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리의 여행칼럼> 밖으로 나가면 세계가 보인다-“아랍, 아프리카, 프랑스를 동시에 담다” 튀니지 여행기④

2018-05-02     제임스리

 

 

 

 

 

 

 

제임스 리(Rhee James)
호주 사법연수과정(SAB), 시드니법대 대학원 수료
호주 GIBSONS 법무법인 컨설턴트 역임
전 KOTRA 법률전문위원
전 충남·북도, 대전광역시 외국인 투자유치 위원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고객위원
저서 ‘법을 알면 호주가 보인다’ (KOTRA 발간, 2004)
‘불법체류자’ (꿈과 비전 발간, 2017)
현재 100여개국 해외여행 경험으로 공공기관 및 대학 등에서 강연

 

전편에 이어...

여행 넷째 날

오늘 오전, 나는 ‘사막 낙타투어’에 합류하기 위해 9시까지 약속장소인 ‘20 Mars Hotel’에 8시 반쯤에 도착했다. 그런데 10시가 지나도록 픽업을 하지 않아 호텔 매니저에게 컴플레인을 했더니, 약 2시간 후 여행사직원이 와서 낙타투어를 할 수 있는 근처 모래사막 입구에 데려다 주었다.

수 년 전 모로코 여행 시에도 이미 계획된 여행일정 때문에 실행하지 못했던 ‘사하라사막 낙타투어’가 못내 아쉬웠던 터라, ‘드디어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끝없이 펼쳐진 사막에서 낙타를 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몹시 설렜다.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낙타 두 마리가 무릎을 꿇은 채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막상 낙타를 탈 손님은 달랑 나 혼자였다. 비록 손님은 나 혼자였지만, 낙타는 두 마리가 한 조로 같이 이동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앞에서 내가 탄 낙타를 인도하는 ‘베르베르 원주민’, 낙타 두 마리 그리고 나 이렇게 그 넓은 사막을 터벅터벅 가로질러 가니, 끝이 보이지 않는 모래사막의 고요함이 엄습해 왔다.

처음 낙타를 타보는 나로서는 수 년 전 호주에서 말을 탔을 때 느꼈던 것처럼, 거의 매달리다시피 가면서 낙타 등 위에서 진땀을 흘리며 2시간 이상을 갔다.

이미 허리도 욱신욱신 아파오고, 허벅지와 정강이 안쪽은 낙타의 들쭉날쭉한 왕복운동으로 인해 벌써 일부 피부가 벗겨져서 쓰라렸다.

약 2 시간쯤 가니, 사막 한가운데 임시 천막휴게소가 눈에 띄었다. ‘이곳은 숙소로도 쓰이며, 1박 2일 관광 상품 신청 시 하룻밤을 사막 한 가운데에서 무수한 별을 보며 묵을 수 있는 곳’이라고 하였는데, ‘오늘은 점심식사를 이곳에서 하게 된다’고 현지인 가이드가 말해주었다.

약 30분쯤 기다렸을까…현지인 가이드가 대령한 음식은 튀니지 스타일의 소스에 마카로니 국수를 끓여서 나온 정체불명의 식사였지만, 이미 허기에 지친 나는 후딱 맛있게 먹어치웠다.

나는 가이드의 수고에 보답하는 의미로, 배낭에 고이 넣어 두었던 한국산 컵라면 하나를 나무젓가락과 함께 그에게 주었는데, 그가 어떻게 이것을 먹어야하는지 궁금해 하는 것 같아서, 나는 그에게 ‘컵라면 먹는 방법’을 소상히 가르쳐 주었다.

점심식사 후, 나는 시간을 내어 천막근처의 사막 여기 저기 풍경사진을 찍고는, 다시 2 시간 걸려서 왔던 길을 낙타를 타고 되돌아갔다. 내가 처음에 낙타를 타고 떠났던 출발장소에 도착하자, 또 다른 20대 외국청년이 내가 타고 왔던 낙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이곳에서 다음 목적지로 가기 위해 시내 ‘르와지 정류장’으로 서둘러 발길을 옮겼다.

이곳은 버스노선이 많지 않은 관계로, ‘두즈’-‘케빌리’-‘가베스’-‘타타윈’으로 이어지는 ‘르와지 버스’를 계속 갈아타느라 정신이 없었다. 내가 ‘베르베르 원주민 마을’인 ‘타타윈’에 도착한 것은 그로부터 약 5시간 후였다.

마침 ‘가베스’까지 오는 길에 옆자리에 앉은 20대 초의 튀니지 청년과 많은 얘기를 했다. 그는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했다’고 했는데, 영어를 매우 잘 구사하여 오랜만에 그와 많은 대화를 나누며 이곳에 올 수 있었다.

‘가베스’에서 ‘타타윈’까지 가는 버스에서 폴란드에서 온 20대 커플을 만났다. 마침 여행 이동 동선이 그들과 같아, 숙소 및 식사에 드는 모든 비용을 1/n로 부담하는 조건으로 합의한 후, 이후부터는 그들과 함께 계속해서 같이 다니게 되었다.

‘타타윈’으로 가는 길은 벌써 깜깜한 밤이었다. 버스가 비포장도로를 한참 달리던 중, 운전기사가 길 중간에 있는 'STOP사인'을 보지 못하고 급정거하는 바람에, 버스에 같이 타고 있던 한 30대 무슬림 여성에게 갑자기 쇼크가 찾아왔는지 숨이 막 넘어가면서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버스기사는 할 수 없이 차를 중간에 세웠다. 우리 모두는 그 여성승객이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걱정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버스기사는 다른 대책도 없이 하늘을 쳐다보며 ‘인샬라(신의 뜻대로!)’만 외치고 있었다.

이 깜깜한 밤에 머물 숙소도, 마실 물도 없는 갑갑한 그러한 지점이었기에, 모든 승객들은 빨리 그녀의 상황이 호전되기를 기다렸다. 약 30 분쯤 지나자 다행히도 여성승객이 정상으로 되돌아와서, 우리 모두는 다시 버스를 타고 무사히 ‘타타윈’에 도착할 수 있었다.

‘타타윈’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우선 급선무로 인근 호텔을 찾아 3 베드룸을 잡아, 버스를 같이 타고 온 폴란드 커플과 함께 3명이 숙박비를 1/n씩 내고는, 저녁을 먹기 위해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서 주문한, 매콤한 ‘하리사 소스’에 양고기 등이 듬뿍 들어간 튀니지 고유의 음식인 ‘쿠스쿠스’는 다행히도 내 입맛에 아주 잘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