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청춘의 모습

2018-11-10     이인아 기자

[법률저널=이인아 기자]삼선슬리퍼에 늘어진 츄리닝, 빵빵한 책가방, 두꺼운 안경, 질끈 묶은 머리... 2평 남짓한 고시원에서의 한 끼... 우리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공무원시험 수험생들의 모습이 아닌지 모르겠다.

공부만 하는 수험생이기에 꾸미지 않는 게 오히려 학생 본연의 모습에 충실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겠지만, 기자는 어느 정도 자기관리를 잘 하는 사람이 수험생활도 잘한다고 생각한다.

취재 중 만난 여러 합격자들은 보면 실제 예쁘고 잘생긴, 자기관리를 잘 한 모습을 가진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이 같은 사실이 기자의 생각에 힘을 더하는 것 같다. 기자가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점점 달라지고 있는 수험생들의 모습을 가볍게 한 번 꺼내보려 함이다.

요즘 노량진에 있는 수험생들을 보면 화장도 하고 예쁜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여자수험생이 눈에 띈단다. 또 깔끔하게 관리된 헤어와 잘 다듬어진 몸매로 훤칠함을 자랑하는 남자수험생도 많단다. 노량진에 있는 안경집에는 컬러렌즈가 너무 잘 팔리고 스타벅스 등 카페는 자리가 없어서 그냥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단다.

또 새우잠 자는 원룸, 고시원보다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발 뻗고 편히 잘 수 있는 오피스텔형의 거처를 선호한다고 한다. 옛날같이 수험생이라고 대충하고 사는 게 아니라, 이제는 할 수 있는 최대 범위에서 개선된 환경을 만들어 가면서 수험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험생도 영락없는 20대다. 꽃 같은 나이에 비록 수험생의 길을 택했으나 그렇다고 이들이 청춘을 포기한 건 아니다. 그럴 이유도 없다. 외모도 보기 좋게 꾸미고, 커피숍 가서 수다도 떨고 친구에게 새로 산 시계 자랑도 해보고, 한강이 보이진 아니더라도 아침에 햇살 받으며 일어날 수 있는 곳에서 수험생활을 이어가는 것, 그 또한 수험생들이 청춘을 표현할 수 있는 작은 방법 중 하나는 아닌가 싶다.

수험생이 무슨 멋을 내고 좋은 것을 찾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개천에 용난다는 말이 무색한 요즘 자기관리 잘하고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는 수험생일수록 합격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건 당연한 결과이지 싶다.

또 청춘에게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사랑이다. 아무리 자기 할 일이 바쁘다고 혈기왕성한 청춘남녀가 연애를 안 한다는 건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사랑에 빠지자니 공부에 방해가 될 수도 있어 불안하기도 하다. 기자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수험생들의 연애에 대해 궁금함이 있었는데, 최근 수험생들 연애 트렌드에 대한 말을 들은 후에는 이런저런 기분이 교차됐다.

아무래도 수험생끼리 연애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같은 수험생이고 그 입장을 잘 알다보니 서로 헤어져도 아프지 않을 만큼만 감정을 나눈다는 것이다. 그게 어느 누가 그렇게 하자고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서로 암묵적으로 그런 생각에 공감하고 그렇게 딱 그 선까지만 연애를 하다가 헤어질 땐 미련 없이 헤어진다는 것이다.

때문에 사귈 때도 서로에게 바라는 게 많이 없고, 헤어져도 상대방 때문에 상처나 아픔이 덜해 공부 중 리스크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기적인 것이고, 어떻게 보면 합리적인 것인데 기자는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꼭 그래야 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기엔 아직 젊지 않나 싶은 것이다. 뭐가 옳고 그른지 정답은 없다. 확실한 건 수험생들도 청춘이라는 것 그리고 그들의 모습은 조금씩 변화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