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26)-응원가 저작권 소송

2019-04-12     신종범










신종범 변호사
법률사무소 누림
가천대 겸임교수
http://nulimlaw.com/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지난 주말 올해 처음으로 야구장을 찾았다. 그동안 응원했던 호랑이가 이제 늙고 이빨까지 빠져 괜한 기대에 마음만 상할 것 같아 올해는 승부에 집착하지 않고 그냥 편하게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응원하는 팀들은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찾은 야구장은 여전히 흥에 넘쳤고 그 흥을 돋우는 것은 역시 응원가였다.

작년에 응원가와 관련해서 저작권 소송이 제기된 적이 있었는데 올해 들어 그 1심 판결이 연이어 나왔다. 윤일상씨 등 작곡, 작사가 21명이 라이온즈를 상대로, 작곡가 김창환씨, 주영훈씨가 히어로즈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이 그것이다.

프로야구 응원가에 사용된 곡이나 노래는 음악저작물로 저작권으로 보호된다. 당연히 저작권이 제한되는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한 그 사용을 위하여는 저작권자로부터 허락을 받아야 한다. 각 구단은 응원가로 사용하기 위한 저작권료를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을 통해 저작권자 등에게 지불해 왔다. 그런데, 왜 저작권자들은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했고, 그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어땠을까?

저작권은 단순히 하나의 권리가 아니다. 저작권은 크게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으로 구성된다. 저작재산권은 저작물에 대하여 저작자가 가지는 재산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인데 저작물을 복제하거나 공연, 방송, 전송, 전시, 배포 하는 등 저작물을 이용함으로써 재산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권리이다. 재산적 권리이기 때문에 저작재산권은 이를 양도할 수 있고, 상속의 대상이 된다. 한편, 저작인격권은 저작물에 대하여 저작자가 갖는 인격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이다. 저작물을 공표할 것인지 공표하지 않을 것인지 결정할 수 있는 권리(공표권), 저작물에 자신의 성명 등을 표시할 권리(성명표시권), 저작물의 내용·형식 및 제호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동일성유지권)가 그 내용을 이룬다. 저작인격권은 인격권이라는 특성상 저작자의 일신에 전속하고 양도나 상속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각 프로야구 구단이 응원가로 사용하기 위해 지급하였다고 하는 저작권료는 저작재산권을 대상으로 지급된 것이다. 한편, 저작물 이용에 대한 허락를 받고 저작권료를 지불하였다 하더라도 이용자는 허락받은 이용 방법 및 조건의 범위 안에서만 그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고, 저작물을 이용하면서 저작자의 일신전속적 권리인 저작인격권을 침해하여서는 안된다.

소송에서 곡의 저작권자인 작곡가들은 구단들이 허락을 받지 않고 악곡을 일부 변경, 편곡하여 응원가로 사용한 것은 이용을 허락한 범위를 넘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2차적저작물 작성권[그의 저작물을 원저작물로 하는 2차적저작물(원저작물을 번역ㆍ편곡ㆍ변형ㆍ각색ㆍ영상제작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을 작성하여 이용할 권리]과 일신에 전속하는 저작물의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사용한 응원가들이 기존의 악곡에 대한 사소한 변형을 넘어 기존 악곡을 실질적으로 개변한 것으로서 편곡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2차적저작물 작성권의 침해 주장을, "음악저작물이 응원가로 사용되는 과정에 수반될 수 있는 통상적인 변경에 해당한다" 면서 동일성유지권 침해 주장을 각 배척하였다.

가사의 저작권자인 작사가들 또한 구단들이 허락을 받지 않고 가사를 바꿔 사용함으로써 2차적저작물 작성권 및 동일성유지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원래 가사 중 창작성이 있는 기존 표현이 잔존해 있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가사를 만든 경우 변경된 가사는 독립된 저작물로 볼 수 있어 침해가 인정되지 않는다", "대부분 새로운 가사로 변경하고, 일부 곡은 기존 가사와 변경된 가사 사이 유사한 문구조차 발견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저작권자들의 성명표시권 침해 주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응원가는 주로 야구선수가 등장하는 동안 그리고 투수가 공을 던지고 재정비하는 동안 사용됐는데, 짧은 시간 동안 음악저작자들의 성명을 일일이 표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하면서 이 또한 배척하였다.

저작권법은 저작권자 보호와 함께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통한 문화 및 산업향상의 발전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저작물의 성질이나 이용 목적 또는 형태 등에 비추어 부득히 한 경우 저작인격권이 제한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이번 판결은 수긍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