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 JUSTICE] 알쏭달쏭 청탁금지법 해설- 과잉입법 우려 속에 국회를 통과한 청탁금지법

2018-07-19     정형근

 

 









정형근 교수
경희대 로스쿨 원장

※ 이 글은 법조매거진 <LAW & JUSTICE> 7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1. 문제투성이로 법사위에 상정된 법안


청탁금지법은 정무위 심사를 거친 후 법률안의 체계와 자구를 심사하는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되었다. 법사위는 2015. 2. 5. 정무위원장이 제안한 청탁금지법안을 상정한 후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를 받았다. 그 보고서는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즉, ① 부정청탁과 이해충돌 방지는 공직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필수적 요소인데, 이해충돌 방지 규정 전체가 삭제된 상태로 의결되어 법안의 완결성을 해치고 있다. 따라서 이해충돌 방지 규정도 함께 제정할 필요가 있다. ② 공직자 등의 범위를 사립학교 교원 및 언론사 종사자까지 확대한 것은 민간 영역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 위헌 소지가 있다. 그리고 다른 공공성을 띠는 민간 영역과 형평성 측면에서도 문제될 수 있다. ③ 부정청탁의 요건과 그 예외 사유의 구별이 쉽지 않다. 그 때문에 헌법상 형벌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고, 허용되는 정당한 민원과 금지되는 부정청탁의 구분이 어려워 국민의 정당한 청원권 행사나 민원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 ④ 공직자의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을 고려하지 않고 100만원을 초과한 금품 등의 수수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사적자치의 영역을 침해할 수 있다. 이는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이라 볼 수 있다. ⑤ 가족이 금품을 수수한 경우 공직자에게 신고 의무를 부여하는데, 형법에서는 친족이 범한 범인은닉죄를 처벌하지 않는 것과 모순될 수 있다. 이 같은 보고서를 보면 정무위에서 흠결 없는 법으로 만들겠다고 머리를 맞대고 토론했음에도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초래될 불안과 문제점

법사위는 2015. 3. 3. 14:32경부터 청탁금지법을 다시 심의했다. 그 날 심의를 마치고 오후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여 통과시킬 예정이었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청탁금지법의 제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여론이 강했기 때문에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었다. 국민의 강력한 여론이 국회를 움직이고 있었다. 법사위원장은, 국회의원들이 청탁금지법 적용대상자가 될 것이라서 법 제정을 피하기 위해 시간을 질질 끌고자 하는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위원들 역시 법안의 세부적인 부분에 위헌성이 있더라도 법을 제정해야 하는 것은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입법적 결단을 내릴 때라고 했다.

그렇지만 막상 정무위에서 1년 6개월 동안 심의를 거쳐 상정된 법안의 내용을 보고서는 모두들 비판적이었다. 어떤 위원은 “지금 올라와 있는 이 법은 법도 아닙니다. 그냥 이것저것 막 기워 가지고 온 누더기...”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그리고 부정청탁을 금지한 것에 대해서 “시민들이 관공서에 민원을 제기하면, 다 이 조항에 걸려서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해 볼 우려가 있다. 복지부동인 공무원들은 법이 제정되면, 민원인이 하는 말조차 부정청탁에 걸린다고 들으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언론사 기자는 공직자도 아닌데 왜 대상자로 포함시켰느냐고 다그쳤다. 그리고 이 법안과 뇌물죄 및 변호사법 위반죄와의 관계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권익위 위원장은 현직 검사가 상당히 의심스러운 돈을 받았음에도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이 나서 처벌하지 못한 경우를 규율하자는 것이 금품수수 행위를 규제하게 된 출발점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연고주의나 온정주의에 터 잡아 별 생각 없이 밥 얻어먹고 청탁하는 것이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기 때문에 그런 문화를 바꿔 공직사회 풍토를 바꾸자는 것이 법의 제정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의원들은 부정청탁의 금지규정으로 검찰의 힘이 강해져 공직자들에게 비수로 작용하게 될 것을 우려했다. 수사기관이 광범위하게 정보 수집을 하여 자의적인 법집행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불안도 제기되었다. 또한 음식점을 하는 서민이나 화훼농가 등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점도 지적됐다. 이런 점에 대해서 권익위원장은 사회에 만연된 접대문화를 끊으면 단기적으로는 타격을 받겠지만, 종국적으로는 부패관행을 없앰으로써 경제에도 좋은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며 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3. 법사위 심사에서도 제거되지 못한 위헌성 논란

법사위원장은 상정된 법안이 법치주의에 반하고 위헌성이 있음에도 여론 때문에 통과시킬 수밖에 없어 자괴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정무위에서 법 적용대상자로 사립학교가 공적기능을 한다고 추가했으면, 금융기관이나 시민단체 등도 포함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사립학교의 교직원을 포함시켰으면 비리행위가 많은 학교법인의 이사장 등의 임직원도 규제해야 할 것인지를 두고 찬반논란이 벌어졌다. 찬성의견은 유치원 교사도 포함시키는데 사립학교 재단의 이사장·이사는 제외되었다고 하면 웃기는 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반대의견은 법사위의 직무인 “법률안 체계와 자구에 대한 심사” 범위를 넘는 것이라고 했다. 치열한 논의 끝에 학교법인과 그 임직원도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언론사의 임직원을 법 적용대상자로 포함시켰으면, 부정청탁행위로 규정된 15개 유형 속에도 신문기자에 대한 부정청탁의 내용이 있어야 했다. 그런데 법안에는 이 내용이 누락되었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그러나 권익위원장은 기자에 대한 부정청탁 유형을 정해두면 취재의 자유에 대한 제약을 가할 것으로 예상되어 뺀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정무위 회의록에는 소위원장이 언론사에 대한 부정청탁 유형도 신설하라고 권익위에 요청한 내용이 나와 있다. 그럼에도 언론사에 대한 부정청탁의 유형이 신설되지 않은 채 법사위로 넘어온 것이다. 그 결과 현재 청탁금지법의 부정청탁 유형에도 언론사에 대한 기사청탁 등을 규율할 규정이 누락되어 있다. 언론의 취재·보도 등에 대한 부정청탁을 해도 규제할 조항이 없고, 설령 청탁을 들어주었다고 하더라도 처벌할 수 없는 법의 흠결상태로 있다. 앞으로 이 법을 개정할 때 기사청탁 금지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정부안으로 제출된 청탁금지법이 정무위안으로 변경되고, 이제는 법사위 수정안으로 바뀌었다. 이런 현상에 대하여 의원들은 “이처럼 널뛰기 법안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어떤 의원은 법 적용대상자가 들어갔다 나갔다 하는 충동 입법이라고 혹평했다. 세월호 참사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회에서 김영란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하여 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되었지만, 정작 그 법의 내용이 난해하고 적용대상자를 민간영역까지 포함시키는 문제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법사위 위원장은 제기되는 법안의 위헌성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하여 “법안 자체가 뒤죽박죽되어 있으니까 마음 같아서는 그냥 법안명만 통과시키고, 내용은 다음에 담고 싶다”고 했다. “청탁금지법”이라는 법률 이름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고, 그 법률의 내용은 나중에 차분히 검토하여 입법화 하고 싶다는 의미였다.

4. 본회의를 통과한 후에도 보완 필요성이 제기된 법

청탁금지법은 2015. 3. 3. 오후 드디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었다. 먼저, 정무위 간사 김기식 의원이 법률안에 관한 제안 설명을 했다. 그는 이 법이 민간인까지 적용대상자로 하고 있고,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에서 유례없는 포괄적 입법이라고 했다. 이 법으로 인하여 사회의 오랜 접대·로비 문화를 근절하고 보다 투명하고 맑은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지만, 사회에 미치는 충격은 매우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김영란법’이라 부르지 말고 19대 국회의원 전체의 이름으로 함께 만든 법으로 역사에 남기자고 했다. 이어 김용남 의원은 이 법에서 배우자의 금품수수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공직자를 처벌하도록 하는 불고지죄 조항은 형법상 친족 또는 동거가족이 범인은닉을 하더라도 처벌하지 않은 친족간의 특례와도 상충되기에 위헌소지가 있다고 했다. 따라서 임시국회 마지막 날에 서둘러 처리하기 보다는 ‘완성도 높은, 흠결 없는’ 법률안을 만들어 다음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자고 했다. 법의 시행을 공포일로부터 1년 6개월 후로 정하고 있으므로 현실적으로 준수가능성이 높은 법률을 만들어 1년 후에 시행할 수 있도록 상정된 법률안을 부결시켜 줄 것을 부탁했다. 마지막으로 안철수 의원은 부패방지에 큰 효과를 낼 김영란법의 역사적 중요성을 생각하여 허점 없는 법안을 만들기 위해서 시간을 끌기보다는 이번에 통과시키자고 했다. 국회가 깨끗하고 투명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국민에게 보여드리면 입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토론이 끝나자 국회의장 정의화는 청탁금지법을 의결에 부쳤고 재석 247인 중 찬성 226인으로 가결되었다. 국회의장은 가결된 직후 “과잉입법이라는 우려도 있기 때문에 법 시행 이전에 철저한 보완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가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청탁금지법은 국회 본회의 의결을 마친 후에까지 위헌을 염려하며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렇게 어렵사리 제정된 법은 정부로 이송되어 공포도 되기 전에 위헌시비에 휘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