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변시 낭인’ 문제 조속히 해결책 마련에 나서야

2018-03-29     법률저널

 

로스쿨 졸업생이 “변호사시험의 응시기간과 응시제한을 규정한 변호사시험법 제7조 제1항에 의해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낸 헌법소원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29일 변호사시험 ‘5진 아웃’제로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없는 로스쿨 졸업생이 낸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기각 결정했다. 헌재는 “응시기회 제한은 고시낭인 폐해를 극복하고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로스쿨 도입취지를 살리기 위한 것으로 응시자 대비 합격률을 일정 비율로 유지하고 로스쿨의 교육이 끝난 때로부터 일정기간 동안만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정당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2016년에도 헌법재판소는 같은 조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변호사시험의 응시기간과 응시제한의 규정은 법을 개정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 해결의 방법이 없어 보인다. 장기간 시험 준비로 인한 인력낭비 방지라는 입법목적을 고려하면 사실상 법 개정도 어렵다. 헌재도 변호사시험에 무제한 응시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인력 낭비, 응시인원의 누적으로 인한 시험합격률의 저하 및 로스쿨의 전문적인 교육효과 소멸 등을 방지하고자 하는 공익은 청구인들의 제한되는 기본권에 비해 더욱 중대하다고 봤다.

이제는 로스쿨을 졸업하고도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없는 ‘변시 낭인’의 문제는 사회적인 논의로 접근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정부가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데는 사법시험에 매달리며 청춘을 허비하는 고시 낭인을 줄이려는 목적도 있었다. 그러나 변시 낭인으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많게는 연간 2,000만원에 이르는 등록금을 내고, 학비와 책값, 생활비 등을 합하면 3년 과정 동안 1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한 로스쿨생의 상당수가 변호사시험에 떨어진다면 이는 엄청난 사회문제다. ‘사시 낭인’에 비견할 바가 못된다.

학부 4년에 로스쿨 3년까지 마친 뒤 변호사시험까지 탈락한다면 늦은 나이에 다른 일자리를 찾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결국 오직 변호사시험 합격을 위해 학원에 의존하게 되고 로스쿨이 당초 도입 취지와 달리 ‘변호사시험’ 준비 기관으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특히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이 절반으로 떨어지면서 특성화, 전문화는커녕 로스쿨의 고시학원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낮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결국 다양한 법 분야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리고 수험 법학에만 가두게 돼 로스쿨 교육의 정상화에도 커다란 걸림돌이다.

따라서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을 높여 변시 낭인의 문제를 해결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변호사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갖추었는지 엄격하게 검증하면서도 동시에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을 높일 수 있는 묘책이 필요하다. 그동안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거친 만큼 이제 로스쿨을 포함해 신규 법조인 양성 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책 마련과 사회적 공론화가 시급한 시점이다. 당장 어떤 해결책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관계자들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단순히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늘리고 줄이는 식으로는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와 대한변협의 주장은 접점을 찾기 어려운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변시 낭인 문제는 애초에 내용적으로는 미국식 로스쿨을 도입해 놓고서 형식적으로는 사법시험과 같이 합격자 수를 제한하는 방식을 취하면서 예견된 결과였다. 변시 낭인을 줄이기 위해서는 합격률을 80%대까지 끌어올려야 하는 것은 당위다. 로스쿨에서 충실히 공부한 사람이라면 대다수 응시자가 합격하는 구조가 애초 로스쿨의 설계였다. 그러나 현재의 정원 2,000명을 두고 합격률 ‘80% 이상’까지 올리는 것은 법조계가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둘러싸고 두 단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서로 양보없이는 타협점을 찾기 힘들다. 로스쿨 통폐합으로 정원을 일정부분 감축하되 미국과 같이 절대평가를 통해 특정 점수대 이상을 취득한 응시자들에게는 자격을 부여하는 ‘자격시험’ 이라는 본래의 설립취지를 지켜나가는 것도 하나의 타협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