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리의 여행칼럼> 밖으로 나가면 세계가 보인다-“유럽-아프리카의 관문” 모로코여행기(3)

2018-09-27     제임스리

 








 


제임스 리(Rhee James)
호주 사법연수과정(SAB), 시드니법대 대학원 수료
호주 GIBSONS 법무법인 컨설턴트 역임
전 KOTRA 법률전문위원
전 충남·북도, 대전광역시 외국인 투자유치 위원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고객위원
저서 ‘법을 알면 호주가 보인다’ (KOTRA 발간, 2004)
‘불법체류자’ (꿈과 비전 발간, 2017)
‘1980 화악산’ (꿈과 비전 발간, 2018)
현재 100여개국 해외여행 경험으로 공공기관 및 대학 등에서 강연



전편에 이어...

많은 사람들이 모로코의 수도로 착각할 정도로, 이미 모로코 최대의 도시이자 산업의 중심지로서 이름이 매겨진 ‘카사블랑카’이다.

‘카사블랑카’라는 어원은 스페인어로 '하얀 집'이며, 프랑스 식민지시대 때 ‘북아프리카의 유럽도시’로서 급성장했다.

‘카사블랑카’가 더욱 더 유명세를 탄 것은 ‘험프리 보카드네’와 ‘잉글리드 버그만’ 주연의 영화 ‘카사블랑카’가 공전의 대히트를 치면서부터라고 한다.

야자수가 길게 늘어선 해변을 따라가다 보니 ‘맥도날드’ 건물이 보였는데, 웬만한 식당보다 규모가 더 크고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나는 배앓이 때문에 어제 오후부터 한 끼도 먹지 못해 햄버거와 오렌지 주스를 시켜 간신히 먹은 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크다는 모로코의 아이콘이자 ‘카사블랑카’의 자존심인 ‘하산 2세 모스크’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산 2세 모스크’는 바닷가에 세워져 있는 현대적 모스크로서, 모스크 탑까지 사진 한 장으로 한꺼번에 담기에는 무리가 있을 정도의 거대한 건축물인데, 오늘따라 ‘히잡’을 쓴 현지 여성들이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하는 모습들이 많이 보였다.

나는 이 모스크에서 반나절을 보낸 후, 영화 ‘카사블랑카’속에 주요 배경으로 나왔던 ‘릭스 카페’를 물어물어 찾았다.

카페에 들어가니 내부를 고전풍으로 꾸며 당시 분위기가 그대로 묻어 나오고 있었고, 2층 한 쪽에서는 1940년대 프랑스 식민지 시대를 반영하는 영화 ‘카사블랑카’ 영화를 계속해서 틀어주었다.

이 영화 중 ‘As time goes by’ 의 주제가와 함께 ‘짙은 안개가 낀 공항에서 두 남녀가 마지막으로 이별하는 장면’, 그리고 남자 주인공의 ‘절제된 사랑’이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나 역시 이 분위기에 흠뻑 빠져 이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시키고는,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과 함께 이국땅에서의 밤을 몸으로 충분히 느꼈다.

 

여행 셋째 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카사블랑카’에서 스페인 ‘마드리드’로 가는 저가 항공편을 알아봤는데, 마침 자리가 남아있어서 부리나케 예약을 완료했다.

나는 그 동안의 여행도 정리할 겸, 숙소 바로 앞에 있는 해변으로 걸어가서 오랜만에 대서양 바닷물에 전신을 맡겼다.

특히 이번 여행에서는 그 수많은 해외여행 중 처음으로 배탈까지 나는 해프닝이 발생하는 바람에 중간에 여행을 포기할 정도로 아주 힘들었지만, 그래도 바다에 몸을 맡기니 어느 정도 힐링이 되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멀리서 볼 때에는 해변이 그림엽서 같이 멋있어 보였지만, 막상 직접 와보니 해변이 정화가 제대로 되지 않았는지 한 여름의 열기와 더불어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하수구 악취가 진동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내 자리를 털고 숙소로 돌아와 짐을 챙기고 체크아웃을 한 후, ‘모하메드 5세 공항’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잡았다.

문제는 이 택시기사가 공항 방향으로 가는 것 같지가 않고 한참을 빙빙 돌기에 “빨리 갑시다!”라고 재촉했더니, 시내 중심가에 있는 큰 주유소로 가더니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닌가!

나중에 알고 보니, 영어로 “공항으로 가자!”고 말한 내용조차도 이 택시기사가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해, 주유소에서 영어를 하는 현지인을 찾느라 약 30분 이상을 거리에서 시간을 허비했던 것이었다.

나는 주유소에서 만난 영어를 잘하는 현지인에게 “택시기사에게 목적지를 잘 설명해 달라”고 부탁했다.

택시기사는 이 사람을 통해 내 말뜻을 이해했는지, 이제야 공항 쪽을 향해 마구 질주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무사히 공항에 도착한 나는 미화 U$ 20을 택시기사에게 주니깐 그는 화를 버럭 내며, 주머니에서 미화 U$ 50을 꺼내 나에게 보여주면서 그만큼 달라는 것 같았다.

나는 몇 번이나 택시기사와 협상을 한 끝에 결국 미화 U$ 40을 주고는, 찜찜한 마음을 가진 채 공항청사 안으로 종종걸음을 재촉했다.

공항 로비에 도착하니 아랍 전통복장을 한 수 많은 여행객들이 체크인 수속을 밟고 있는 모습들을 보면서, ‘아! 내가 지금 아랍국가에 와있구나’라는 사실을 다시금 실감했다.

조그만 공항은 승객들이 서로 뒤엉켜 아수라장 상태라, 나는 공항에 도착한지 약 2시간이나 지나서야 겨우 출국심사를 마칠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은 예기치 않게 배탈이 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아 제대로 원하던 방향대로 여행을 마무리하지는 못했지만, 이는 ‘나중에 시간을 가지고 다시 모로코를 방문하라’는 뜻으로 겸허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모든 것은 ‘인샬라(신의 뜻대로)’라는 말이 새삼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