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15년차 일본 로스쿨, 절반 문 닫아

2018-06-18     안혜성 기자

최근 긴키대 모집정지 선언…최대 74개교→37개교
예비시험은 역대 최다 13,746명 출원하며 승승장구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도입 15년차를 맞은 일본 법학전문대학원(법과대학원=로스쿨)에서 지원자 감소로 모집정지·폐교가 이어지며 운영을 이어가는 곳이 전성기의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반해 예비시험 지원자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요코하마국립대(横浜国立大)가 수도권 소재 국립대 최초로 모집정지를 선언한 데 이어 지난 13일에는 긴키대가 37번째 모집정지를 발표했다.

이로써 한국에 5년 앞선 2004년 도입, 최대 74개교가 운영됐던 일본 로스쿨 규모가 반토막이 났다.

일본 정부는 사법제도 개혁의 일환으로 변호사와 재판관 등 법조인 배출 규모를 대폭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로스쿨 제도를 도입했다. 매년 1,200명 가량 배출되던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3,000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은 예상과 달리 법조 수요가 늘어나지 않으면서 이어진 신규 변호사의 취업난 등의 문제를 야기하며 실패로 돌아갔다.

로스쿨 수료자의 7~80%가 사법시험에 합격할 수 있도록 한다 양질의 교육을 실시한다는 계획도 달성하지 못했다. 지난해의 경우 로스쿨 출신의 사법시험 합격률은 22.51%에 그쳤다. 로스쿨에 진학하지 않고 사법시험 응시자격을 취득한 예비시험 합격자의 72.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비싼 등록금과 시간을 투자하고도 사법시험 합격이 어려운 상황, 또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에도 취업이 어려운 현실은 로스쿨 지원자가 급감하는 원인이 됐다. 제도가 도입된 2004년 7만 2,800명에 달했던 일본 로스쿨 지원자는 4,886명의 증원이 이뤄진 2007년 이후 11년간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102명이 감소한 8,058명(중복 지원)이 지원했다.

입학생 수도 12년째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06년 5,784명을 정점으로 꾸준히 줄어든 입학생 수는 올 봄에는 1,621명까지 추락했다. 이는 전체 입학정원 2,330명의 70% 수준에 그친 규모로 학생모집을 진행한 39개의 로스쿨 중 쓰쿠바 대학(筑波大学), 히토츠바시대학(一橋大学), 메이지대학(明治大学), 고난대학(甲南大学)의 4개교만이 입학정원을 채웠다.

이에 반해 예비시험은 매년 큰 규모로 지원자가 늘며 승승장구 하고 있는 모습이다. 예비시험은 로스쿨에 진학할 수 없는 경제적 취약자나 직장인 등을 위해 마련된 우회로로 2011년에 처음으로 시행됐다. 시행 첫 해 6,447명이 지원한 후 매년 지원자가 늘면서 2014년에는 처음으로 1만명을 돌파했고 올 시험에는 지난해보다 568명이 늘어난 13,746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예비시험 합격자 수 증가와 이후 사법시험에서의 성과도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예비시험 합격자는 2011년 116명에서 2012년 219명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총 444명이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예비시험 도입 이래 가장 많은 인원이 합격하는 결과를 냈다. 같은 해 사법시험 합격자 수에서도 예비시험은 로스쿨 중 가장 많은 합격자를 낸 게이오대(慶応大)의 144명에 비해서도 2배 이상 많은 290명이 합격하는 성과를 냈다.

일각에서는 예비시험이 일본 로스쿨이 겪고 있는 위기의 원인 중 하나라고 보고 당초 도입 취지와 달리 로스쿨에 진학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한 우회로가 아니라 로스쿨에 진학할 경우 투입해야 하는 시간과 비용을 회피하기 위한 지름길로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지난해 초 일본 정부에서도 예비시험의 응시자격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으나 이후 구체화된 방안이 나오지는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