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법시험, 로스쿨·예비시험 합격률 큰 격차

2019-10-08     안혜성 기자

로스쿨 출신 29%…예비시험 출신 82% 기록
응시자 및 합격자 수 규모 역대 최저치 경신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일본 사법시험에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 예비시험 출신의 합격률이 여전히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0일 발표된 2019년 일본 사법시험 합격자는 지난해보다 23명 줄어든 1502명으로 신사법시험으로 선발체계가 완전히 변경된 2012년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특히 응시자 수 규모가 5238명에서 4466명으로 급감하며 신사법시험 체제 이후 처음으로 5천명을 하회한 점도 주목을 받았다. 출신별로는 로스쿨 출신 응시자는 지난해 4805명에서 4081명으로, 예비시험 출신은 433명에서 385명으로 줄어들었다.

합격자 수가 지난해보다 줄었지만 응시자 규모가 더 큰 폭으로 줄어들며 합격률은 로스쿨과 예비시험 출신 모두 상승하는 결과가 도출됐다.

로스쿨을 수료한 합격자는 1187명으로 이들의 합격률은 29.09%(응시자 4081명)를 기록했다. 이 중 법학부 출신 등을 대상으로 하는 기수자 코스 출신(2년)의 합격률만 보면 40.01%(지난해 33.19%)까지 높아지지만 법학부 이외의 전공자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미수자 코스(3년)는 15.64%(15.51%)로 매우 저조했다.

이에 반해 로스쿨을 수료하지 않아도 사법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예비시험을 통과한 합격자의 합격률은 81.82%에 달했다. 응시자 385명 중 315명이 합격한 결과다.
 

일본

로스쿨 중에서는 게이오대(慶応大)가 152명으로 가장 많은 합격자를 배출했다. 이 외에 도쿄대(東京大, 134명), 교토대(京都大, 126명), 츄오대(中央大, 109명), 와세다대(早稲田大, 106명) 등 4개교에서 각 100명 이상의 합격자가 나왔다. 합격자를 한 명도 내지 못한 로스쿨은 지난해 9개교에서 13개교로 증가했다.

합격률 면에서는 교토대가 62.69%로 가장 높았지만 예비시험 출신의 합격률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이어 히토츠바시대(一橋大) 59.82%, 도쿄대 56.3%가 뒤를 이었다.

로스쿨을 수료한 후 사법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5년 내에 합격한 비율인 누적합격률은 이번 시험이 마지막 응시였던 2014년 수료자를 기준으로 60.11%로 집계됐다. 기수자 코스 출신만을 대상으로 산출한 누적합격률은 72.19%였다.

합격자들의 성별은 남성 1136명, 여성 366명이었으며 평균연령은 28.9세로 지난해(28.8세)와 비슷했다. 최고령 합격자는 65세, 최연소는 20세였다.

한편 신사법시험 체제 도입 이후 로스쿨 지원자 등 법조 지원자가 급감하면서 역량 있는 법조인의 배출이 어려워지고 이에 따라 법조 서비스의 질적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과거 일본 사법시험 합격자 수는 500명 전후였으나 일본 정부는 지난 2002년 로스쿨을 중심으로 하는 법조양성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2010년경까지 연간 법조인 배출 규모를 3000명 수준으로 확대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2004년 로스쿨 제도가 출범하면서 사법시험 합격자 수도 2000명 전후까지 급격히 늘렸지만 신규 배출 변호사의 취업난과 더불어 저조한 사법시험 합격률 등으로 인해 로스쿨 지원자가 급격히 줄어드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로스쿨 제도 도입 초기 7만 2800여명에 달했던 로스쿨 지원자 규모는 올해 9117명까지 감소했다. 이들 중 올해 실제로 로스쿨에 입학한 인원은 1862명이었다. 74개교에 달했던 로스쿨도 지원자 감소로 인한 재정난 등이 심각해지면서 폐교 및 모집정지가 이어져 현재는 36개교까지 줄어들었다. 이에 일본 정부는 2015년 연간 법조인 배출 규모를 당초 계획의 절반 수준인 1500명 이상으로 하향조정했다.

이 외에도 예비시험에는 지원자가 몰리는 반면 로스쿨은 지원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부터 법조코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현행 제도 하에서는 예비시험에 합격하지 않는 한 사법시험 응시자격을 얻으려면 학부 4년에 기수자 코스로 로스쿨에 진학하는 경우 2년을 더해 총 6년, 미수자 코스인 경우 총 7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된다.

‘법조코스’는 법학부와 로스쿨을 연계해 법학부 3년, 로스쿨 2년 등 사법시험 응시자격을 얻기 위해 소요되는 기간을 총 5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으로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학생의 시간적, 경제적 부담을 줄이면서 학부 단계에서부터 효과적인 교육을 실시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여기에 로스쿨 재학 중에도 사법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도 2023년부터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현재 47개 대학이 법조코스를 개설할 의향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법조코스의 실효성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법조코스 자체가 교육을 통해 법조인을 양성이라는 취지에 맞지 않고, 특히 로스쿨 재학 중에 사법시험 응시가 허용되는 경우 사법시험 준비에만 몰두해 로스쿨에서의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주장 등이 제기되고 있는 것.

논란 속에서 추진되는 새로운 제도의 시행으로 일본의 로스쿨 기피 현상이 해소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