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자체 개선 불가능…우회로 마련해야”

2019-08-26     안혜성 기자

‘청년 변호사, 로스쿨 제도 도입 10년을 말하다’ 토론회
“법조양성제도 개선의 장애물은 로스쿨 교수들 기득권”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의 태생적 한계를 지적하며 로스쿨 외에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법조인협회(회장 최건)와 여의도연구원(원장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26일 개최한 ‘청년 변호사, 로스쿨 제도 도입 10년을 말하다’ 토론회에서 현행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예비시험이나 신사법시험 등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제시됐다.

주제발표를 맡은 안형진 변호사(대한법조인협회 사무총장)는 ‘로스쿨 10년에 대한 반성적 고찰’을 주제로 도입 10년을 맞은 로스쿨 제도가 도입 당시의 취지를 달성하고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이뤄졌다.
 

대한법조인협회와

안 변호사는 로스쿨이 교육에 의한 법조인 양성, 공정성 및 객관성·투명성, 제도적 개방성 등 모든 관점에서 취지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먼저 교육에 의한 법조인 양성과 관련해 3년 안에 이론과 실무를 모두 교육해야 하는 한계로 인해 교육의 단계성이 무시되는 파행적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문제시했다. 특히 법조경력이 전혀 없는 교수인원이 70% 이상이라는 것과 관련해 “외과 교수가 의사 자격이 없다고 상상해 본다면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공정성, 객관성, 투명성의 관점에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안 변호사는 “로스쿨 지원자, 로펌·법원·검찰 지원자들이 본인이 왜 합격했는지, 왜 불합격했는지 잘 모른다. 사법시험, 사법연수원 제도 때는 합격, 임용 여부에 대해 정확히 예측이 가능하고 누구나 그 결과에 대해 수긍할 수 있었다는 점과 대비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바로 정성평가의 강화와 관련이 있다. 학연 등 연줄 문화가 만연해 있고 투명성이 선진국에 현저히 떨어지는 제도적 토양에서 정성평가를 도입하면 당연히 부작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제발표를

아울러 로스쿨의 높은 등록금과 SKY 학부 출신의 어린 학생들이 주요 로스쿨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점 등을 언급하며 “로스쿨 제도의 제도적 개방성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안 변호사는 로스쿨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로스쿨 측에서 주장하고 있는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에 대해 “전제가 잘못된 주장”이라며 “작금의 로스쿨 교육은 극히 부실한데 이를 수료하기만 하면 누구나 변호사 자격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시험을 출제하자하는 얘기는 변호사에게 요구되는 고도의 전문성에 대한 이해를 결여한 주장이며 그렇게 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오히려 로스쿨 교육 과정을 전면적으로 개혁해 엄격한 자격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을 배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안 변호사는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가 아니라 예비시험이나 신사법시험을 도입해야만, 개방성과 접근성을 높이고 제도간 경쟁을 통해 로스쿨의 병폐도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로스쿨 제도 자체를 폐지하고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는 것도 고려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지정토론자로 참여한 고봉주 변호사(대한법조인협회 수석대변인)는 조국 서울대 로스쿨 교수가 언론에 기고한 ‘로스쿨의 진화를 위하여 뜻을 모아야‘에 대응해 ‘10년차 로스쿨 갈등에 대한 진화(鎭火)의 필요성’이라는 제목으로 조국 교수가 기고문을 통해 주장한 내용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고봉주

고 변호사는 “로스쿨 찬성자들은 로스쿨 도입이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라고 주장하고 조국 교수도 칼럼에서 로스쿨은 행정부, 사법부, 법조계, 법학계가 의견을 모아 내린 제도적 결단이며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다수의 국민들은 로스쿨 도입을 원하지 않았고 사법시험 유지를 원했다. 2015년 법무부가 사법시험 폐지를 4년 유예하기로 결정했을 때 그 근거가 국민의 85% 이상이 사법시험 존치를 원한다는 다수의 여론조사였다”며 “로스쿨에 대한 공감대는 사법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법학 교수들 위주로 의견이 모아지고 공감대를 이뤘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고 주장했다.

고 변호사는 “로스쿨 법안이 통과된 경위는 참여정부 시절 교육부에서 만든 로스쿨 법안과 한나라당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서로 맞바꿔서 2007년 7월 3일 임시국회 폐회 3분 전인 한밤중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 진실이다. 당시 수험생이었던 저와 다른 수험생들이 정확이 기억하고 있다”며 ‘로스쿨은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라는 주장을 반박했다.

이 외에도 조국 교수가 로스쿨 도입으로 사회 구석구석에 법률가가 진출해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의견을 보인 것에 대해서도 로스쿨 출신 변호사 대다수가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반박했고, 경제적 취약자가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로스쿨을 통과했다는 것 자체가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집단과는 이미 구별되는 것으로 로스쿨이 사법시험보다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넓혔다는 주장이야말로 현실을 철저히 외면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이종배 공정사회를 위한 모임 대표는 수년간 사법시험 존치 및 예비시험 도입 등의 운동을 전개하면서 경험하고 느낀 점에 대해 발표했다. 이 대표는 ‘우회로 마련’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그는 “로스쿨은 분명히 진입 장벽이 있다. 법조인이 꿈이기 때문에 생계가 어려워도 운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청년들이 로스쿨 때문에 법조인의 꿈을 포기하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호선

이 대표는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공정한 제도면 된다. 로스쿨 폐지와 사법시험 부활에 대해서는 나중에 논의하더라도 개인의 이익을 떠나서 청년들이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우회로만큼은 시급히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선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는 “의학전문대학원과 로스쿨은 이란성 쌍둥이”라며 의학전문대학원 제도와의 비교를 통해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과 대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의전원과 로스쿨이 도입 배경이나 명분, 찬반 주장의 근거, 제도 시행 후 드러난 문제점 등에서 매우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그 중 의전원의 문제점에 대해 과도한 등록금으로 인해 학생들의 재정적 부담이 늘어나고 이같은 부담이 졸업 후 진로에도 영향을 미친 점, 등록금은 인상됐지만 교육과정이나 교수 요원이 기존 체제와 차별화되지 않은 점, 지방 소재 의전원 합격자 대부분이 수도권 출신으로 졸업 후 다시 수도권으로 돌아가 의료수급 불균형을 해소하지 못한 점, 의전원 학생들의 학습능력과 의전원의 의학교육 발전 기여도에 대한 부정적 평가 등을 언급했다.

결국 이같은 문제들로 인해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들이 의대 체제로 복귀하고 2020년 기준 단 4개의 대학만이 의전원 체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점을 지적하며 이 교수는 “로스쿨에도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로스쿨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 의전원, 일본 로스쿨처럼 학부를 되살려야 한다. 로스쿨 정원을 반납하고 학부제로 돌아오는 대학을 위해 신사법시험을 두거나 4년 졸업 후에는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송원 티비조선 법조팀 기자는 법조기자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로스쿨 출신 법조인과 사법연수원 출신 법조인의 마음가짐과 사명감에서 큰 온도차가 있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한 기자는 ‘타지에서의 외로움’을 이유로 통상적이지 않은 장기 휴가를 낸 로스쿨 출신 검사로 인해 사건 처리가 지체된 사례 등 몇 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한 기자는 출신간 온도차가 발생하는 이유로 “로스쿨은 1년에 2천만원이 넘는 학비와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바로 돈을 벌지 않아도 되는 집안의 자제, 그러면서 학부도 좋고 영어도 잘하는 사람들이 쉽게 갈 수 있기 때문”이라며 “로스쿨을 위해 학부에서는 학점 관리와 리트 공부만 한 어린 친구들이 어떤 마음으로 사건의 대소사를 판단하고 국민들의 사건에 깊이 공감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종배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기자는 “학토릿(학점, 토익, 리트)만이 중점인 로스쿨 입학 전형을 다양화하는 길이 필요하다”며 신사법시험 도입, 법학과목 이수 학점이 많거나 법에 대한 지식이 해박한 인재, 사회활동 등을 판단하는 지표를 개발해 입시에 반영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를 촉구했다.

정성채 다문화방송신문 기자는 로스쿨이 대륙법계인 한국의 법체계에 맞지 않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로스쿨 학생들에게 법학이론의 암기와 실무의 기초적인 소양습득을 3년 안에 갖추도록 한 것은 애당초 무리한 요구”라는 것.

정 기자는 구조적, 태생적인 문제에 더해 실무교육에 필요한 충분한 교수진도 없어 “이혼소장의 청구취지를 제대로 쓰는 로스쿨 변호사를 보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로스쿨 입시를 위해 요구되는 법학적성시험과 외국어 능력이 로스쿨에 입학한 후의 성적과 연관성이 없고, 입시에서 불공정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현실, 신림동 강사의 동영상이나 고시학원 강사들의 특강 등으로 나타나는 로스쿨의 변시학원화 문제 등에 대해서도 지적하며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로스쿨 제도가 성공할 수 없다. 이제라도 시한폭탄인 로스쿨 제도를 폐지하고 사법시험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플로어 토론의 열기도 뜨거웠다. 여러 질문들 중에서 로스쿨의 실무교육 부실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교수 구성에 관한 질문에 많은 관심이 몰렸다. “법조경험이 없는 교수가 70% 이상인 원인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이호선 교수는 “무늬만 바꿔서 로스쿨이 됐기 때문”이라고 답하며 “실무가들이 가면 학생들한테는 인기가 높은데 교수들과의 장벽, 괴리가 심하다”고 설명했다.
 

오신환

고봉주 변호사는 “로스쿨 제도의 근본적인 변화가 어려운 게 교수들의 기득권 보장 때문”이라며 “사법시험 당시에는 교수들에게 지금과 같은 권력이 없었다. 지금은 학점 부여 등 변호사가 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권력이 교수들에게 있다. 로스쿨 교수 중 로스쿨 제도가 나쁘다고 인정하는 교수는 거의 없다. 이들 교수들이 실무에서 온 교수들을 배척한다. 변호사가 된 후 학생들이 교수들을 가장 비판하고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사법시험 존치 법안에 이어 로스쿨에 진학하지 않아도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예비시험 법안을 발의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참석해 축사를 했다.

오 대표는 “예비시험 도입 등의 문제는 늘 마음속에 가지고 있고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다. 넘어야 할 벽이 높다. 예비시험 법안이 법사위 1소위에서 한 차례 논의되긴 했지만 여전히 민주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대해 벽을 넘지 못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논의해 보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