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수사권 조정과 체포·구속의 문제

2018-04-13     김종민











김종민 변호사 / 법무법인(유한) 동인

지난 1월 청와대가 발표한 권력기관 개혁안에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권 부여 방안이 마련된데 이어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개정안에서도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폐지하는 내용이 포함됨에 따라 체포·구속제도의 근본적인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체포와 구속은 신체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뒤따르기 때문에 수사상 필요성을 고려하더라도 ‘최후의 수단(ultima ratio)’으로 신중히 이루어져야 한다. 체포·구속제도는 피의자의 인권과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면서도 효과적 수사를 할 수 있도록 상반된 가치가 조화와 균형을 이루도록 설계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수사권조정 논의에서 검찰과 경찰 간의 권한 조정과 분배에만 관심이 집중되어 있고 향후 체포·구속제도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 언론도 무관심하지만 특히 긴급체포를 둘러싼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사법경찰관이 긴급체포를 할 경우 즉시 검사에게 보고해 승인을 받아야 하며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고 석방할 경우 즉시 검사에게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경찰이 독자적 수사권을 행사하게 되면 긴급체포 후 검사의 승인을 받을 필요도 없고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고 석방하더라도 보고할 의무가 없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변화될 긴급체포 제도가 국제인권규약과 유럽인권재판소 판례로 확립되어 있는 국제적인 체포·구속 기준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점이다. 유럽인권협약 제5조 3항은 체포된 모든 사람은 즉시 판사 또는 사법관에게 인계하여야 하다고 규정하고 유럽인권재판소도 이에 위배될 경우 협약 위반으로 판결하고 있다.

프랑스는 긴급체포와 유사한 보호유치가 있는데 원래 사법경찰관이 보호유치를 할 경우 ‘최단시간 내’에 검사에게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경찰의 보호유치가 남용되고 인권침해가 심각하다는 비판이 계속되자 2000년 유럽인권협약과 유럽인권재판소 판례 취지에 맞춰 보호유치 후 ‘즉시’ 검사에게 보고하도록 개정하였다. 실무상으로도 프랑스 경찰은 보호유치를 할 경우 즉시 전화로 검사에게 보고하고 검사는 24시간 실시간으로 지휘하며 지휘 내용은 모두 녹음된다.

효과적인 수사와 범죄자 처벌을 위해 긴급체포는 중요한 수단이다. 실무상으로도 빈번하게 활용된다. 그런데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을 이유로 긴급체포에 대한 아무런 사법통제가 이루어지지 않게 되면 심각한 인권침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수사전문가도 아닌 특별사법경찰의 긴급체포는 더욱 문제가 될 것이다.

구속제도도 문제다. 10일간의 경찰구속제도는 선진국 중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다. 문제는 이 제도가 일제가 식민통치를 위해 만들어 국민들과 독립지사의 탄압에 이용했던 대표적인 일제시대의 잔재라는 점이다. 1912년 조선형사령 제13조에서 사법경찰이 14일간 유치 또는 구류할 수 있도록 하였던 것을 1922년 개정을 통해 10일로 단축하였는데 이것이 현재 경찰구속제도의 기원이다.

일본은 1945년 패전 후 경찰구속제도를 폐지하고 48시간 체포권만 부여하고 있다. 우리는 경찰이 독자적인 영장청구권까지 행사하겠다고 하니 일제시대의 경찰로 돌아가겠다는 뜻은 아니겠지만 외국 사례나 국제인권규약과 반대로 가려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

검경수사권조정은 검찰과 경찰 간의 단순한 권한분배 차원에서 논의할 문제가 아니다. 검경 간의 힘겨루기 속에 가장 중요한 수사과정에서의 피의자 인권보호가 후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청와대는 국민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수사권조정 이후 체포·구속제도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분명한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