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외시 '한국사·자료해석'에 허찔려

2005-02-28     법률저널

"팔을 위로 올려주세요" 부정방지 진풍경
"감독강화도 좋지만 수험생 인격도 생각해야"
 
맑은 날씨 가운데 바람이 세찬 꽃샘추위로 체감온도는 더욱 내려간 25일. 2005년도 제49회 행정고시 및 제39회 외무고시 제1차시험이 서울, 부산 등 전국 5대도시 15개 고사장에서 일제히 실시됐다. 


특히 지난해 외무고시에 이어 행정고시에서도 올해부터 PSAT와 영어능력검정시험이 도입, 시행된 첫해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수험생들의 관심이 쏠린 가운데 시험을 마치고 나온 응시생들은 체감 난이도가 높은 과목으로 한국사와 자료해석을 꼽았다. 


1교시 치러진 한국사와 헌법은 입법고시보다는 다소 까다롭게 출제됐다는 것이 수험생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특히 한국사의 경우 중국의 '동북정공'을 묻는 시사적이거나 지엽적인 문제에다 수험생들이 중요시 않은 부분에서도 적지 않게 출제돼 꽤 당황했다는 평이다.


일부 수험생들은 한국사는 재앙수준이라며 출제 교수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한국사를 고득점 과목으로 꼽았던 수험생들도 허 찔렸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어려웠다는 분위기다. 


한 수험생은 "그동안 봤던 책들에서 한번도 본적이 없던 문제들도 눈에 띄었다"며 "한국사가 올해 마지막이기 때문에 출제 교수들이 그냥 심술을 부린 것 같은 문제도 나와 과락같은 어이없는 일만 안나오길 기대할 뿐"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헌법의 경우도 난이도가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지만 입법고시보다는 체감 난이도가 높았다는 게 수험생들의 반응이다. 입법고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문이 긴 문제가 많았고, 예년보다 판례문제의 비중이 상당히 높아져 판례에 충실히 대비하지 못한 수험생의 경우라면 상당히 어렵게 느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수험생은 "헌법은 그렇게 어려웠다고는 못해도 확실히 입시보다는 난이도가 높았다"며 "하지만 예년의 행시 주준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법학교육원 최취주 강사는 "예년보다 판례문제가 많이 출제돼 수험생들의 체감 난이도는 다소 어렵게 느껴졌겠지만 의외로 답이 보이는 문제가 상당히 많았다"며 "기본기를 충실히 다지면서 시험에 대비한 수험생이라면 고득점 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교시 언어논리영역은 비교적 무난했다는 게 수험생들이 다수였다. 이미 알려진 대로 지난해 외무고시 출제경향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고, 올해 수험생들이 PSAT에 더욱 친숙해진 점을 감안하면 체감 난이도도 쉬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지난해 외시에 비해 논리학과 상황판단영역의 문제가 다수였던 점과 심리학 등 다양한 전공 영역에서 출제돼 수험생들이 용이하게 접근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수험생은 "시간이 부족하긴 했지만 난이도는 그렇게 높지 않았다며 언어영역에서는 자기 점수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언어논리영역 전문강사인 이관호(한국법학교육원)씨는 "새로운 문제유형이 출제되기도 했지만 지난해 외시 문제의 출제 경향과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인사위의 예제집까지 충분히 학습한 수험생 입장에서는 별로 생소하거나 당황할 이유가 없었다"고 분석했다.


베리타스 언어논리 전문강사인 방재훈씨는 "단순하게 내용의 진위관계를 이해하고 있는가보다는 고도의 사고력과 추론력을 검증하는 문제의 유형들이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며 "논리와 추리부분에 중점을 두면서 다양한 유형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접해야 고득점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3교시 자료해석영역에서는 대다수 수험생들의 반응은 "시간에 쫓겼다",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상당수 찍었다" 등이었다.


문제의 난이도는 지난 입법고시와 마찬가지로 전반적으로는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평소 눈에 익지 않은 자료를 제시한 문제와 계산을 요하는 문제가 상당수 출제되어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 수험생은 "자료해석은 시간적 여유를 갖고 풀면 모를 만한 문제가 없을 정도로 문제의 난이도가 높지 않았다"며 "관건은 시간조절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점수 차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수험생도 "언어논리에 비해 기존 기출문제 대비 새로운 유형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눈에 띄었지만 어렵지는 않았다"며 "하지만 시간이 너무 부족해 5문제 정도는 그냥 찍었다"고 밝혀 시간조절이 결국 당락을 가를 것으로 점쳤다. 


한국법학교육원 자료해석영역 전문강사인 김서진씨는 "이번 시험에서는 난이도 조절에서 평이한 수준의 문제와 시간과 주의력을 요하는 문제가 대비되어 출제되었다"며 "난이도 차이에 따른 문제마다의 시간배정을 요령있게 한 수험생들은 고득점 하였을 것"으로 예상했다.

 

●감독강화...스캐너 등장
이날 시험에는 국가시험 부정행위 방지대책의 하나로 금속탐지기가 처음 등장하는 등 부정방지책이 대폭 강화됐다. 휴대전화 소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전국 15개 고사장에 45개의 금속탐지기가 동원되었다고 인사위 관계자는 밝혔다.


1교시 시험이 시작되기 직전 수험생들은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고 팔을 위로 올려주세요"라는 안내 방송의 지시에 따라 외투를 벗고 소매를 걷어올리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또 답안지 양식도 올해 처음으로 교체돼 '필적 감정용 기재란'이 예년의 '본인은 위 응시자와 동일인임을 확인함'에서 '본인은 답안지 기재 및 표기요령, 응시자 주의사항을 준수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이익을 감수하겠습니다'라고 대폭 확대됐고, '본인 확인용 답변 기재란'도 새로 신설됐다. 대리응시를 막기 위해 혈액형과 가장 친한 친구 3명의 이름 등 본인만 알 수 있는 내용에 대한 질문이 추가됐다.


하지만 일부 수험생들은 1차시험 비중이 큰 7급이나 9급시험도 아닌 고시에서 이렇게까지 무리한 행동을 요구할 수 있느냐며 감독강화에 불만을 나타내 보였다.


한 수험생은 "상의 소매를 팔꿈치까지 내리고 손을 올리라고 하여 지금까지 어떤 시험에서도 보지 못한 무리한 행동을 요구했다"며 "이런 것은 모든 수험생을 잠재적 부정 응시자로 여기는 태도로서 매우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날 응시율은 지난해에 비해 떨어졌다. 잠정집계한 인사위 자료에 따르면 행시는 출원자 1만1천542명 가운데 8천123명인 70.4%의 응시율을 보여 지난해(78.6%)보다 8.2% 포인트나 떨어졌다.


이와 관련 인사위 관계자는 "1차시험 면제제도가 폐지되어 자신이 없는 수험생들과 원서는 접수했지만 시험에 응시할 때까지 영어검정능력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수험생들 때문인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외시의 경우 지난해(80.5%)와 비슷한 80.4%(8,958명)의 응시율을 보였다.


또 정답가안에 대한 이의는 2월 26일(토) 오전 10시부터 3월 5일(토) 10시까지 사이버국가고시센터(gosi.csc.go.kr) '고등고시/정답이의제기 게시판'에 제기할 수 있으며, 최종정답은 3월 16일 수요일 오전에 공개될 예정이다. 행정고시 1차 합격자는 5월 18일, 외무고시는 4월 7일에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본지는 26일부터 합격예측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으며, 3월 14일 예상합격선을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