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7급 공채 PSAT 도입·한국사 검정 대체 환영한다

2018-08-23     법률저널

국가공무원 7급 공채 1차 필기시험에 2021년부터 국어시험 대신 공직적격성평가(PSAT)를 도입하고, 한국사는 국사편찬위원회의 한국사능력검정시험으로 대체한다. 인사혁신처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공무원임용시험령’ 개정안을 21일 입법 예고했다. 7급 공채시험 개편은 공무원시험에 떨어져도 민간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호환성을 높여, 수차례 탈락해도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이른바 ‘공시낭인’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앞서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초 ‘2017년 업무보고’를 통해 7급 공무원 공채에 PSAT을 도입하고 영어와 한국사 과목도 외부 검정시험으로 대체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이번에 입법예고를 하면서 구체화했다.

7급 공채에 도입되는 PSAT는 언어논리, 자료해석, 상황판단 등 3개 영역별로 25문항, 시험시간 60분으로 현재 민간경력자채용시험과 같다. 인사처는 시험과목 개편에 따른 수험생 편의를 고려해, 내년 하반기에 문제유형을 확정·공개하고 2020년에는 두 차례 모의평가를 할 예정이다. 인사처는 일단 2021년부터 1차 시험만 개편하고, 2차 전문과목(헌법·행정법·행정학·경제학)시험, 3차 면접시험은 그대로 치른다. 다만, 3차 면접시험에서 불합격한 수험생에 대해서는 5급 공채시험과 마찬가지로 다음해 1차 PSAT를 면제해 주는 규정을 신설해 면접 탈락자의 부담을 덜었다. 2차 전문과목의 개편이 필요한지는 인사처가 현재 추진 중인 ‘공무원 직렬·직류 개편작업’에서 들여다볼 계획이다.

우리는 본란을 통해 7급 공채에도 PSAT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터에 이번 인사처의 채용제도 개편 계획을 적극 환영하고 지지한다. 다만, 9급 공채까지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장기 과제로 남겨 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시험 과목 개편의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하루속히 9급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동안 현행 7·9급 공무원 공채의 시험과목이 시대 변화에 맞게 개편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를 도약을 위한 기회로 활용하려면 정부의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를 들이기 위해서는 채용시스템의 변화도 하루빨리 뒤따라야 한다. 현행 7·9급 공채의 시험과목은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들어간 누더기가 된 제도다. 수험생들도 현재 공채 시험이 그저 ‘시험을 위한 시험’, 단순히 더 많이 문제를 맞추는 암기 전문가를 선발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급격한 변화의 시대에 찔끔찔끔 하는 땜질식 개편은 효과를 낼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7급에 PSAT 도입은 뒤늦은 감이 있지만 개편의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종합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PSAT은 단순 암기시험 위주의 공채 시험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그 타당성 검증도 이미 받은 바 있다. 게다가 PSAT는 전체적으로 중요도와 활용도가 높게 나타나 직무수행능력과의 연계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PSAT은 암기식 과목에 비해 학원 의존도가 낮다는 점에서 학원비 등 수험생활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나아가 5·7·9급 1차 시험을 PSAT으로 통일할 경우 직급 간의 벽이 낮아져 쉽게 방향을 전환할 수 있어 수험 장기화도 막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PSAT는 삼성 GSAT와 LG 직업적합성검사, 현대자동차 HMAT 등의 적성검사나 공공기관의 직업기초능력평가와 유사하기 때문에 민간기업 취업에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1차 합격자 수 결정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 인사혁신처는 5급 공채와 마찬가지로 10배수 범위라고 밝혔다. 현재 5급 공채의 경우 7배수 수준에서 합격자가 결정되고 있다. 7급의 경우도 가능한 한 7배수 이내가 적정할 것으로 보인다. 1차 합격자 수가 지나치게 많을 경우 2차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덩달아 수험생들의 학원 의존이 높아져 경제적 부담도 더욱 늘어나게 된다. 또한 1차 합격자가 늘면서 합격의 기대감을 높여 자칫 장수생으로 전락할 여지도 커지게 된다. 그런 점에서 1차 PSAT의 문턱을 높이되 2차 전문과목의 경쟁을 낮추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이번 시험과목 개편의 취지에 부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