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사법연수원 1·2등 사상 첫 지방대 출신 차지

2019-01-16     이상연 기자

출신대학 다양…고려대 3명·서울대 2명 등
재판연구원 4명·대형로펌 3명·검사 1명 등

[법률저널=이상연 기자] 사법연수원 역사상 처음으로 수석과 차석 모두 비(非)수도권 대학 출신이 차지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게다가 1·2등 모두 법학 비전공자여서 눈길을 끌었다.

흔히 ‘사법연수생은 연수생이 아니다’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국내 최고의 시험인 사법시험에 합격한 인재들이 고시생 시절보다 더 치열하게 공부하기 때문이다.

합격 후 2년간 교육을 받는 사법연수원에서의 성적이 재판연구원·검사 임용과 대형 로펌 취직 등 진로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경쟁이 대단하다.

연수원에서 한 학기에 배울 과목이 9∼10개 정도에 달해 좋은 학점을 받기가 쉽지 않다. 특히 주요 과목에 해당하는 법률실무는 1년 동안의 성적을 합산하여 성적을 매기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공부할 분량도 고시생 시절보다 훨씬 많은 데다 몇 년 동안 7과목을 공부하는 사법시험에 비해 연수원 시험은 3, 4달 만에 10과목의 시험을 치러야 하니 스트레스가 대단하다.

이런 혹독한 연수원 과정을 이겨낸 만큼 이들은 법조인으로 강해져 있다. 의지와 노력만으로 이 자리까지 온 사법연수원 수료생들은 살아있는 희망의 증거다.

14일 경기 고양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제48기 사법연수생 수료식에서는 열 명의 연수생이 우수상을 받았다. 수석 수료자로 대법원장상을 받은 김진수(30) 씨는 부산대를 졸업했다. 게다가 그는 법학 전공자가 아닌 이공계 출신의 기계공학 전공자로 1위를 차지해 관심을 모았다. 그동안 수석 가운데 법학 비전공자는 한 손에 꼽힐 정도이고 그마저도 서울대와 고려대뿐이었다.

김 씨는 사법연수원 최초의 비수도권 대학 출신 수석인 셈이다. 47기까지 연수원 수석은 서울대 출신이 41번이었고 고려대가 4번을, 연세대·성균관대 출신이 1번씩 차지했다. 최근 10년간으로 좁히면 수석을 배출한 학교는 서울대와 고려대가 독차지했다.

차석으로 법무부장관상을 수상한 이제하(31) 씨도 영남대 출신이다. 그의 전공도 법학이 아닌 약학이었다. 이 씨는 사법시험도 재시로 2년 만에 합격할 정도로 두각을 드러냈다.

3위로 대한변호사협회장상을 수상한 이하린(32) 씨는 서울대 출신으로 법학 전공자였다.

수석인 김 씨와 차석인 이제하 씨는 나란히 김앤장 법률사무소로 취업했다. 이는 최근 연수원 성적 우수자들의 대형 로펌 선호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하린 씨는 지난해 신설된 대법원 법률조사관(전문 임기제 공무원)으로 취업했다.

이어 4위부터 수여되는 사법연수원장상은 임지은(31), 최명훈(25), 조연수(26), 박정아(26), 함석욱(29), 신경주(33), 김관영(31) 씨 등의 순으로 수상했다.

4위부터 10위까지는 재판연구원 진로가 4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김앤장 법률사무소, 검사가 각 1명이었다. 재판연구원은 법원 소속 임기제 공무원으로서 재판에 필요한 조사 및 연구를 수행한다.

48기 수료자 중 나이가 가장 어린 최명훈 씨는 군법무관으로 입대하게 된다. 최 씨는 2016년 제58회 사법시험 합격 당시에도 관심을 끌었다. 1차와 2차 첫 응시면서도 동시에 합격한, 소위 ‘생동차’ 합격자로 눈길을 끌었다. 당시 2차 합격자 109명 가운데 동차 합격자는 18명(16.5%)이며, 그중에서 첫 응시에 모두 합격한 생동차는 그가 유일했다.

특히 그는 법학 비전공자이면서도 1년 5개월이라는 믿기지 않은 기간에 당시 22세의 나이로 사법시험 합격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법률저널에 실린 그의 합격수기도 인기를 끌었고, 합격수기 조회수도 17만8300여 회에 달한다.

성적 우수 수상자 가운데 법학 전공자는 3명에 불과했다. 이는 로스쿨 설치 대학의 법과대학 폐지와 더불어 사법시험 폐지 로드맵에 따라 법학 전공자의 신규 진입이 적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47기 수료자 중 성적 우수자는 법학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수상자 10명 중 7명이 법학 전공자였다. 우수상 수상자 가운데 여자는 이하린 씨 등 4명인데 반해 남자는 6명으로 우세했다.

대법원장상을 비롯해 성적 우수상을 받은 수료생 10명 가운데 출신대학은 예년보다 더욱 다양해졌다. 그동안 연수원 우수상은 절반 이상 서울대 출신이 차지할 정도로 초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 서울대 출신은 2명에 불과했다. 고려대가 3명으로 가장 많았다. 연세대는 한 명도 없었다. 이밖에 부산대, 영남대, 경희대, 국민대, 경찰대 등이 각 1명으로 출신대학이 다양했다.

한편, 지난 10일 기준 48기 사법연수생 취업률은 47.3%로 지난해 반짝 50%대를 회복한 뒤 다시 40%대로 떨어졌다.

사법연수원 측은 “경기침체, 경력자 선호, 사법연수원 수료자 감소 등으로 공공기관에 임용되는 인원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면서 “대부분 수료생들이 취업하기까지는 앞으로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47기도 수료 시점 기준 취업률은 50.3%에 불과했지만 7개월 뒤에 다시 집계한 취업률은 98.7%에 달해 사실상 전원 취업한 셈이다.

2020년 1월에는 2018년 3월에 입소한 49기 사법연수생 약 65명이 수료할 예정이다. 2019년 3월에는 제50기 사법연수생으로 1명이 입소할 예정이다.

2017년을 끝으로 사법시험이 폐지되면서 사법연수원은 그간 입대로 입소를 미뤘던 조우상(34) 씨를 오는 3월 유일한 50기로 입소시킨 뒤 신입생을 뽑지 않는다. 49기가 연수원에 여전히 남아 있지만 1년 차 교육은 조 씨 혼자 받는다.

사법연수원은 “종래 집단적 수습체제에서 48년간 쌓아온 노하우에 1인 수습의 유연성을 접목해 국내 최고의 법조인 양성기관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교육과정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1대1 멘토링 시스템, 연수생 주도형 학습 프로그램 및 다양하고 전문화된 실무수습 등을 통해 마지막 사법연수생이 수료할 때까지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는 법조인 양성이라는 국민의 기대에 능동적으로 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법연수원 측은 “1대1 멘토링 시스템 등으로 마지막 연수생이 수료할 때까지 법조인을 양성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