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70년 ‘등용문’ 사법시험, 역사의 뒤안길로

2017-10-13     법률저널

우리사회의 ‘등용문’으로 불렸던 사법시험이 55명의 합격자를 두고 역사 속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다음달 3차 면접시험을 거쳐 최종 선발된 사람들은 70년 역사의 사법시험 출신의 마지막 법조인이 된다. 사법시험의 근거가 되고 있는 사법시험법은 변호사시험법 부칙 제2조, 제1조에 따라 2017년 12월 31일 폐지될 예정이다. 이해관계자간 갈등 속 8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친 끝에 올해로 사법시험은 완전히 막을 내린다. 이제 유일한 법조인 선발 통로는 법학전문대학원으로, 로스쿨 학위를 취득한 사람만이 변호사 자격을 얻어 판사, 검사가 될 수 있다.

지난 70년간 법조인 배출의 유일한 관문이었던 사법시험의 연원은 1947년 시작된 ‘조선변호사 시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0년 ‘사법관시보의 임명수습 및 고시규정’에 따라 고등고시 사법과로 출발해 16회에 걸쳐 실시됐고, 1963년 사법시험령이 공포되면서 지금의 사법시험으로 전환됐다. 2017년 마지막 제59회 사법시험까지 응시자는 총 70만 8천여 명. 이 중 2만 7백 명이 법조인의 꿈을 이뤘다. 올해 마지막 55명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사법시험의 ‘마지막 증인’이 될 전망이다.

사법시험은 출신이나 학력, 성별 등에 상관없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응시할 수 있고, 또 다른 배경 없이 오로지 점수, 즉 실력으로 평가된다는 점에서 ‘개천에서 용 난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 등의 대명사로 자리 잡아왔다. 사법시험은 한국 현대사와 궤를 같이하며 가난을 딛고, 신체적 장애를 딛고, 동시에 합격한 형제의 이야기 등의 숱한 화제의 미담들이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국민들의 마음을 적시곤 했다. 상고 출신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감옥에서 합격 소식을 들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모래시계 검사’로 불리며 얻은 인기가 큰 정치적 자산이 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역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고시 신화를 써내려간 이른바 ‘개천용’의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법률저널>도 약 20년간 사법시험 수험생들과 동고동락한 역사를 잊을 수 없다. <법률저널>이 고시언론의 불모지였던 고시가에서 최초로 창간돼 온갖 질곡과 요철에도 흔들림없이 발행될 수 있었던 것은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 준 사법시험 수험생 덕분이었다. <법률저널>이 약자인 수험생의 대변자로서 수많은 수험생들의 권익을 찾는데 함께 하고, 전문지라는 열악한 언론 지형 속에서도 존재 이유와 가치에 충실할 수 있었던 것도 열렬한 독자였던 사법시험 수험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합격한 자든 실패한 자든 모두 독자로서 교감하고 나눈 숱한 이야기들은 <법률저널> 지면에 실려 사법시험 역사의 생생한 자료가 될 것이다. <법률저널>에 실렸던 수많은 사법시험 합격수기는 훗날 지난했던 수험생활의 흔적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반면 시대의 조류에 따라 도입된 로스쿨이 어느덧 올해로 9년째를 맞으며 안착되고 있다. 로스쿨의 많은 문제점이 노정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록 짧은 시행기간이었지만 적지 않은 성과를 이룬 것도 사실이다. 특히 사회적 취약계층의 법조인 진출 등 법조인 양성의 다양성은 종전의 사법시험체제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가시적이고 의미있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획기적인 장학제도를 마련하여 경제적 취약계층과 특별전형대상자의 학비를 제공하고, 생활비 대출제도를 통해 안정적인 학업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는 것도 로스쿨 제도의 장점이다. 여기에 교원, 도서관 등 교육·연구시설, 기숙사 등 학생편의시설까지 최고수준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는 로스쿨 체제가 새로운 법조인 양성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고 보면서도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을 하루빨리 개선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다양한 경험과 배경을 지닌 법조인을 선발해 교육을 통해 양성, 배출한다는 설립 취지가 왜곡돼 운영된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2천만원 안팎의 비싼 학비 때문에 수험 준비와 학업 기간을 감당할 경제력이 없는 저소득층은 아예 입학이 어렵다는 것이다. 로스쿨이 ‘다양한 경험과 소양을 지닌 법조인 양성’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실제 다수 재학생을 보면 ‘고스펙’에 젊은 대학 졸업생이거나 주요 대학 출신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로스쿨의 문제점에 대한 개선책을 조속히 마련하고 사법시험 폐지를 반대하는 이들의 이유 있는 주장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