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165 / 정비사업 구역 내 건물의 가치

2018-06-15     이용훈








이용훈 감정평가사

아파트 시장이 간만에 조용하다. 하락세에 들어선 걸까, 아님 숨고르기일까. 예측이니까 언제나 틀릴 가능성은 지고 가야 한다. 그런데 아파트시장 전망은 늘 헛발 일색이다. 최근 몇 년간의 가격 폭등에 제대로 된 예견을 낸 사람은 없었다. 요즘 전망은 상당 부분 완만한 하락 쪽에 몰린 듯하다.

아파트 시장 활황세에 힘입어 서울시와 수도권 정비 사업도 활기를 띠었다. 몇 년간 지지부진했던 장위뉴타운에서는 철거와 신축이 활발하다. 반면, 아직도 지지부진한 곳 적지 않다. 용산에 있는 몇몇 구역도 그렇다. 북미회담 그리고 여권의 싹쓸이로 끝난 지방선거가 있기 며칠 전 용산구 재개발구역 안에서 건물이 붕괴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용산 5구역이다. 이 건물은 1966년생이며 이제 50을 훌쩍 넘겼다. 관련 기사를 보니, 바로 옆과 인근에서 대형건물과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었다고 한다. 지하 터파기를 위한 발파공사의 여파로 지반이 내려앉은 것 아니냐는 분석기사도 있었다. 또 정비조합이 해산되지 않은 이상 사업이 마냥 더디다고 정비구역 자체를 해제하기가 쉽지 않은 현 규정의 사각지대에, 이제 어제오늘 붕괴될 수 있는 건물이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도 보인다.

정비 사업이 잘 진행돼 거의 수명을 다한 건물이 안락사할 수 있게 된다면, 과연 어느 정도의 보상금을 손에 쥘까.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경우, 구청 허가 없이 증축한 부분은 손해를 보며, 마당 안 수목이나 담장도 가격 매길 때 열외다. 반면, 이 구역에서 탈출하는 사람은 형체가 있는 모든 것에 가격표를 붙일 수 있다. 그 중 두목은 주택 본체일 것이며, 보상금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럼 주택 가격은 어떻게 결정할까.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시행규칙 제 33조에는 건축물의 보상 평가 규정이 담겨 있다. 제 1항은 ‘건축물에 대하여는 그 구조·이용 상태·면적·내구연한·유용성 및 이전가능성 그 밖에 가격형성에 관련되는 제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평가한다.’다. 그런데, 건물을 해체해서 그 모양 그대로 옮겨가서 재축한다는 것은 실현가능성도 낮으며 무엇보다 건물 가격보다 더 든다. 그래서인지, 제 2항에서는 ‘건축물의 가격은 원가법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원가법은 비용 측면에서 이 건물의 대체원가를 추정해 평가하는 방법이다. 낡은 것은 감가수정으로, 건물 자체의 시공의 질은 재조달원가에서 반영하는데, 정리하면 현재 신생아 수준의 건물가격에서 나이 든 만큼 비율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방법이다.

그런데, 동조 2항 단서에 보면 이런 문구도 눈에 띤다. ‘다만, 주거용 건축물에 있어서는 거래사례비교법에 의하여 평가한 금액(공익사업의 시행에 따라 이주대책을 수립·실시하거나 주택입주권 등을 당해 건축물의 소유자에게 주는 경우 또는 개발제한구역안에서 이전이 허용되는 경우에 있어서의 당해 사유로 인한 가격상승분은 제외하고 평가한 금액을 말한다)이 원가법에 의하여 평가한 금액보다 큰 경우와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한 구분소유권의 대상이 되는 건물의 가격은 거래사례비교법으로 평가한다.’ 주택인 경우만 예외조항을 둔 것이다.

예외조항의 내용은 간단하다. 주택 건물을 대체원가로 평가하게 되면, 지난 번 용산 5구역에서 무너진 건물 가격을 ‘0’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그런데 ‘맛 집’이기도 한 그 집의 가격이 ‘0’원이라면 상식에 반한다. 낡았지만 여전히 기능하는 물건 중 주택은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 대해줘야 하고, 그 방안으로 건물만의 거래금액을 찾아내고 대체원가보다 크다면 큰 값으로 보상금을 해 주자는 것이다.

정비구역 안 낡은 건물 특히 주택의 보상금액은 이렇게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