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나는 특별하지 않다

2018-09-20     이인아 기자

[법률저널=이인아 기자] 예전에 지인들과 좌우명에 대한 말을 나누던 적이 있다. 약간은 식상한 말이 오고가고 지루함을 느낄 찰나 누군가 기자의 귀를 사로잡았다.

그는 ‘몽탈’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단다. 몽탈, 그게 무엇일까. 기자는 흥미로웠다. 그는 꿈 몽에 해탈할 탈자를 써 ‘꿈에서 깨어나다’는 의미임을 알려줬다. 즉, 꿈 깨고 현실적으로 살아야한다는 풀이다.

그는 로또로 대박이 나고, 땅을 사서 부자가 되고, 유명한 교수가 돼서 이름을 알리고자 했으나, 현실은 주간에 직장에 다니고 야간에 대학원을 다니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며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다. 진지한 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몽탈의 마음가짐으로 살아” 하며 유쾌하게 웃어 보이는 그였다.

기자는 마냥 뜬구름 잡는 것보다 현실을 먼저 직시하면서 그 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능력을 끌어올리려 노력하는 것, 그것이야 말로 공감이 되는 좋은 좌우명이 아닌가 싶었다.

기자가 이런 말을 꺼내는 이유는 수험생들이 현실을 직시하면서 수험생활을 하면 조금 더 리스크가 줄지 않을까 하는 수험전문가의 생각과 기자의 생각이 같아서다.

수험생들이 처음 이론 강의를 들을 때는 ‘난 잘 될 거야’하는 자신감에 찬 눈빛으로 강의를 듣는다. 이제 공부를 시작하는 모든 수험생들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강의를 듣는 것이다. 즉 너는 아니지만 나는 특별하다는 생각인 것이다. 그래서 문제풀이도 않고 시험장에 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공부를 시작하고 3개월 정도가 지나면 생각보다 녹록지 않은 수험생활에 힘들어하고, 첫 시험을 보고 난 뒤 떨어지면 아주 큰 슬럼프를 맞게 된다. 처음 자신감에 찬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공부를 포기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하게 되는 지경이 된다.

수험생은 처음부터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임을 깨달아야 한다. 특별하지 않은 one of them이란 걸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나는 특별하다고 생각한 상태에서 시험을 치고 떨어져버리면 그 충격이 상당해 아예 공부를 접어버리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실제 공부를 잘하다가 시험 후 사라져버리는 수험생이 적지 않다는 게 수험전문가의 후문이다.

자신감을 갖고 시험을 준비했는데 떨어져버리니 초라한 자신을 보기 싫어 그냥 수험생활을 청산한 것이다. 대부분이 선발인원이 적다는 핑계로 떠난단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렇게 수험생활을 정리했으면 다른 길을 찾아 가야하는데 결국 돌고 돌아 다시 수험생활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다른 것을 하러 갔는데 막상 다른 것을 경험해 보니 그래도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가장 좋다는 걸 알고 돌아가야겠다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시험을 포기하고 다른 곳에서 일하며 돈을 벌 땐 주위에서 잘 포기했다며 격려하고 시험을 포기한 자신을 부러워했는데, 몇 년 지나고 보니 친구들은 시험에 붙어서 다니고 있고 자신은 이직, 재취업 걱정을 하고 있으니 전세가 역전돼 있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시험을 계속 두드리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단다. 몇 년이고 꾸준히 공부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포기했다가 돌아왔다가 다시 포기했다가 이런 결정을 반복한다.

공부를 하다말다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꾸준히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없다.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사람이 누구나 가지 못하는 길을 가는 것이다. 남처럼 살기 싫으면 남과 다르게 행동해야 함은 인지상정이다.

나는 특별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현실을 직시하며 공부를 시작하되, 목표가 확고하다면 합격할 때까지 꾸준히 나아가는 게 수험생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 중 하나임을 아는 게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