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160 / 보유세개편과 과세표준 3

2018-03-09     이용훈








이용훈 감정평가사

‘허니버터칩’의 열풍을 기억하는가. 2014년 말에 벌어진 일이다. 감자로 만든 과자 한 봉지 못 사서 난리였다. 주문쇄도와 공급부족 현상이 상당기간 지속됐던 ‘핫’한 과자였다. 기억을 떠올린다고 했으니 현재는 그 열풍이 가라앉았음을 전제한 것이다. 2017년 한 해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도 2014년 그 과자 열풍과 방불했다.

일반적으로 수요와 공급곡선이 만나는 지점이 권장소비자가격이 표시되는 현장이다. 경제학 이론에서 말하는 수요공급이론은 가격을 변수로 본다. 각 곡선은 그 가격에 사고 싶은 수요량, 내다 팔고 싶은 공급량을 이은 선이다. 부동산가격이나 공급량도 이 틀에서 파악할 수 있다. 일물일가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지만, 집 주인이 팔려는 가격과 집 장만하려는 사람이 사고 싶은 가격대는 노출돼 있다.

이런 논리라면, 보유세 부과의 기준이 되는 부동산의 공시가격도 시장상황을 들여다보고 단순가격 조사하는 단순 작업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있다. 기업가치나 비상장주식 가치, 상표권의 가치를 구하기 위해 그 분야 전문가가 들이는 노고까지 요구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다. 매물도 없는 물건이라면 어떨까. 매매된 것들과는 상품 상태가 크게 다르다면. 단기간 급변동해 꺼질 거품이 껴 있는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이렇게 보면, 일반적인 상품 가격을 정하는 것과 좀 다르긴 하다.

보유세개편과 과세표준에 관한 논의의 출발점에서 보유세를 현실화시키기 위한 방안 셋이 있다고 언급했다. 세율 조정 그리고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방안이 앞선 두 개의 방안이다. 이들을 조정하지 않고 혹은 이들을 조정한 것 이상으로 현실과세를 실현하려면 부동산 자체의 공시가격을 건드려야 한다. 이를 우려하는 시각이 있는 줄 안다. 보유세 현실화를 ‘재산세 폭탄’이라고 단정해 보는 언론도 있다. 부동산 공시가격이 연금과 보험료까지 연동되는 것을 알고 있다면, 치명상은 피해도 가계는 적지 않은 내상을 입을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 그렇지만 현재 공시가격은 좀 문제가 있다.

공시가격의 결정 주체는 이원화돼 있다. 공동주택,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한국감정원이 맡고 있고 공시지가는 감정평가업자가 담당한다. 부동산 유형에 따라 왜 담당자를 나눴을까. 주택과 토지는 과연 다른 종류의 부동산인가. 공시가격의 사용처에 따른 것이라는 답변도 있다. 주택공시가격은 보유세 부담액 산정에만 활용되고, 표준지공시지가는 토지의 보유세 부담액 산정뿐만 아니라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토지의 감정평가에 있어서도 활용되기 때문에 전문가가 수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 감정평가에 활용되지 않는 주택 공시가격을 결정하는 일은 덜 중요하다는 얘기인가. 전문가가 필요 없다는 말로 들린다.

공시가격의 문제점을 지적한 학위논문이 다수다. 특히 ‘형평성’은 단골 키워드다. 공시가격을 ‘시가’로 보는 사람은 없다. ‘형평성’이 없다는 것은, 각 부동산의 시장가치 수준이 다르지만 각각의 시장가치라는 잣대에서 보면 어떤 부동산의 공시가격은 더 멀리 떨어져 있고 또 다른 부동산의 공시가격은 근접해 있어 차별을 받고 있다는 말이다.

공시가격과 시장가치의 비율을 일반적으로 ‘현실화율’ 또는 ‘시가인정비율’이라고 부른다. 형평성에 대한 논의는, 이 비율이 왜 부동산마다 편차를 보이는지 의구심을 품는다. 지역마다 왜 다르게 나타나는지, 또 가격수준에 따라 상대적으로 혜택을 보는 쪽과 그 반대로 손실을 보는 쪽이 왜 생겨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것이다. 보유세의 세율은 누진적이라는데 혹 공시가격이 역진적이라면 과하게 말해 법률의 취지를 훼손하면서 보유세 과표가 정해지고 있다는 공격도 가능하다. 산정주체에 대한 불신도 있다. 매년 대충대충 하고 있지는 않느냐, 정부나 지자체의 입김을 외면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

이 모든 지적에 앞서, 공시가격을 결정하는 행위의 성격은 무엇인지, 또 공시가격은 과연 어떻게 정의되고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윗물에 생긴 문제점 때문에 파생되는 현상을 아랫물 단계에서 해결하려고 분주해봐야 실익이 있겠는가. 원론적인 얘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4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