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45) : 3개월 단기합격의 비밀

2019-07-09     정명재

정명재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공무원 시험합격 7관왕 강사)

어느 날 한 통의 전화가 왔다. 나를 만나고 싶다며 나의 서재를 찾아온 한 수험생. 그는 여자 친구와 함께 저녁이 다 될 무렵 나를 찾았다. 나를 1년 전에 만나 상담을 한 적이 있었다고 했지만, 나의 기억에는 그의 얼굴이 낯설었다. 잠시 스쳐가는 상담을 했고 당시에는 확신이 들지 않아 고향으로 돌아가 자신이 공부하던 방식으로 다시 수험생활을 하였으며 올해 6년째가 되어간다고 하였다. 지난 1년의 시간 동안에도 국가직, 지방직 시험 등 6번의 시험을 응시하였다는 그의 이야기. 일반행정직으로 공부하여 9급, 7급 시험을 가리지 않고 시험을 본 게 5년이 되었다는 수험생.
 

저녁이 돼서 만났으니 칼국수를 먹으러 함께 이동하였다. 여자 친구는 공부를 하면서 만났고 그녀는 공부를 3년 정도 하여 합격해 현재는 세무공무원을 하고 있었다. 남자친구가 번번이 합격을 못하니 답답한 마음에 함께 따라온 것이라 하였다. 이런 저런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수다를 떨어도 좋을 저녁자리였지만 수험상담은 늘 비슷한 항목의 질문이 이어진다. 국어, 영어, 한국사의 공통과목 점수는 얼마나 나오는지, 선택과목은 무엇을 하였고 점수는 어느 정도인지, 그간의 성적은 변화가 있었는지, 공부장소는 어디였으며 공부는 어떤 방식으로 하였는지 등 기계적인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것이다.

성적은 보통의 수험생과 다르지 않았다. 지방대 행정학과를 졸업 후 행정직을 응시하였고 남들이 좋다고 하는 방식은 빠지지 않고 남들처럼 하려고 노력한 수험생이었다. 특별히 좋은 성적의 과목이나 자신 있는 전략과목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보통의 점수, 쉽게 말하면 평균 60~70점대였으며 영어에서는 성적의 오르내림이 심해 보였다. 더군다나 오랜 수험생활로 겉은 멀쩡해 보였지만 내면의 정신력[mental]은 약해 보였다. 그렇더라도, 5년의 시간동안 30여 번의 시험을 봤다니 그 끈기와 집념은 대단해 보이기까지 했다.

나의 질문이 이어졌다. “힘들지 않아, 그렇게 시험을 많이 보며 떨어지는 게?”그의 대답이 인상적이었다. 자신은 한 번도 합격을 못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는 게. 30여 번의 시험에서 필기합격을 한 번도 못한 친구의 대답이라고는 믿기지 않아 답변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만일 나라면 저렇게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중얼거리며 상담을 위한 저녁 식사는 끝이 났다.

나의 솔루션을 제시해야 할 순서였다. 그의 현재 상황에서 가능한 가장 최적의 해결책을 제시하여야만 했다. 지방직 시험 원서접수가 다음 주부터이고 이후 서울시 7급 원서접수가 이어지는 시기였다. 일반행정직만 고수하지 않는다면 승부수를 걸어볼 만한 직렬들을 생각해냈다. 지방직에서는 충남 연고지인 걸 참조하여 논산시 도시계획직 1명 선발을 추천했고, 불합격할 걸 대비해 서울시 7급 시험에선 방재안전직 7급을 추천하였다. 이 두 직렬을 놓고 보면 도시계획직은 지방직 9급으로만 선발하는 시험으로 공통과목(국어, 영어, 한국사) 이외에 도시계획과 토지이용계획을 전공과목 100점을 기준으로 하여 준비한다. 그리고 방재안전직 7급 시험의 경우 공통과목 이외에 재난관리론, 안전관리론, 방재관계법규, 도시계획을 준비하면 되었다. 두 직렬의 공통과목으로 도시계획을 감안하기도 했지만 대한민국에서 도시계획직렬 강의와 방재안전직렬 강의를 하는 사람은 오직 나 혼자였기에 추천하기도 하였다. 결과적으로 논산시 도시계획직렬은 5 : 1의 낮은 경쟁률이었으며 나머지 응시자들은 모두 과락으로 필기 합격자는 오직 그 한 명이었다. 합격이었다. 이후, 서울시 방재안전직 7급 시험을 준비시켰다. 늘 내게 묻곤 하였다. “이렇게 적은 시간에 전공과목 공부를 모두를 할 수 있을까요?”라며 말이다. 나 역시 한결같은 대답을 해 주었다. 전공과목을 가르치는 이는 나 혼자이니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한다면 문제없을 것이라 말이다. 10명 선발에 그 역시 합격하였고 면접을 통과해 최종 합격하였다. 그는 3개월 만에 2관왕을 한 이병진 합격생이다. 현재는 서울시청에서 근무하고 있다.

공부를 가르치기 전 그에게 제시한 특별한 공부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그간의 피곤함을 덜어주는 일이었다. 시간을 내서 홍대거리를 거닐다가 식사를 함께 하기도 하고 쇼핑을 하였다. 이유는 홍대거리를 거닐면 누구나 들 생각이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여유 있어 보인다. 재미있는 볼거리도 많고 독서실에서 혼자만 공부할 땐 느끼지 못한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된다. 동대문 새벽시장을 함께 다녔다. 밤늦도록 열심히 일하는 상인들의 땀과 노력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이만한 삶의 체험 현장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태원의 토요일을 보여주었다. 왜 열심히 공부해서 빨리 합격해야 하는지를 자연스레 알게 해 주고 싶었다.

데이비스의 동기부여이론을 보면 motivation을 일으키는 요소는 상황과 태도라 하였는데, 오래된 수험생에게 상황(situation)변화를 유도하려 노력하였다. 그의 나이는 이제 막 서른을 넘었지만 지난 몇 년간을 독서실, 도서관, 스파르타 캠프, 강제 자습반 등에서 젊음을 모두 보냈으니 노인의 생각과 정신을 가지고 있던 것이었다. 그의 눈망울이 변하기 시작하였고 왜 공부해서 빨리 합격해야 하는지도 자연스럽게 알아가길 바랐다. 새벽 시간을 누비고 오니, 밤샘 공부하는 것에 대한 걱정도 하지 않고 열심히 하기 시작하였다. 그렇지만 오랜 수험생활로 디스크가 있는 탓에 간간히 대전 병원을 다녀와도 되냐고 묻곤 했다. 아프지 않고 건강한 것이 공부하는데 중요한 것이니 이틀을 버리는 한이 있어도 다녀오라 했고 그는 주기적으로 자신이 치료 받던 대전 병원을 다녀왔다.

그의 걱정 또 한 가지는 그렇게 오래 공부를 해도 합격을 못했던 시험인데 단 3개월의 시간 안에 한 번도 접한 적이 없던 도시계획, 토지이용계획, 재난관리론, 안전관리론, 방재관계법규를 공부할 수 있을까에 관한 두려움이었다. 도무지 불가능할 것이라는 그의 태도가 합격의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늘 떨어지는 경험과 불합격 앞에서의 좌절로 인해 지금까지의 공부 패러다임(paradigm)을 바꾸기는 쉽지 않았다. 3개월의 짧은 기간에 이렇게 처음 접하는 과목을 초보자가 이해하고 정리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러한 것을 감안해 내가 직접 시험에 들어가 합격을 하였고 수험교재를 집필하고 연구한 것이 지난 몇 년간의 밤샘 작업이었다. 누구든지 적은 시간 안에 전체 내용을 이해하고 시험에 적합한 공부법을 직접 연구하여 성과를 내었기에 자신 있게 그에게 말할 수 있었다. 나를 믿지 못하겠거든 내가 한 일을 믿고 내가 쓴 교재와 강의를 믿으라고 말이다.

일단은 전공과목 하나를 정리하는데 1주일을 썼다. 30분씩 이어지는 동영상 강의 전체를 듣고 1회독 하는데 이틀 내지 사흘을 주었고 이후 반복하는데 남은 시간을 투자해 1주일의 시간에 한 과목을 끝내도록 하는 것이었다. 모든 준비는 이전 합격생을 만들었던 그 길로 그대로 안내하는 작업이었다. 합격자가 간 길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내가 단기 합격을 하였고 나를 따르는 그들을 똑같이 단기합격으로 만들었던 방법, 이는 집중과 압축의 미학이라 할 만큼 나의 지난 밤샘 작업의 결실이었다. 당시 병진이, 선주, 현철이, 대성이, 병우 등 9급, 7급 합격생 2관왕, 3관왕이 한 교실에서 탄생되었다. 단기 합격의 비밀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누군가가 한 일이라면 누구든지 할 수 있다는 믿음. 내가 그 길을 가 보았으니 다음에 따라오는 이들은 그 길을 믿고 따라오려는 확신과 믿음을 가지면 된다. 내가 힘주어 수험생들에게 해 주는 말이 있다. “공부는 하고 싶을 때 하고 하기 싫으면 쉬어라. 단, 공부를 할 때는 밤을 새워도 좋다. 목표 중심으로 공부를 하고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책과 강의를 5일 안에 독파하는 힘을 길러라.” 이것이 5년의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필기합격을 못했던 병진이 수험생이 3개월의 공부로 합격 2관왕을 거머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