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장관님, 변호사시험 ‘5탈’ 폐지해 주세요”

2018-06-13     이성진 기자

5탈모임, 충남대 방문 박상기장관에 ‘5탈’폐지 호소
“사교육 못 듣는 흙수저 인권유리...직업자유 침해”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변호사시험에는 소위 ‘5탈’(5진아웃) 제도가 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과 동시에 ‘5년 내 5회 응시’만 허용되고 그 연한을 넘기면 더 이상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는 변호사시험법 제7조 규정이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합헌으로 판단한 바 있다.

특히 ‘5탈’은 ‘더 이상’이 아닌 ‘영구적’으로 응시할 수 없다. 즉 5탈 과정 중 또는 5탈 이후 또 다시 로스쿨에 입학해 졸업하더라도 첫 번째 로스쿨 졸업시점이 응시제한의 기준이 된다는 것이 법무부 유권해석일 뿐만 아니라 헌재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5탈이 적용된 로스쿨 기수는 1, 2, 3기다. 하지만 정확하게 ‘5탈’ 해당자가 몇 명인지 법무부가 공개하지 않고 있다. 5탈자 모임에 따르면 법무부는 200명으로 합산하고 있지만 이들은 600명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자는 현재까지 5번 모두를 응시한 기준이지만 후자는 지레 포기한 인원까지 포함한 포괄적 인원이다. 앞으로 매년 400명가량이 ‘5탈’이 양산될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급기야 5탈자 일부가 ‘평생응시금지자대책위원회’(이하 평대위)를 결성, 제도의 위헌성과 개선을 알리고 나섰다.

“암 판정을 받았지만, 응시금지제 때문에 암 수술 후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무리하게 수험생활 중입니다” “질병 혹은 임신과 출산으로 시험을 보지도 못했는데 졸업 후 5년을 도과한 졸업생들,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경제적 약자들이 평생응시금지제의 최대 피해자입니다”

지난 11일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방문한 박상기 법무부장관에게 호소한 이들의 주장 요지다.

로스쿨의 주무부처는 교육부지만 변호사시험은 법무부 소관이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로스쿨 도입 10주년과 변호사시험 시행 7회를 맞아 로스쿨의 안정적 정착과 변호사시험의 제도개선 등을 위해 교육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전국 로스쿨을 순회 중이다.

이화여대, 경희대, 한양대 로스쿨에 이어 지난 11일에는 충남대 로스쿨을 방문한 자리였다. 평대위 회원들은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의 문제점을 박 장관에게 직접 전달하기 위해 이 곳을 찾았다. 5탈자 A씨는 “최근 각종 간담회에서도, 지난 로스쿨 도입 10주년 기념행사에서도 5탈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언급조차 없었다”며 “특히 민원을 제기하면 법무부는 ‘헌재 판례를 읽어보라’는 답변만 되돌아 왔다. 절박함에 우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이날 현장을 방문한 것”이라고 전했다.

평대위 회원들은 박 장관 앞에서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조항의 문제점에 대하여 시위하는 한편, 제도의 부당함을 간략하게 정리한 서면과 손편지를 박 장관에게 직접 전달했다.

이들은 각각 ‘암진단 종양수술 했는데 평생응시금지 말이 되냐’, ‘세계 유일 평생응시금지제도, 법조기득권 특권도 세계제일’, ‘내년 평생응시금지자 천명 돌파, 사회적 비용낭비 천억 웬말이냐’, ‘직업자유 침해, 흙수저 인권유린, 장관님 우리 얘기도 들어 주세요’, ‘자격시험이라더니 알고 보니 선발시험, 사교육 힘든 흙수저 오탈제로 걸러내니 누굴 위한 제도인가’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박 장관을 맞이했다.

특히 충남대를 나서려는 박 장관에게 다가가 “변호사시험 응시기회의 영구박탈은 전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제도”라고 외쳤고 박 장관은 회원들이 준비해온 자료를 전달받은 뒤 자리를 떠났다.

이후 평대위 회원들은 차순길 법조인력과장 등과 평생응시금지 대상자들의 고통과 제도적 문제점, 법무부의 입장에 대해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회원들은 평생응시금지조항의 위헌성을 따졌다. 또 사법시험 시행 당시의 응시횟수제한은 일시적 제한에 불과했지만 위헌성 우려 때문에 폐지된 반면에 변호사시험에서의 응시제한은 평생 응시금지라는 점에서 전자와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위헌성이 크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무부처인 법무부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평대위 회원 B씨는 “여러가지로 어려운 상황에서 힘겹게 공부하다가 마지막 시험에 탈락한 안타까운 사연들이 한둘이 아니다. 특히 특별전형으로 입학한 학우들의 합격률이 극히 낮다는 것만 봐도 이 제도가 ‘사다리 걷어차기’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법무부는 이런 사정을 모두 감안해 평생응시금지조항 폐지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차순길 법조인력과장은 “법무부에서 제도를 바꿀 수는 없다”며 난색을 표하면서도 “여러차례 민원을 받아 내용의 심각성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관련 내용을 장관님께 전달해 드리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평대위는 교육부, 국가인권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여성가족부 등 관련 행정부처 및 정부기관에 민원을 제기 중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최종 판단은 소관부처인 법무부에서 할 사항”이라는 회신만 되풀이 되고 이에 대해 법무부는 미온적이라는 것이다.

평대위는 “국회사무처나 법원행정처의 경우 직접 시험을 담당하는 조직은 5명 안팎의 계(係) 수준이지만 법무부 법조인력과는 총 23명이 근무하는, 다른 부처의 담당부서에 비해 월등히 큰 규모”라며 “사법시험이 폐지된 후 법조인력과의 주된 분장사무는 변호사시험의 시행 및 제도 개선 등의 업무를 하는 법조인력과가 변호사시험의 제도개선 업무를 게을리 한다면 존재이유가 없을 뿐더러 로스쿨 및 변호사시험의 제도개선 소관부처를 교육부로 바꾸고 일원화하는 것이 맞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평대위 회원들은 “교육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경청할 것”이라는 박상기 법무부장관의 행보와 이번 항의방문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만약 변호사시험법 제7조 폐지에 대해 법무부가 미온적일 경우 헌법소원, 1인 시위, 대규모 집회 등으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평대위 C씨는 “5탈제도가 존재한다는 것에 주변의 지인들도 충격을 받는 모습”이라며 “저와 같은 처지에 있는 더 많은 오탈자들과 함께 우리의 어려움과 억울함을 알려서 변호사시험법 제7조가 폐지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