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은 기득권에 유리...우회로 도입 절실”

2018-12-19     안혜성 기자

대법협, 변호사 예비시험 도입 간담회 개최
“예비시험 도입하려면 ‘여론 조직화’ 필요”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진학하지 않아도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주는 예비시험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여론의 조직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대한법조인협회(회장 최건, 이하 대법협)는 18일 변호사예비시험제도와 관련된 활동 현황을 점검하고 도입을 위한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변호사예비시험제도 도입을 위한 간담회’를 고시촌 대학동 주민센터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간담회는 사법시험 존치 및 예비시험 도입을 위한 활동의 경과와 현황을 짚어보고 향후의 대책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으로 이뤄졌다. 특히 예비시험을 도입하기 위해 필수적이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여론의 조직화’가 중요한 과제로 부각됐다.

먼저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의 이종배 대표는 “고시생들은 법조인 선발에 있어 로스쿨이 아닌 다른 우회로가 시급히 도입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법시험 부활, 예비시험 도입, 방통대 로스쿨 설립 등 다양한 우회로 도입이 간절한 상황”이라고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고시생들이 당면한 상황에 대해 전했다.

그는 “고시생들은 예비시험 법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원하는 법안과 빅딜을 하는 방법, 로스쿨의 문제점을 꾸준히 제기하거나 우회로 도입의 당위성을 국민들에게 전파하는 등 여론을 모아 정치권을 압박하는 방법 등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도 큰 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현실적인 한계가 있고 결과를 도출할 정도의 여론 형성은 어려울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다는 점은 인식하고 있지만 상황에 맞게 대응하면서 우회로 도입의 불씨를 살려두고 기회가 왔을 때 동력을 집중해 우회로 도입을 위한 운동을 대대적으로 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기득권에는 여야가 없다. 로스쿨은 기득권 자녀에게 너무 유리한 제도다. 쉽게 바꾸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해관계가 없어도 공정성에 대한 가치를 통해 국민들의 의견을 모으고 끝까지 투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봉주 변호사는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의 예비시험 도입 법안과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헌법소원 등 예비시험 도입과 관련된 활동에 대해 소개했다.

고 변호사는 “로스쿨은 경제적 능력에 따라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차단돼 법조인 지위의 세습이 강화되고, 고졸이나 검정고시 출신은 판검사가 될 수 없어 직업공무원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으며, 몇 번의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로스쿨 입학 및 로스쿨생들의 취업 등의 불투명성과 불공정성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이에 지난 3월 12일 백원기 대한법학교수회 회장 외 3명이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11명의 변호사들이 공동소송대리인으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위 헌법소원심판청구가 9월 8일 기준으로 이해관계기관 등으로부터 의견 취합을 하고 검토 중에 있다. 변호사예비시험제도 도입에 대한 국민들의 적극적 관심과 지지가 있어야 이해관계기관의 의견에 반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태진 변호사는 입법과 사법, 행정 각 영역에서의 현황 및 전망에 관해 발표했다. 조 변호사는 “입법 분야에서는 사법시험 존치 법안 당시와 달리 국회의 인식, 관심 자체가 부족하다. 오신환 의원안 외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사법 분야에서는 헌법소원이 진행되고 있다. 공개변론까지 염두에 두고 준비하고 있으나 헌법재판소가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질지가 관건이다. 국민 여론의 더 많은 지지와 관심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행정 분야에 대해서는 “이번 정부에서는 기대하기 어렵고 과거 정권의 예를 보더라도 확고한 의지가 있는 정부가 출범하기까지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회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사회 기득권층 자녀들 중 로스쿨 진학, 출신자들이 늘어나는 것은 부담이 된다. 서울지방변호사회나 대한변호사협회에서도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주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기득권과 어떻게 싸울까를 생각해야 한다. 기득권이 아닌 사람들의 힘을 조직적으로 모아 힘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 상황이 부정적인 측면은 있다. 하지만 다들 로스쿨이 도입되지 않을 것이라고 봤지만 의외의 상황으로 통과됐던 것처럼 계속 추진하고 꾸준히 관심을 가지면 언젠가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건 변호사는 로스쿨측의 활동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실무수습 기간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로스쿨생들이 대대적인 시위에 나서 제시된 안 중 가장 짧은 기간의 안이 채택된 사례와 법무부가 사법시험 4년 유예안을 제시했다가 로스쿨 측의 반발에 부딪쳐 철회했던 사례 등을 소개하며 적극적인 요구와 의견 표명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국민의 75~80%는 사법시험 또는 이와 유사한 제도를 선호하고 있다. 예비시험에 찬성하는 수치는 이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20~30대 사이에는 입학 및 취업 과정이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팽배하고 정부에 대한 불만이 증가하고 있는데 조직화되지 못한 관계로 국회는 여론을 수렴하지 않고 있다”며 고시생들과 변호사들, 유권자로서의 지역주민이 각자가 할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해 법안 통과를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스쿨 제도에 대한 또 다른 우회로로서 방송통신대 로스쿨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최 변호사와 고 변호사, 조 변호사 모두 ‘학사관리 부실’에 대한 우려를 보였다. 현행 전일제 로스쿨에서도 학사관리 문제가 불거지는 상황에서 방통대 로스쿨의 학사관리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것.

고 변호사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도 방통대 로스쿨을 반대하는 의견이 더 많다. 학사관리가 가장 큰 문제다. 현 로스쿨도 학사관리 문제가 있는데 방통대 로스쿨이 도입되면 더 부실화되고 변호사의 위상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들이 많다”고 전했다.
 

조 변호사는 “로스쿨 교육의 가장 큰 문제가 부실함이다. 교과서가 안 나오는 것도 보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제도를 도입하면서 전문성에 대한 광고를 엄청나게 했는데 실상을 보면 그런 과목들은 다 폐강된다. 기존 로스쿨도 그런데 방통대 로스쿨은 얼마나 부실하겠는가. 방통대 로스쿨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이어 “예비시험과 로스쿨을 경쟁하게 해야 역설적으로 로스쿨도 발전할 수 있다. 로스쿨은 예비시험 도입 주장을 도전을 받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자신이 있다면 오히려 하라고 해야 하지 않나. 자신이 없으니까 예비시험을 도입하면 로스쿨이 망한다는 이상한 논리를 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방법적인 측면에서는 로스쿨 제도에 대한 비판 보다는 예비시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도입을 요구하는 쪽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