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41) - 냉정과 열정 사이

2018-07-23     정명재

정명재 원장(공무원 장원급제)

스페인이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 가우디는 어떤 일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사랑, 둘째로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수험생으로서도 느끼는 바가 많은 이야기이다. 시험을 앞두고 드는 생각들은 어떠한지를 살펴보자. 아무리 쉬워 보이는 시험이라도 떨리고 두려운 마음은 들게 된다.

때로는 시험을 포기하고 다음 기회로 넘기고 싶은 유치한 도피를 생각해내기도 한다. 실제 시험장에 가보면 많은 자리가 비어 있는 경우가 있다. 시험원서를 호기롭게 내고 공무원이 되겠다고 결심했지만 중도 포기를 하는 경우인 것이다. 내 주변에도 이러한 수험생들이 종종 있었다. 그들은 평범한 수험생이었고 처음부터 시험을 포기하려는 약한 마음을 지닌 인물들은 아니었다.

시험공부를 하면서 자신감이 없어지고 시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마음을 차지하게 된 것뿐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시험을 포기한 수험생이 시험을 봤더라면 합격했을 성적이 나오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나중에 문제를 풀어보니 자신이 아는 문제가 많더라는 것이다. 기회가 사라지는 순간임을 뒤늦게 알아봐야 소용이 없는 일이고, 용기 없는 자신을 탓할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시험공부를 하는데 있어 열정과 노력은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은 합격자들이 이러한 열정과 노력이 넘치는 사람들일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내가 만난 합격생들은 처음부터 이러한 열정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작년에 공직에 입문한 현철 군은 서울시 7급으로 생활하고 있다. 그는 소심하고 시험에 대한 걱정이 많은 수험생이었으며, 여러 해 동안 시험에 떨어졌기에 시험에 대한 공포도 많았다.

스스로를 막막한 바다에 떠다니는 미역줄거리라고 소개한 것을 보면 당시의 심정을 알 것이다.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그에게는 중요하였고 내게 늘 상담을 청하여 자신의 마음에 떨림과 공포가 있음을 알리고 해결책을 구하였다. 체력이 저하되어 정신력까지 무너진 경우인데, 현철 군은 체력이 급격히 약해지다 보니 마음까지 흔들리는 것이 문제였다. 일단 산책과 운동을 병행하게 하고 힘들면 언제든 쉬라는 조언을 하였으며, 공부는 가급적 잘 될 때 집중해서 할 것을 주문하였다.

반신반의 하며 내 말을 들었고 이렇게 공부를 많이 안 한 상태에서 시험을 보는 게 너무 두렵다고 늘 내게 투덜거리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그는 시험을 보고 왔으며 지방직 9급과 서울시 7급에 동시 합격하였다. 열정과 기술은 이렇듯 조화롭게 손을 잡고 갈 친구라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시험의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객관식 시험을 만드는 것은 교재와 기출문제를 통해 이미 현출(顯出)된 것으로 앞으로의 공부방향을 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기출문제를 본다면 공부하기가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쉬운 방법으로 생각해 낸 것이 시중에 있는 기출문제집을 한 권 구해서 그것만 보고 시험장에 가려는 수험생이 의외로 많다.

저자나 강사의 프레임을 전적으로 믿는 것이다. 물론 강사의 프레임과 강의를 듣는다면 왜 이 부분이 중요한지를 잘 알아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자신이 직접 책을 읽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남의 공부방법을 듣더라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그저 남의 공부로 남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험의 기술을 배우고 있다면 반드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시간을 가져라. 그것이 공부의 기술이고 합격의 기술이다.

시험을 보기 전과 시험을 보고 난 후, 느끼는 감정들을 모아 보자. 시험을 보기 전에는 공부할 분량을 많이 정하고 시작하기 마련이다. 모든 내용을 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시간은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갈 것이다. 얼마 뒤 시간이 많지 않음을 깨닫게 되고 공부방향을 바꾸게 된다. 일단 중요한 부분을 위주로 공부를 해서 뼈대를 잡는 노력을 할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세세한 부분을 보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시험장에 가서 시험지를 받아든다. 최근에 공부한 것도 보이지만 예전부터 공부해서 알던 문제들도 많이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시험이란 평소에 공부한 것을 묻는 것이란 걸 시험장에서 깨달은 적이 있을 것이다. 굳이 막판에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만 나오지는 않는다. 수험생들이나 강사들이 경계해야 할 것이 바로 찍기문제이다. 이 문제가 반드시 출제된다고 믿는 순간 전반적인 시야는 좁아지게 되기 마련이다. 올바른 수험생의 모습은 평소에 보던 책으로 중심을 잘 잡고 시험이 가까워지면서 버릴 것과 챙길 것을 구분해서 자료를 선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것이 시험의 기술이다.

공무원 수험가에는 다양한 사연의 수험생들이 많다. 내가 만난 수험생 상담만 2,000여 명에 이른다. 말로 모두 전하지 못할 힘든 사연들이 많았으며 오랜 기간 수험생으로 지내는 분들도 많았다. 초보 수험생의 경우 시중에 넘치는 광고에 자신을 맡기는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하며, 1년이 넘는 수험생의 경우는 실수를 줄여 다음 기회에는 꼭 합격하려는 의지와 전략을 연구해야 한다.

그리고 2년이 넘는 수험생이라면 열정과 전략이 사라지기 전에 자신의 지난 공부법을 냉철히 분석하고 컨설팅을 받을 것을 권장한다. 무턱대고 시작한 공부가 5년, 7년, 10년이 넘는 수험생들도 많다. 내가 수험생들과 상담을 하고 수험가에서 수험서를 집필하며 강의를 한 지도 4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내가 만난 수험생들은 어떠한 상담이나 조언을 받은 적도 없이 자신의 길을 걸어온 적이 많았다.

어두운 터널에 있다면 한 줄기 빛을 구해야 하고,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는 중이라면 지푸라기라도 잡을 수 있도록 살피는 노력을 해야 한다. 나를 찾았던 수험생들이 가장 많이 내게 들려준 말이 하나 있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선생님을 찾아 왔습니다.”라고. 그러나 나는 힘주어 말하고 싶다. 나는 지푸라기가 아니고 동아줄이라고 말이다. 4년을 넘는 시간의 밤을 새며 연구한 나의 자존심이라고 말이다.

'시험은 열정과 기술이 어우러진 멋진 하나의 스포츠(sports)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