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변호사의 세무대리업무 등록 갱신 신청 반려처분 취소

2018-06-14     안혜성 기자

‘세무사 자격 있는 미등록 변호사 세무대리 금지 위헌’ 결정 반영
변협 “진정한 전문가 변호사의 양질의 세무법률 서비스 받게 됐다”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2일 A 변호사의 세무대리업무 등록 갱신 신청에 대한 서울지방국세청장의 반려처분을 취소했다.

이는 지난 4월 26일 선고된 헌법재판소 결정을 반영한 것으로 A 변호사는 2008년 10월 세무대리업무 신규등록처분을 받고 세무대리 업무를 하던 중 서울지방국세청장에게 세무대리업무등록갱신 신청을 했다가 세무대리업무등록 직권취소 처분 및 세무대리업무 등록 갱신 신청 반려처분을 받았다.

A 변호사는 서울행정법원에 반려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세무사 자격시험에 합격하여 세무사 자격이 있는 자가 세무대리를 시작하려면 기획재정부에 비치하는 세무사등록부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등록해야 한다’고 규정한 세무사법 제6조 제1항 및 ‘제6조에 따른 등록을 한 자가 아니면 세무대리를 할 수 없다. 다만 변호사법 제3조에 따라 변호사의 직무로서 행하는 경우와 제20조의2제1항(회계사의 세무대리)에 따라 등록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제20조 제1항을 이유로 청구가 기각됐다.

즉,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부여한 구 세무사법에 의해 세무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지만 세무사 등록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세무사로 등록하지 않은 경우 세무사 업무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현행 세무사법의 적용을 받아 세무사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 것.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해당 세무사법 규정의 위헌 여부를 묻는 위헌법률제청신청을 했고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재판과 6대 3의 의견으로 2019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잠정 적용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 다수 의견은 세무대리의 전문성 확보 등의 입법목적은 인정하면서도 “세법 및 관련 법령에 대한 해석·적용에 있어서는 일반 세무사나 공인회계사보다 법률사무 전반을 취급·처리하는 법률 전문직인 변호사에게 오히려 그 전문성과 능력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은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로 하여금 세무대리를 일체 할 수 없도록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므로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침해의 최소성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다수의견은 “심판대상조항은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에 대해 세무사로서의 세무대리를 일체 할 수 없도록 전면 금지하는 것으로 세무사 자격 부여의 의미를 상실시키는 것일 뿐 아니라 세무사 자격에 기한 직업선택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가 세무사, 공인회계사, 변호사 중 자신이 필요로 하는 세무대리업무에 가장 적합한 자격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세무대리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에 보다 부합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또 “세무사로서 세무대리를 일체 할 수 없게 됨으로써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가 받게 되는 불이익이 심판대상조항으로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경미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법익균형성도 갖추지 못했다”고 봤다.

이에 반해 합헌 의견을 제시한 3인의 헌법재판관은 “변호사에게 다른 자격을 부여할 것인지 여부 및 어느 정도의 업무 수행 권한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는 입법자가 결정할 사안”이라며 “세무대리업무 중 세무조정업무와 같이 세무관청과 관련된 실무적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문적 회계지식이 필요한데 자격취득에 필요한 시험의 과목 등을 고려할 때 세무관청과 관련된 실무적 업무에 관해 변호사가 세무사와 동일한 수준의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본 입법자의 판단은 수긍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세법을 교육받은 변호사에게 세무사와 같은 업무 권한을 주는 방안 등은 세무사 자격시험과 같은 정도의 운영의 투명성이나 결과의 정합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달리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을 상정하기 어렵다”며 침해의 최소성 원칙도 갖췄다고 판단했다.

법익균형성과 관련해서는 “변호사로서 하는 업무 수행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고 세무사의 세무대리 영역 업무만 수행하지 못하는 불이익이 부실한 세무대리를 방지하고 납세자에게 적정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공익보다 크다고 볼 수 없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다수 의견의 경우도 변호사의 세무사 업무 일부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다수 의견은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은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의 세무대리를 제한하는 것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들로 하여금 세무사로서 세무대리를 일체 할 수 없도록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는 데 있고 이들에게 허용할 세무대리의 범위, 대리 권한을 부여하기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절차와 내용은 입법자가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잠정적용 결정을 내린 사유를 설명했다.

서울고법의 이번 반려처분 취소 판결은 위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근거로 내려진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는 14일 “이번 판결로 국민들은 진정한 전문가인 변호사로부터 양질의 세무법률 서비스를 받게 됐고 선택권을 가지게 됐다”며 “대한변협은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에 대해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한 관련 법조항의 위헌성을 계속 지적해 왔는바 관련 법조항이 위헌임을 확인한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그 취지에 따른 고등법원의 판단은 지극히 타당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어 “대한변협은 앞으로도 변호사로부터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받을 국민의 권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법과 제도의 개선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