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로스쿨 출범 10년, 사법시험 폐지 1년

2018-11-08     이성진 기자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일회성 선발시험을 지양하고 교육에 의한 인재양성을 한다며 ‘사법시험·사법연수원’에서 ‘법학전문대학원·변호사시험’로 법조인력양성제도가 전환됐지만 오히려 두 체제를 향한 가부(可否) 평가는 팽팽하기만 하다.

2009년 로스쿨 출범과 동시에 법학계에는 신조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로퀴’ ‘사시충’이 대표적이다. 전자는 “로스쿨 바퀴벌레”의 준말로 실력없는 로스쿨생들이 법학계를 갉아먹는다는 뜻이다. 후자는 “사법시험 벌레”라는 의미로 3%안팎의 합격률에 사시준비생들은 가족 등 주변인들에게 피해를 주는 식충과도 같다는 것이다.

온라인 등에서 로스쿨 또는 사법시험 등과 관련한 뉴스가 뜨면 댓글에서는 로퀴, 사시충이라는 단어가 홍수를 이뤘고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나름 건전한 비판이라며 문제점을 지적하는 댓글을 올렸다간 이같은 단어들에 호된 상처를 받곤 한다.

이는 비단 학생, 수험생간만의 대립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사법시험 존치를 주창해온 법과대 교수들과 로스쿨 일원화만을 고집해 온 로스쿨 교수들 간에도 곱지 않은 공격적 단어가 등장해 왔다.

법조인력양성권을 상실한 법과대 교수들은 로스쿨·변호사시험을 두고 입시 불공정, 변호사시험 불신 등의 이유로 “음습한 밀행주의”라며 극단적으로 대응해 왔다. 여기에 화가 난 로스쿨 교수들은 기존 사법시험을 두고 “60만 고시낭인”이라며 맞받아치곤 했다. 솔직히 어느 쪽이 먼저 자극을 했는지는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전자에 대해 후자는 “뭐가 밀행이냐”며 따지고 후자에 대해 전자는 “제자들을 모두 낭인으로 치부하느냐”며 반발하곤 했다.

한 법과대 교수는 수년전 “옥동자를 기대했는데 사생아가 태어났다”며 “로스쿨은 분명 옥동자로 키워야 한다”고, 그러기 위해서는 로스쿨 제도의 본질적 초심으로 돌아갈 것을 주장하기까지 했다. 최근 모 로스쿨 교수는 세미나에서 사법시험을 두고 “도박”이라고 표현했다. 사법시험 존치측의 ‘로스쿨=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에 반박하며 “한 번의 시험으로 평생을 보장받겠다는 도박심리”라고 한 것이다.

로퀴, 사시충, 밀행주의, 현대판 음서제, 사생아, 도박 등 불과 10여년전까지만 해도 듣도 보도 못한 용어들이 이제는 법조·법학계에서 흔히 쓰이는 단어가 됐다. 이러다 우리말 대사전에 오르지는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 외에도 기상천외한 신조어들이 있었던 것 같지만 일일이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

최근 한 토론회에서 기자는 로스쿨 옹호측과 사법시험 존치측 간의 상호대립을 우려하며 로스쿨 일원화든, 사법시험 또는 예비시험과의 병존이든, 이젠 입법부의 빠른 결단이 필요하고 주장한 바 있다. 법조·법학계의 출신 간 극한 대립과 불협화음은 결국 국민 모두의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에 한 방청객은 “법조화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공정한 사회가 더 중요하고 어느 제도가 국민에게 유익한 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며 원론을 강조했다.

이후 “어느 제도가 국민에게 유익한 지...”라는 이 방청객의 주장이 기자의 뇌리를 맴돌아 왔다. 그러면서 ‘분명 맞는 말인데, 과연 양측이 서로 양보를 할까? 로스쿨은 제도를 위한 제도로 변질된 듯하고 사법시험은 이미 폐지됐고 예비시험은 모두 시큰둥하고 야간통신로스쿨은 거들떠보지 않는데... 모두가 약만 오를 대로 오른 극한 대립 구조인데...’라는 의문 또한 지워지지 않고 있다.

동일한 법서(法書)를 대하는데 이해관계에 따라 내용은 다른가? 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적이 된 작금의 법학·법조계의 모습이 씁쓸하기만 하다. 사법농단에 울분을 삼키는 국민들을 위해 법학 발전, 법률서비스 향상에 힘을 쏟아야할 법학·법조계가 법조인력양성제도에 여전히 발목이 잡힌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