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수도권 로스쿨에 지방대 출신이 없다?

2019-10-07     이성진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어디 완벽한 제도가 있을까 싶다. 다만 제도입안 시 완벽을 기하는 것이 최선이며 운영 상 드러나는 제도의 문제점은 곧바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최상이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 출범 11년차에 들었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점들이 노정되고 있다. 신입생 선발에서는 객관성과 신뢰성, 변호사시험에서는 출제방식 및 합격률, 교육 과정에서는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 실무수습에서는 실효성 여부의 문제로 요약할 수 있다.

이같은 논란은 제도 도입과정에서 ‘선(先) 로스쿨 도입, 후(後) 제도 보완’이라는 방식을 택한 탓으로 보인다. 로스쿨 제도를 시행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 여건에 의해 갑작스레 도입됐고 세부적인 사안들은 차차 보완해 나가는 형국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제도보완’이 실제 드러나는 문제점을 따라가기에는 그 문제점들이 너무나 크고 많을뿐더러 한계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김해영(더불어민주당, 교육위원회) 국회의원에 따르면, 2017∼2019년 수도권 로스쿨 13곳의 입학생 2천929명 중 비수도권 대학 출신은 82명으로 2.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기자가 지난 11년간(2009학년~2019학년)의 로스쿨 입학생 23,013명의 출신대학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서울 대학출신이 18,942명(82.31%)으로 지방 대학출신 3,618명(15.72%), 외국 대학출신 453명(1,97%)이었다. 서울로스쿨 입학생 중 서울 대학출신은 10,675명으로 92.95%에 달한 반면 지방 대학출신은 566명(4.93%), 외국 대학출신 244명(2.12%)이다. 이는 법학적성시험 응시자 중 서울지구 지원자 비율과 비슷한 결과다. 즉 그만큼 서울 대학출신이 로스쿨 진학에 관심이 많고 합격자도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수도권 쏠림을 막기 위해 2015년부터 지방로스쿨의 지역대학 출신을 의무적으로 선발(정원의 10~20%)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에는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이를 두고 지방로스쿨들은 오히려 서울로스쿨이 지방대학 출신을 의무적으로 뽑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고 김해영 의원 역시 “수도권의 주요 로스쿨이 비수도권 대학 출신 인재 선발을 확대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서울로스쿨과 정부관계자들은 “지방대학 육성을 위한 것인데 서울을 끌어들이는 것도 제도모순”이라는 입장을 내왔다. 이같은 반박이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를 일이다.

현재 전국 로스쿨은 법학·비법학, 자교·타교, 특별전형 쿼터를 운영 중이며 특히 지방로스쿨은 지역대학 쿼터까지 떠안고 있다는 점이다. 따지고 보면 과거 국민위에 군림하는 극소수 법조인의 권위를 낮춰 국민에게 친근한 대량의 법조인을 배출하기 위한 것도 로스쿨제도 도입 취지 중 하나다.

그럼에도 법조인이 되는 출입구에 이같은 각종 쿼터를 둔 것은 법조인을 ‘고귀한 직업군’으로 의제한 뒤,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직업에 사회·경제적 취약자, 심지어 지역인재 선발이라는 ‘결과적 평등’을 위장한, 생색용 배려가 아닌지도 모르겠다.

억지가 아닌 자연스러움이 좋은 법이다. 차제에 각종 쿼터를 폐지해야 하지 않을까. 쿼터는 또 다른 누군가의 희생을 동반하기 나름이다. 진정한 ‘기회의 평등’은 출입구 제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출입구를 활짝 여는 것이다. 실력으로 경쟁을 하되, 결과에서의 불균형은 그 때 나누는 것이 더 헌법적이고 합리적이어서다.

법조인 되려면 무조건 로스쿨에 진학하라는 것 자체가 ‘기회 불평등’이라는 비판이 많다. 조건 없는 실력경쟁은 외면한 채 각종 쿼터까지 둔다는 것은 ‘누구나 가질 수 없는 것’을 조금만 나눠주겠다는 발상에 불과해 보인다.

로스쿨 제도로 가야한 한다면 이젠 제도가 보편성을 갖도록 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정원을 확대하고 비싼 등록금을 낮추고 신규 변호사 배출을 늘려야 한다. 인식전환이 없는 한, 각종 쿼터는 또 다른, 더 많은 쿼터를 불러일으킬 것은 불 보듯 뻔 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