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온전한 법학교육과 법조인 양성을 위한 개혁

2019-05-31     정용상

 









정용상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전 한국법학교수회장

사법시험체제에서의 법학교육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2009년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법학교육은 로스쿨과 법과대학에서 양분하고 있다. 법과대학은 교육목표가 명확하지 않아 교육현장에서 혼란을 일으키고 있고, 로스쿨은 극도로 폐쇄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우리나라 법학교육이 총체적으로 우려되는 바가 크다. 법학교육과 법조인양성의 성공을 위해서는 제도의 본질에 반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로스쿨은 그 본연의 목적과 취지에 맞게 교육목표를 성취할 수 있어야 하며, 법과대학 또한 그 존재의의를 살려 시대적 수요에 맞는 교과운영의 틀을 만들어 나가면서 양자 간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로스쿨제도가 사법시험 못지않은 많은 문제점을 낳게 된 근본원인은 제도도입의 취지와 정반대로, 법조인 양산을 막기 위해 과도한 통제와 규제일변도로 폐쇄적 운영을 강요하는 정책당국의 독선과 무책임에 있다.

로스쿨은 법조인을 대량생산하는 제도이다. 그리고 로스쿨제도는 근본적으로 자율과 경쟁과 친한 제도이다. 로스쿨은 도입하되 법조인배출은 현재수준으로 묶기 위해 총정원도 대학별정원도 정부가 통제하는 바람에, 내용은 사법시험인데도 간판만 로스쿨을 단 기형의 로스쿨이 탄생하면서부터 불행은 예고된 것이었다.

정부의 로스쿨에 대한 과도한 통제로 각 로스쿨별 특성화·다양화교육은 불가능한 채 그저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는 수험학원으로 전락하여 25개 로스쿨이 무미건조한 법조인을 배출하는 공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정원을 옥죄어 로스쿨 진입장벽을 치고, 또 합격율 50%를 전후한 변호사시험으로 로스쿨은 그 목적 실현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있다.

로스쿨 실패의 1차적 책임은 법조의 편을 들어 준 정부에 있다. 원래의 제도의 이념이나 목적·본질에 맞게 로스쿨은 자율과 경쟁에 맡겨야 한다. 인가기준을 충족하면 로스쿨진입이 가능해야 하고, 최소한의 적정정원이 확보되어야 하고, 다양화·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변호사시험의 성격을 바꾸어야 한다. 법조인 배출을 인위적으로 막는 것은 바보짓이다. 로스쿨 진입도, 교육과정도, 법률시장도 자율과 경쟁에 의하도록 하고, 그 평가는 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오직 후견적 역할만 하면 된다. 법조인 수를 줄이자는 쪽으로 로스쿨을 더 이상 재단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법조인의 활동영역을 송무분야를 넘어 예방적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사회 전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야 한다.

로스쿨 도입이후 법학교육 생태계가 완전히 망가져 있다. 학문으로서의 법학도, 학문후속세대양성기능도 사라졌고, 학부에서의 법학교육인구도 급감하였으며, 중고등학교에서는 ‘법과사회’ 교과목 자체가 없어졌다. 각종 공무원시험과목에 법과목이 거의 사라졌다. 우리나라 법학교육의 총체적 발전을 위해서는 법학교육시스템의 정상적 작동이 필요하다. 법조인양성을 위한 실무중심의 로스쿨교육과, 기초·이론법학 중심의 법학교육을 중점으로 하는 법과대학 교육이 통섭하여 상생할 수 있도록 제도적·정책적·입법적 지원이 필요하다.

문제가 복잡할 때에는 원칙으로 돌아가면 된다. 로스쿨제도 도입의 취지나 목적을 되새기면서, 기형의 로스쿨을 정상적인 로스쿨로 돌려놓으면 된다. 입구도 출구도 넓은 로스쿨로 재설계하면 대부분의 문제는 일거에 해결될 수 있다. 이것은 입법사항도 아니다. 정책결정의 문제일 뿐이다. 법과대학은 새로운 법환경에 맞게 교육목표와 목적을 수립하고 법학학문의 연구와 학문후속세대 양성을 위한 선도적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 그리고 로스쿨 교육여건을 갖춘 법과대학이 로스쿨로의 진입이 보장되어야 하고, 로스쿨 목적달성이 어려운 로스쿨은 학부 법과대학으로 복귀할 수 있는 양자 간의 자유로운 입·퇴출이 보장되어야 한다. 로스쿨 진입규제와 로스쿨 총입학정원규제를 풀면 로스쿨과 법과대학의 교육정상화는 자연히 이루어진다. 그렇게 되어야 법학교육의 시너지가 배가되고 법학교육과 법조인 양성이 정상화된다.

이제는 우리나라 법학교육과 법조인 양성의 성공을 위해 법학계와 법조계를 망라한 법률전영역이 총동원되어 머리를 맞대고 진중한 논의를 해야 할 때이다. 반듯한 사법부를 세우고 더 나아가 이 땅에 법의 지배와 법치주의가 만개하기 위한 전제는 바로 법학교육과 법조인 양성이 제대로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