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실무수습으로 프로듀스 101?” 변호사들 우려

2018-11-20     안혜성 기자

대한법조인협회 “현행 실무수습 제도에 대한 고민 없어”
교육부실·노동착취 문제 지적…법조 희화화 가능성 제기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예비 변호사 및 로스쿨생의 실무수습 과정을 다루는 예능 프로그램이 제작될 예정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변호사들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인턴’이라는 가칭으로 준비되고 있는 해당 예능 프로그램은 전문 직업의 수습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다루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직업군 중 먼저 변호사가 되는 과정을 다룰 예정이다. 특히 예비 변호사와 로스쿨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며 이들 중 합격자는 법무법인에 실제 채용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한법조인협회(회장 최건, 이하 대법협)는 성명을 통해 “법조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없이 흥미 위주로 제작하려는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들에게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대법협은 “대한민국 법조에는 그들이 말하는 ‘예비 변호사’는 존재하지 않을 뿐 아니라 현행 제도 하에서는 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들은 실무수습을 받을 수도 없고 변호사로 채용될 수도 없다. 제작진들은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려는 노력은 소홀히 한 채 흥미 위주의 프로그램을 제작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해당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실제 사건이 직·간접적으로 방송될 경우 의뢰인들이 입게 될 피해와 여론 재판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시했다. 대법협은 “국민들로 하여금 법조에 대해 잘못된 인상을 심어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법조가 희화화될 가능성도 상당하다”며 우려했다.

무엇보다 현행 ‘실무수습’ 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 부족을 큰 문제로 꼽았다. 현행 제도 하에서는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후 6개월의 실무수습을 거쳐야 사건을 수임할 수 있는데, 제도의 취지에 맞게 충실한 수습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신규 변호사들의 불안정한 고용을 야기하고 소위 ‘열정페이’로 표현되는 열악한 근무환경을 조성하는 직·간접적 원인이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대법협은 “사법시험 출신 변호사들로 구성된 우리 단체는 그 동안 사법시험 등 공정한 법조인 선발제도가 필요하고 실무수습 제도 역시 실질화 돼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그러나 그와는 별도로 기존 로스쿨 출신 변호사 및 로스쿨 재학생들도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법무법인 또는 법률사무소들이 교육 명목으로 최저 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당을 지급하고 실무수습 변호사를 채용하는 것도 지양돼야 하고 수 명의 변호사에게 수습 기회를 부여한 다음 마음에 드는 일부 변호사만 채용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법협은 “해당 예능 프로그램은 노동착취로 흐르고 있는 현행 실무수습 제도가 마치 당연한 것이라는 전제 하에 진정한 교육의 장이 돼야 할 실무수습 과정을 진지한 고민 없이 가볍게 다루려고 하고 있다. 더 이상 법조를 희화화하고 인기투표의 장으로 삼는 것 역시 중단하라”고 주장하며 프로그램의 기획을 포기하거나 대폭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를 향해서도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을 위한다는 달콤한 말 대신 실질적으로 그들의 위상 하락과 노동 착취를 막기 위한 노력을 행동으로 보여 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