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진정 들어야 하는 이야기

2018-11-22     안혜성 기자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최근 변호사시험을 개선하기 위한 공청회에 다녀왔다. 이번 공청회는 변호사시험 중에서도 선택과목의 논술형 시험을 폐지하고 대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내에서 이뤄지는 교육과 평가로 대체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미 오래 전부터 논의가 있던 내용이라 특별히 새롭다고 할 만한 부분은 없었지만 주제발표를 통해 제도 변경이 이뤄질 경우의 대략적인 윤곽을 볼 수 있었던 점은 공청회의 성과였다고 본다.

사실 기자에게는 교수들이나 로스쿨 제도 변화의 직접적인 영향에서는 한 발 물러난 위치의 로스쿨 출신 법조인들의 이야기보다는 로스쿨생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이 큰 수확이었다. 여러 해 수험전문지의 기자로 근무하면서 수많은 수험생들을 만났지만 깊이 있고 진솔한 대화는 많이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직접적인 만남이나 대화의 기회가 적은 것은 물론 온라인을 통한 접근도 쉽지 않은 폐쇄적인 구조로 인해 로스쿨생들과의 대화는 항상 아쉬웠다.

제도의 도입 및 발전 과정에서 워낙 진통이 많았고, 한 단체의 구성원이 내부에서 그 단체에 대한 평가를 솔직하고 개방적으로 하기 어렵다는 일반적인 특성도 폐쇄적·방어적 구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기자로서는 역시나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취재 현장에서 만난 로스쿨생들을 통해 듣는 이야기들이 있긴 하지만 빈도가 높지 않고 한정된 시간의 문제, 지나치게 개인적이거나 예민할 수 있는 소재라 기사화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등의 한계가 있다. 때문에 이번 공청회에서 로스쿨생들의 진솔한 우려나 바람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기자에게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공청회에 참여한 로스쿨생들은 당초 도입 취지와 달리 전문성 있고 다양한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고 고시로서의 변호사시험 합격을 위한 공부에 매몰돼 있는 현행 로스쿨 교육에 대한 큰 우려와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로스쿨에 진학하면서 기대했던 것과 다른 교육 환경에 느끼는 불만과 걱정이 수많은 토론회나 공청회에서 들었던 어떤 발제자나 토론자의 말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변호사시험 합격 경쟁 속에서 분초가 아까울 로스쿨생들이 공청회까지 와서 의견을 전달했다는 것은 그만큼 그들에게 중요하고 절박한 문제라는 증거일 것이다. 12년간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다 교육전문 법조인이 되고 싶어 로스쿨에 진학했다는 로스쿨생의 이야기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는 법조인이 돼서 해결하고 싶은 교육 문제 등에 관한 생각을 진솔하게 자기소개서에 담아 지원한 로스쿨에서 탈락했는데 다음해 자기소개서에는 변호사시험에 합격할 수 있는 수험적합성을 갖췄다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기술했더니 다른 정량적 요소가 오히려 전해보다 부족했음에도 합격했던 경험부터 교육전문 법조인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관련 교과목은 전혀 듣지 못하고 변호사시험 위주로만 고시생처럼 공부해야 하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까지 진솔하게 털어놨다. “만약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로스쿨 폐지 대국민 운동을 벌일 것”이라는 강경한 발언에서 현 상황에 대한 절박한 문제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자의 개인적인 견해를 떠나서 그 동안 로스쿨 제도를 둘러싼 수많은 논의가 이뤄지는 동안 정작 제도 안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로스쿨생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많이 수렴이 되고 반영이 됐는가 하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물론 직접 이해당사자라는 점은 객관적이고 발전적인 논의라는 측면에서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인생을 걸고 로스쿨에 들어온 그들의 의견은 로스쿨과 관련된 논의에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많은 법과 제도가 현실과 괴리돼 있는지 생각해보라. 진정 들어야 하는 이야기를 놓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