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변호사시험, 그러니깐 힘내세요”

2018-04-19     이성진 기자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발표 전후가 되면 기자는 특히나 예민하고 피곤해 진다. 올해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젠 이력이 붙어서 제법 담담해 질 법한데 여전히 적응을 하지 못한 기분이라고나 할까. 그 때문인지, 매년 이맘때 합격자 발표 즈음에 문의해 왔던 수험생 및 학부모들에게 좀 더 기분 좋고 친절하게 대응해 줬으면 좋았을 것을... 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올해는 ‘힘내세요~’라는 인사말을 먼저 건넨다. 사법시험, 행정고시, 기술고시, 외무고시(외교관후보선발), 7·9급 등 각종 공무원시험, 그 외 법무사, 변리사, 노무사 등등 법률관련고등자격시험 등등 내로라는 숱한 시험에 나름 이골이 난 기자지만 솔직히 변호사시험은 벅차기만 한다. 마치 오리무중의 시험인 듯 취재도, 문의대응에도 여전히 서툴다는 느낌을 스스로 인식하게 된다.

다른 시험들은 대부분 1, 2차 시험으로 나눠진데다 가채점을 통해 자신의 성적을 산정할 수 있고 그에 따라 2차시험으로 나아갈 것인가 말 것인가, 또 2차 시험에서의 선방 여부 등을 수험생 스스로 나름 짐작할 수 있고 또 정보도 다양하고 또 절대 다수가 불합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크게 다르진 않다보니 합격자 발표 전후에 전해오는 문의는 ‘합격선이 몇 점이 될 것 같냐’ ‘불합격 했는데, 이런 경우 내년이면 합격할 가능성은 있어 보이느냐’ 등과 같은, 꽤나 전문성을 가져야만 답을 해 줄 수 있을뿐더러 또 그 답변내용도 충실할 수 있는 것들이다.

반면 7년째를 맞고 있는 변호사시험에 대한 문의는 ‘합격자 발표일이 언제인가’를 기본으로 깔고 ‘합격률은 몇 %일 것 같냐’ ‘합격률에 대한 특별한 소스 없느냐’ 등과 같은, 기자도 매우 궁금해하는, 서로가 모르는 합격률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시험들은 모두가 합격인원이 정해져 있어서 합격률이 그다지 큰 의미를 갖지 않지만 변호사시험은 딱히 정해진 합격률이 없어서다.

‘입학정원(2천명) 대비 75%이상’의 합격률만 얼추 제시돼 있기 때문이다. 응시자 대비 합격률로 전망하려면 지난 6년간의 비율을 일일이 찾아봐야 올해는 ‘어느 정도 되겠구나’를 추산할 수 있을 뿐이다. 1~2% 오차에 수십 명이 울고 웃게 하는 변호사시험의 합격률 제도. 그래서 이들 수험생들은 선배 때나 먼 후배들이나 질문은 오로지 ‘몇 % 합격률?’이 초미의 관심사가 된다.

해를 거듭할수록 불합격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보니 기수가 높아질수록 그 궁금증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명쾌한 답변을 주지 못하니 문의자들도 시큰둥하게 전화를 끊고 기자 역시 얼떨결에 수화기를 내려놓곤 했었다. 그렇다보니 ‘좀 더 친절하고 희망적인 인사말을 해 줄 걸...’이라는 후회감만 쌓였던 것이 사실이다.

제7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를 앞둔 시점에서 기자가 집요하게 또 곤란스럽게 받았던 문의 모두가 이에 대한 것이었다. 그래서 올해는 아예 ‘힘내세요~’라는 인사말을 먼저 전하려고 한다. 대다수가 합격해야 한다는 로스쿨 제도 취지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변호사시험도 명색이 ‘시험’인데 당연히 불합격자 있기 마련이고 이들은 또 다시 내년을 기약하며 하염없는 노력을 기울려야 하겠기에...

근래 들어 로스쿨 교수들로부터 빈번히 듣는 말이 있다. 수년전까지만 해도 ‘저 친구는 당연히 붙겠고 또 저 친구도 합격할거야’라고 전망하면 모두가 실제 합격을 했단다. 하지만 최근에는 ‘저 친구는 꼭 붙겠지’라고 자신했던 제자도 불합격하는 경우가 반반이라는 푸념들이다. 그러면 기자는 ‘합격률 2~3%의 예전 사법시험 때는 어떻게 견디셨어요’라며 아부를 떨며 위로하지만 ‘이젠 실전입니다’라는 교수들의 말에는 또 다른 심각성이 묻어나곤 한다.

10명 중 1명이 탈락하든, 5명이 타락하든, 9명이 탈락하든 어느 시험이든 탈락자는 있는 법이다. 기자는 ‘슬프더라도 인내하시라, 그리고 내년에 꼭 합격하시라’라는 격려와 용기를 먼저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