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6두품의 비애를 아는가?

2019-03-11     김민수 기자

[법률저널=김민수 기자]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1,349달러를 기록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의 조건을 만족하는 ‘30-50클럽’에 7번째로 가입했다고 축배를 들었지만 실제 체감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체감이 어려운 데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부의 양극화 때문일 것이다. 자본주의 특성상 생산수단 소유 여부에 따라 부의 재창출이 이루어진다. 이 때문에 가진 사람의 자산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현실은 이들의 씀씀이에 따라 ‘낙수 효과’를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지금의 현실을 보면 신라 시대 골품제가 떠오른다. 혈통에 따라 성골, 진골, 6두품 등으로 나누었던 이 제도는 개인의 능력이 아무리 탁월해도 오를 수 있는 지위가 정해져 있다. 이 중 6두품은 최대 아찬까지 관등을 받을 수 있었다.

신라왕들은 아찬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둔 이가 있으면 아찬 직위를 하나 더 하사했다. 이처럼 정해진 등급을 벗어날 수 없기에 6두품은 이중아찬, 삼중아찬 등 수평적 신분이동 선에서 일신을 정해야 했다.

신라 때와 달리 현재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신분은 없다. 다만 눈에 보이지 않는 ‘수저 계급’이 있을 뿐이다. ‘은수저 집안에서 태어나다(born with a silver spoon in one’s mouth)’란 표현처럼 능력보다 부모의 재력에 의해 개인의 인생이 좌우될 확률이 높은 세상이 도래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참 슬픈 일이다. 개인이 태어날 것인지 아닌지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수저가 정해진 채 인생이란 긴 레이스를 시작해야 하니 말이다. 물론 부모 탓을 하는 것이 아니다. 부모 또한 원해서 태어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사회 구조적 모순에 의한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존 F. 케네디는 “조국이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해줄지 묻지 말고 당신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지 물어라”는 어록을 남겼다.

시대가 바뀌었다. 이제는 국민이 “당신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지 묻기 전에, 조국이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해줄지 물어라”고 다시 물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