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가야만 법조인’ 헌법재판소 재차 "합헌"

2018-02-22     안혜성 기자

6년전 결정과 동일한 이유…직업의 자유 등 침해 부정
“로스쿨 문제점 심화 자료 없어”…사시폐지도 영향 無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헌법재판소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진학해 석사학위를 취득해야만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변호사시험법 규정에 대해 또 다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22일 변호사시험법 제5조 제1항이 법과대학 재학생 및 졸업생, 비법학 전공자로서 독학사 법학학점을 취득하고 변호사시험에 응시하려는 청구인들의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

이는 지난 2012년 4월 24일 선고된 결정과 동일한 결론으로 합헌 결정에 이르게 된 이유도 같았다.

헌재는 로스쿨에 진학해 석사학위를 취득하는 것을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으로 하는 변호사시험법 제5조 제1항의 취지에 대해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전문법조인을 법률이론과 실무교육을 통해 양성하고 법학교육을 정상화하며 새로 도입된 로스쿨 제도의 목적을 변호사시험 제도와의 연계를 통해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했다.

만약 사법시험을 병행하거나 예비시험을 두는 경우 로스쿨을 도입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어렵다는 판단도 종전 결정과 동일했다.

헌재는 “사법시험 병행제도하에서는 영어대체시험제도, 법학과목이수제도 등을 통해 사법시험에 응시할 수 있어 법조인 선발·양성과정과 법과대학에서의 법학교육이 제도적으로 연계돼 있지 않다. 예비시험제도 역시 로스쿨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시험을 통해 일정한 지식을 검증받게 하는 것에 그친다. 따라서 사법시험 병행제도와 예비시험제도로써는 로스쿨의 도입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어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은 특별전형제도, 장학금제도 등을 통해 경제적 자력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로스쿨 과정을 이수할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며 침해의 최소성도 부정,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평등권 침해 여부에 대해서도 “변호사시험법이나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과한 법률은 로스쿨의 등록금과 수업료에 대해 규정하는 바가 없고 그 금액은 로스쿨을 설치한 대학이 개별적으로 정할 뿐이다. 따라서 경제력의 차이에 따른 사실상의 차별이 존재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규범적으로는 로스쿨의 석사학위라는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의 취득에 있어서의 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공무담임권 침해에 대해서는 변호사 자격을 판사·검사의 임용 조건으로 정하고 있는 것은 변호사시험법이 아니라 다른 법령에 의한 것이라는 이유로 직접성을 부정했다.

종전 결정이 내려진지 6년이 경과했고 그 사이 사법시험이 완전히 폐지됐다는 사정은 헌재의 결론을 바꿀 변수가 되지 못했다. 헌재는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로스쿨 제도의 여러 문제점들은 선례의 결정 당시부터 이미 존재한 것으로 그것이 선례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근래에 특별히 심화됐다고 볼 만한 자료나 통계를 찾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2018년부터 현실화되는 사법시험제도의 폐지라는 사정 또한 이 사건 판단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한편 합헌 결정 직후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국민모임(대표 이종배, 이하 사시존치 국민모임)은 “헌재의 로스쿨 일원화 합헌 판결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사시존치 국민모임은 “로스쿨이 10여년 시행되면서 많은 폐단이 발생하고 있으며 고액의 학비와 연령제한, 학력차별, 고졸 응시제한 등 높은 진입장벽이 존재하고 있다.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로스쿨의 본질적 문제점은 전혀 개선이 되지 않았고 앞으로 개선될 여지도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로스쿨을 운영하는 국가들이 우회로를 마련해두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사시존치 국민모임은 “시대가 공정을 원하고 있고 헌재는 법과 양심에 따라 권력의 남용을 견제하고 민심을 받들어 헌법을 수호할 책무가 있음에도 권력과 기득권 눈치를 살펴 민심과 동떨어진 시대착오적인 판결로 사법역사의 치욕을 남겼다”고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로스쿨과 우회로로서 사법시험을 병행하는 등의 방식으로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해야 하며 동시에 양 제도가 경쟁·보완하게 함으로써 수준 높은 법조인을 양성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헌재의 합헌 결정에 대한 불수용 의사를 밝힌 사시존치 국민모임은 앞으로도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활동을 이어갈 뜻을 전했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대표 권민식, 이하 사시준비생들)도 유감을 표명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권민식 대표는 이번 헌법소원의 청구인 중 1인으로 “이번 헌재 결정은 대한민국의 3권 중 사법에 있어서 현대판 음서제를 고착화 시키겠다는 판단”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이제 경제적, 연령적, 배경적, 학력적, 생계적 이유로 로스쿨에 진학할 수 없는 이들은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법조인이 된단 말인가”라는 의문을 던졌다.

헌재의 결정을 비판함과 동시에 사시준비생들은 정치권을 향해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사시준비생들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중인 사법시험 존치 법안과 예비시험 도입 법안 등 우회로 법안을 조속히 심사함으로써 로스쿨에 진학할 수 없는 이들을 보호해 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