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등 공무 연관성 입증 어려운 질병도 공상 인정해야”

2018-11-28     이인아 기자

고위험 현장근무 소방공무원 재해보상제도개선 심포지엄
소방관 폭행 민원인 처벌‧공상인정 및 순직처리 등 논의
"심의시 의학적 인과관계보다 소방관 제반사항 고려돼야"

[법률저널=이인아 기자] 암, 백혈병, 심장마비 등 소방 공무상 연관성 입증이 곤란한 질병도 공상 승인 및 순직처리가 돼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소방관을 폭행하는 민원인 처벌을 강화하고, 현장 활동 시 민원인으로부터 제기된 고소‧고발 건에 대해 소방관이 부담하는 민‧형사상 책임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는 지난 27일 홍익표 의원(더불어민주당), 소방청(청장 조종묵),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서 열린 ‘고위험 현장근무 소방공무원 재해보상제도 개선 심포지엄’에서 다뤄졌다.
 

이 날 김학자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장이 좌장을 맡았고 주제발표자로 주어진 변호사(대한변협 소방관법률지원단운영위원회 간사), 이용재 변호사(대한변협 소방관법률지원단운영위원회 위원), 남화영 소방청 소방정책과장이, 토론자로는 이찬희 인사혁신처 재해보상정책담당관, 정경숙 한림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하종봉 부산소방안전본부 보건안전팀장 등이 나섰다.

이들은 소방공무원 재해보상을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며, 특히 소방 공무상 연관성 입증이 곤란한 질병에 대한 공상 승인 및 순직처리가 보다 신속히 이뤄져야 할 것을 촉구했다.

현재 소방관 현장 활동 시 발생한 직접적인 부상 등에 대해서는 공상 승인이 되고 있으나, 암이나 백혈병 등 희귀 질병을 얻었을 때에는 공상 인정이 잘 되지 않고 있다. 그 질병이 과연 소방 공무 수행으로 인해 얻어진 것인지 아닌지 그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입증해야 함에 따라 공상 인정 비율이 낮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

가령 한 소방관이 구조 활동 중 다리를 다쳤고 몇 달 후 희귀 암에 걸렸다고 할 경우 다리를 다친 것에 대해서는 공상 인정이 되나, 암에 걸린 사실에 대해서는 공무상 연관성을 따져 명확하게 입증돼야만 공상 인정이 된다. 소방관 출동 횟수, 현장 활동 기간, 현장에서 노출된 발암물질 농도 등 의학적 인과관계를 정확하게 따져 공무상 연관성을 입증하는 게 관건이라는 것.

하지만 그것을 입증하기까지 소방공무원이 받아야하는 정신적 고통이 너무 크고, 인과관계를 따지는 게 엄격해 소방관 공무상 활동이 해당 질병을 야기했는지 입증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어 이같은 재해보상제도는 완화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남화영 소방청 소방정책과장은 “최근 5년간 공상 승인 비율은 평균 90.3%다. 2,445개 공상 신청 건 중 2,208명이 승인됐다. 하지만 2016년~2017년 암 등 희귀질환 관련 공상은 요청 21건 중 12건만 인정돼 57%의 승인율을 보였다. 공상 불승인 건의 약 80%는 질병 및 희귀질환 관련한 것”이라고 실태를 전했다.

하종봉 부산소방안전본부 보건안전팀장은 외국의 재해보상제도를 들며 주장을 피력했다. 그에 따르면 독일, 미국의 경우 직업병에 대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되는지의 인정기준은 다르지만 독일은 세부적으로 직업병에 대해 나열해놨고 미국은 직업병과 공무상의 연관관계를 국가에서 입증토록 명문화시켜놨다.
 

그는 “우리나라도 일반 근로자를 위한 산업재해보상법 시행령에서는 독일과 마찬가지로 질병유형별로 구체적인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을 규정하고 있으나, 공무원 재해보상법에서는 세부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 공무상 재해의 인정에 논란이 야기되고 있는 것”이라며 “향후 독일과 우리나라의 산업재해보상법 시행령처럼 공무원 직종별로 직업병 유형을 구체화해 법률에 적시하던지, 미국과 같이 공무상 재해에 대해 국가가 입증책임을 지는 법안을 마련해 공무상 재해로 인한 불이익을 받는 공무원이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희귀암 등 질병의 원인이 불명확하다고 공상 인정하지 않는 것은 개선돼야 한다. 너무 엄격하게 적용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심의과정에서 의학적 인과관계만 중시하는 것 같은데 소방관의 근무 환경 등 여러 제반사항이 더 고려돼야 한다”며 “소방공무원이 소송으로까지 가지 않기를 바란다. 의학적으로 확실한 입증이 아니라 업무 연관성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추정되면 공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소방관의 현장 활동 후 또는 훈련 중 사망 등도 인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찬희 인사혁신처 재해보상정책담당관은 “열심히 해도 소방공무원 분들의 빈자리를 메꿀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말씀해주신 의견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라며 “다만, 어느 특정직에 불리하거나 유리하게 할 수는 없다. 소방공무원의 암, 희귀병 공상은 발병요인이 명확하지 않아 입증이 쉽지 않다. 어느 정도 이상 활동을 해야 벤젠 등 발암물질에 노출되는지 기준을 만들고 적용을 해야 한다. 직종이 아닌 보다 직접적인 요인을 찾기 위해 질병판정 매뉴얼을 개발 중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사혁신처는 공무상 재해에 대한 국가의 책임강화를 위해 지난 3월 새로 제정된 공무원 재해보상법을 시행하고 있고 향후 예방사업에도 중점을 둘 것이다. 예방도 고려해 달라”며 “우정본부, 경찰, 여러 행정 기관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 소방 측도 기회를 줬으면 한다. 열린 마음으로 소방청과 대화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주어진 변호사는 민원인이 공무 중인 소방관을 폭행해 상해를 입혔을 시 3년 이상 유기징역, 사망에 이르게 하면 5년 이상의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으며, 민원인으로부터 고소‧고발을 당했을 경우 제대로 된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