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로스쿨 입학생 12년째 감소…역대 최저치 갱신

2018-05-26     안혜성 기자

선발 진행 4개교 감소로 정원충족률은 소폭 상승
日정부, 로스쿨 교육 기간 단축 등 부담 완화 추진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일본 로스쿨 입학생 수가 12년째 감소를 이어가며 역대 최저치를 갱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일본 문부과학성의 발표에 따르면 올 봄 로스쿨에 입학한 인원은 총 1,621명으로 전체 입학정원 2,330명(지난해 2,566명)의 70% 수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입학생 수가 지난해보다 83명이 줄었지만 학생을 모집한 로스쿨이 지난해 43개교에서 39개교로 줄어든 결과 정원 충족률(지난해 66.41%)은 소폭 상승했다.

일본 로스쿨 입학생 수는 지난 2006년 5,784명을 정점으로 꾸준히 감소세를 이어왔다. 2018학년도 입학자는 국립 817명, 공립 42명, 사립 762명으로 도입 이래 가장 적은 규모를 나타냈다.

학생 모집을 진행한 39개교 중 입학생 수가 가장 많았던 곳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도쿄대(東京大)가 차지했다. 올 봄 도쿄대 로스쿨에는 전년대비 3명이 늘어난 213명의 신입생이 입학했다.

입학정원을 모두 채운 곳은 쓰쿠바 대학(筑波大学), 히토츠바시대학(一橋大学), 메이지대학(明治大学), 고난대학(甲南大学)의 4개교 뿐이었다.

지원자 규모 자체도 줄어들었다. 이번 입시에 지원한 인원은 지난해에 비해 102명이 줄어든 8,058명(중복지원)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4년 제도 도입 시 7만 2,800명에 달했던 일본 로스쿨 지원자는 2007년 4,886명의 증원이 이뤄진 이후 11년간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다.

일본은 한국보다 5년 앞서 2004년 로스쿨 제도를 도입했다. 도입 초기에는 최대 74개에 달하는 로스쿨이 개원했으나 당초 계획과 달리 사법시험 합격률이 낮게 형성되면서 2년(법학전공자)에서 3년이라는 시간과 비싼 등록금을 투자하고도 합격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또 어렵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고 하더라도 취업이 어려운 문제가 더해지며 로스쿨 지원자가 급감했고, 이는 로스쿨의 정원미달 사태로 이어지며 도입 당시의 절반에 가까운 로스쿨이 모집정지 또는 폐지를 하는 결과가 발생했다.

이에 반해 로스쿨에 진학하지 않아도 사법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예비시험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올해 치러지는 예비시험에 지원한 인원은 전년대비 568명이 증가한 13,746명이다.

예비시험은 저조한 합격률(지난해 4.13%)에도 불구하고 로스쿨에 진학할 때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에 비해 부담이 적다는 이유로 매년 지원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아울러 로스쿨에 진학해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들에 비해 예비시험 출신의 실력이 더 우수하다는 인식도 예비시험의 인기를 높이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평이다. 실제로 지난해 사법시험 합격자 1,543명 중 290명이 예비시험 출신으로 합격률은 로스쿨 출신의 22.51%의 세배가 넘는 72.5%에 달했다.

한편 로스쿨의 도태와 예비시험의 인기는 일본 정부에 사법개혁의 실패라는 위기감을 자아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마이니치 신문은 일본 정부가 로스쿨 진학과 관련해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법조교육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월 법학부 진학자가 학부를 3년만에 마치고 로스쿨에 진학해 2년 과정을 수료하면 사법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조코스의 신설 방안이 중앙교육심의회의 특별위원회에 제시됐다. 현행 제도하에서 로스쿨에 진학해 사법시험 응시자격을 얻는 데 소요되는 최단 기간이 학부 4년, 로스쿨의 (법학)기수자 코스 2년 등 총 6년이 소요되는 것을 1년 단축하는 방안이다.

이에 호응해 ‘법조양성제도에 관한 여당검토회’는 지난달 법조코스 도입을 위한 학교교육법 개정과 함께 우수한 로스쿨생의 경우 재학 중에 예비시험을 치르지 않고도 사법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포함하는 긴급시책을 내놨다. 또 법무성과 문과성, 최고재판소는 현재 로스쿨이 없는 대학에서도 법조코스를 신설할 수 있도록 하고 지방의 학생을 배려하는 방항으로 관련 법을 개정하기 위한 구체적인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스쿨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다양한 시도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