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할로윈 데이’와 ‘10월의 마지막 밤’

2018-11-02     신희섭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2018년 10월 31일 밤이다. 10월 31일 즉 10월 마지막 날, 마지막 밤이다. 무엇이 떠오르는가?

‘10월의 마지막 밤’과 ‘가수 이용’? 아니면 ‘할로윈데이’? 만약 ‘10월의 마지막 밤’이 떠오른다면 나이가 좀 있는 세대다. 반면에 ‘할로윈데이’가 떠오른다면 젊은 세대일 것이다. 여기에도 세대차이가 있다.

10월의 마지막 밤인 10월 31일 밤에 운 좋게도 학생들과 수업을 할 수 있어서 물어보았다. 주로 20대인 학생들에게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라는 노래를 아는지. 아는 학생이 몇 명 없었다. 1960년대 생들과 1970년대 초반 생들에게 스타였던 ‘이용’이라는 존재는 노랫말처럼 이제 다음 세대에게는 “잊혀져”가고 있다.

연령이 낮아질수록 10월 31일을 ‘할로윈데이’로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이태원. 클럽. 축제.

실제 요즘 유치원과 초등학교 아이들은 학교나 학원에서부터 친구들과 할로윈데이 용 초콜릿이나 과자를 나눠 먹는다. 중학교 학생들 사이에는 할로윈데이용 복면도 유행한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켈트족의 귀신과 악령을 쫓아내는 문화가 한국에서 유행하게 된 시점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할로윈데이가 사회적으로 이야기되기 시작했다. 이유가 무엇인지 자세히 조사는 안 해봤지만 몇 가지는 추정할 수 있다. 외국유학생과 외국경험자들이 늘어난 상황에 클럽에서 할로윈파티를 한 것이 유행에 불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10월이라는 놀기 좋은 가을이란 시간요인도 있다. 상대적으로 크리스마스가 춥고 가족적인 분위기라면 할로윈 데이는 딱 놀기 좋은 계절이다. 이색적인 문화적 경험도 한 몫 한다. 게다가 가면과 분장 뒤에서 자신을 지우고 놀 수도 있다. 옥토버 페스타는 맥주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만 맥주를 팔 수 있다. 그러나 호박 등을 사겠다는 어린아이나 클럽을 가고자 하는 청년층 등 더 많은 세대를 끌어들일 수 있는 할로윈 데이는 마케팅에 최적이기도 하다. 마치 ‘빼빼로데이’처럼.

‘꼰대 세대’로서 할로윈데이를 비판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밋밋한 일상에 새로운 활력을 주는데 왜 비판하겠는가! 그보다 주목할 것은 이 현상이 한국에서 문화적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미국에서 1930년대 이후 아이들이 과자를 얻으러 다니면서 유행이 된 것처럼. 이렇게 발전하다보면 나중에는 크리스마스보다 더 중요한 이벤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캐롤처럼 할로윈 노래가 울려 퍼지고 백화점에 귀신이 달리고 악령 케이크를 자르면서 뭔지 모를 축하를 할 수 있다.

문화는 변한다. 그런데 세대별로 좀 다르게 변화한다. ‘보리고개 세대’인 노년 세대에게 할로윈은 큰 의미가 없다. ‘꼰대 세대’인 중년들에게는 할로윈은 자식들 때문에 지갑을 열게 하는 행사다. 물론 개인적으로 약간 관심을 가질 수도 있다.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할로윈은 축제다. 1년을 기다리는.

그렇다. 세대별로 문화에 달리 반응한다. 우리만 그럴까? 인간이 사는 세상인 북한이라고 다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북한의 최근 변화를 많이 알고 있다. 자유연예, 핸드폰, 장마당 등등. 북한도 문화적으로 변화하고 있고 서서히 진화하고 있다. 그리고 세대마다 문화변동에 대한 반응은 다를 것이다. 똑같이 인간이 지지고 볶고 사는 세상이라는 전제하에.

이 관점에서 한 가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있다. 지난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의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한 막말이다. 지난 국정감사에 따르면 북한 이선권위원장이 9월 정상회담자리에서 동석하고 있던 재계총수들에게 “지금 평양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고 발언을 했다. 정색을 하고. 국감장에서 이런 발언 사실에 대해 통일부장관이 ‘대략 그렇다’는 식으로 시인했다. 손님 불러놓고 훈계하는 무례함과 뻔뻔함에 대해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체제 존속을 위한 실질적인 생명줄인 대한민국에 대해 북한은 왜 이런 몰지각한 행동을 했을까?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북한이라는 체제 특성 상 중요 정책에 있어서 독자적인 행동이 어렵기에 전략적 선택이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특히 북한이 외교를 ‘전쟁의 다른 수단’으로 여기는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 있는 해석이다. 제아무리 총애를 받는 이선권이라고 해도 정권의 사활을 건 상황에서 판을 뒤집을 수도 있는 발언을 독단적으로 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설명은 더 무게를 가진다.

하지만 또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그것은 북한의 문화로 보는 것이다. 북한이 그간 해온 외교정책은 ‘강온병행’정책이다. 온탕냉탕을 오가는 외교로 상대 혼을 빼놓는다. 게다가 자신들이 불리한 상황에서도 위협을 조장하여 판을 뒤집어 엎어왔다. 그럴수록 한국이 애가 탈 것이라고 보고. 이선권이란 인물은 그런 전통적인 북한 협상문화 속에서 산 사람이다.

시대가 바뀐다고 사람이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 습관이 무의식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서운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해석은 이선권의 ‘과잉 충성심’과 함께 윽박지르는 ‘습관’이 주제 넘는 발언을 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이다. 정작 누구 때문에 고생고생해서 평양까지 가게 되었는지는 모르고.

한반도가 변화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변화의 한 축이다. 그러나 그가 외국 유학경험이 있고 젊은 세대를 반영한다고 해도 북한 전세대의 문화가 쉽게 바뀌는 것은 아니다. 북한에도 문화적 세대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북한의 신세대 지도자와 기성세대 관료를 상대해야 하는 대한민국 외교는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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