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PSAT 9급까지 확대, 빠를수록 좋다

2018-08-01     법률저널

김판석 인사혁신처장은 지난 24일 9급 공무원 공채 시험에도 공직적격성평가(PSAT)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혀 관련 수험생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9급 공채까지 PSAT이 도입될 경우 5급에서 9급까지 모든 공무원 시험이 지식 중심 평가에서 직무능력 중심의 선발로 일대 혁신을 가져오게 된다. PSAT 도입은 그동안 지식 과목 중심의 강의로 수험시장을 형성했던 학원가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공무원에게 필요한 자질을 갖춘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과 무관한 지식으로 응시자 절대다수를 떨어뜨리려는 ‘시험을 위한 시험’에서도 탈피할 수 있다.

김 처장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9급 시험에도 PSAT 도입에 관해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의 질의에 “(PSAT 도입을) 7급 시험은 하반기에 계획을 발표하고 9급도 방향은 그렇게 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7급 시험은 (PSAT 도입을) 하반기에 발표하면서 유예기간을 두고 준비하고, 그 과정에서 9급 시험 응시생의 반응을 그냥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응시생의 의견 등 적극적으로 여론을 수렴하면서 진행 속도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처장은 또한 “언제 도입하겠다고 말은 못 하겠지만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방향으로 하겠다”며 “7급 시험이 PSAT와 영어 검정·한국사 검정으로 가면서 9급 시험에도 영향을 미치면 민간과 공무원 시험의 호환성이 상당히 높아져 공시생들이 시험에만 매달리는 폐단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우리는 본란을 통해 9급에도 PSAT을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한 터에 이번 인사혁신처장의 입장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지지한다. 공무원 시험에서 PSAT을 도입하려는 주된 이유는 민간기업과의 취업 호환성을 높이고 민간기업 취업 전환 비용을 낮추려는 데 있다. 수십만 명에 달하는 공시생들이 공무원 시험에만 몰리면서 ‘사회적 손실’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영어, 국어, 한국사 등 암기과목에 몇 년간 매달려보지만 합격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매년 수십만 명의 젊은이들이 공무원시험에 매달리지만 98%의 수험생들이 꿈을 이루지 못한다. 그렇다고 쉽사리 민간 기업이나 공사·공단 등으로 전환할 수도 없다. 그동안 공부에 매달렸던 공무원 시험과목이 기업에서는 별 소용이 없는 탓이다. 결국 민간으로 전환할 경쟁력을 갖출 수 없게 되고, 또다시 ‘공시족’으로 빠져드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면서 엄청난 국가적·사회적 기회비용을 낳고 있는 셈이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를 들이기 위해서는 채용시스템의 변화도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지식 중심의 평가와 선발로는 급변하는 변화에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직무능력 중심의 선발로 하루빨리 개혁해야 한다. 종합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PSAT은 단순 암기시험 위주의 공채 시험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그 타당성 검증도 이미 받은 바 있다. 또 PSAT는 전체적으로 중요도와 활용도가 높게 나타나 직무수행능력과의 연계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 결과도 있다. 게다가 PSAT은 ‘국가직무능력표준’(NCS)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민간과의 호환성을 높일 수 있다.

나아가 PSAT은 암기식 과목보다 학원 의존도가 낮다는 점에서 학원비 등 수험생활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게다가 PSAT을 9급까지 확대할 경우 5·7·9급 간의 벽이 낮아져 쉽게 방향을 전환할 수 있고 수험 장기화도 막을 수 있다. PSAT은 또한 적성시험이기 때문에 암기 중심의 지식 과목보다 수험생들의 공부 부담도 줄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PSAT 도입을 확대하면서 전공과목까지 추가하는 것은 취지에 맞지 않는다. 전공과목이 꼭 필요하다면 한두 과목에 그쳐 수험부담을 줄여주는 게 바람직하다. 이제는 이해당사자들의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오로지 정부경쟁력을 견인할 유능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시험과목으로 획기적인 변화를 꾀해야 한다. PSAT 확대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