한민국에 하나있다. 법학전문대학원, 일명 로스쿨 제도다. 로스쿨의 유래는 미국이라는 것이 정통적인 해석이다. 영국을 위시한 유럽인들이 아메리카대륙 점령과정에서 부족한 법조인력을 충당하기 위해 법조인에게서 도제식 교육을 받은 이들에게 변호사자격을 주기 시작했고 이후 가진 자들의 전유물로서 대학원 과정의 로스쿨 제도로 승격했다는 설이 있다.

이는 법학이 대학에서 중요한 학문으로서 정립되면서 학부를 통한 법조인력 공급이 이뤄진 정통적인 유럽국가와는 상당한 차이점을 갖고 있다. 현재도 유럽국가는 법조인력양성에서 여전히 국가주도적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탓에 과거 우리의 사법시험 및 사법연수원과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 외의 대륙 국가들은 유럽 또는 미국 제도를 차용 또는 모방해 운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간영역에서 법조인 양성을 주도하는 미국식 로스쿨제도는 입구와 출구가 넓은 반면 관제형 유럽식 법과대제도는 입구가 넓고 출구는 좁다는 것으로 대별된다.

최근 급락하는 변호사시험의 합격률 제고를 위한, 급증하는 변호사시험 오탈자 구제를 위한, 또한 로스쿨 우회로로서의 변호사시험 예비시험 도입을 위한 방편으로 로스쿨 입학정원 감축을 주장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역시 최근 한 토론회에서 오탈자 문제해결을 위한 방법으로 “로스쿨 구조조정을 통해 입구를 줄여 변시를 치는 사람을 줄이고 출구(합격률)를 80~90%로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역대 변협 집행부에서도 로스쿨 구조조정을 통한 신규변호사 배출 규모 축소를 주장해 온 것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제도 시행 초기단계에서 변호사 배출 수 확대를 주장하며 변시 합격률 제고를 주창했던 로스쿨 출신 변호사 중에서도 너무나 많은 이들이 “법률시장 포화상태, 로스쿨 정원 감축”을 주장하고 있다. 사법시험 출신 청년변호사 중 상당수 역시 “법률시장 포화상태, 사법시험 부활을 통한 적정 인원 배출”을 강조하고 있다.

1995년부터 시작된 사법개혁 논의 중 법조인력양성과 관련해서는 2007년 7월 로스쿨법 제정으로 형태가 갖춰졌다. 일회성 선발시험을 지양하고 대학교육의 정상화를 지향하면서, 또 인력의 다양성, 분야의 전문성, 활동의 국제성을 통한 법률서비스 확대를 표방하면서 출범한 것이 로스쿨 제도다. 신규 법조인배출 확대라는 목표도 내포하고 있다.

특별한 응시제한 없는 사법시험을 통해 매년 1천명을 선발해 왔지만 이것이 못마땅하다며 최소한 ‘4년 대학+3년 로스쿨’을 나와야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응시자격을 부여한 것이 로스쿨제도다. 최대 3만여명이 1차시험에 응시하던 사법시험에 비해 현 제도는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갖추는 전제조건으로서의 로스쿨 입학정원이 2천명에 불과하고 또 전국 25개 대학만이 신입생을 받고 있다. 멀쩡한 법과대 제도를 버리고 연간 평균 1,500만원의 등록금과 3년의 기회비용, 치열한 로스쿨 입시과정, 그 이전의 각종 스펙쌓기 등 엄청난 출혈을 감내하며 도입된 제도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2,000명’ 그들만의 리그, ‘25개대학’ 그들만의 카르텔. 당초 취지와는 달리 입구는 좁아졌고 출구 또한 여전히 좁다. 입구도 넓고 출구도 넓은 미국식도 아닌, 기회가 넓고 출구가 좁은 유럽식도 아닌, 입구도 좁고 출구도 좁은 기형적인 ‘한국판 新귀족’ 로스쿨임에도 입구를 더 좁혀야 한다는 발상들이 못내 씁쓸하기만 하다. 차라리 ‘법조사관학교’로 명판을 바꾸고 “스펙좋고 부유하고 시간도 많은, 소수정예만 모집합니다. 그리고 3년 후면 모두 변호사자격을 줍니다.”라고 입시홍보를 하든가.

로스쿨의 시대적 과제는 분명 “법조인 확대=법률서비스 확장”이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입구를 좁힐 것이 아니라 더 넓혀야 한다. 아니라면 차라리 사법시험으로 돌아가는 것이 합리적이고 현명한 처사다. 부디 “ㄱ”을 “ㄴ”이라고 갖은 변명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