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법무부 ‘탈검찰화’처럼 법원행정처 ‘탈법관화’도 긴요하다

2017-09-28     법률저널

김명수 사법부 시대가 열렸다. 김명수 신임 대법원장은 1981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3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1986년에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에서 첫 근무를 시작으로, 2016년 2월부터 춘천지방법원장으로 재직한 후 지난 26일 제16대 대법원장으로 취임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앞으로 국민으로부터 진심으로 사랑받고 신뢰받는 사법부로 거듭날 수 있도록 통합과 개혁의 소명을 완수하는 데 모든 열정을 바치겠다”며 “사법부의 변화는 이제 시작되었고,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사법부 구성원 모두의 지혜와 뜻을 모아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취임 일성으로 ‘사법부의 변화가 시작됐다’고 말한 김 대법원장은 사법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김 대법원장은 또 대법관 제청권과 관련 삼권분립의 정신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대법관 제청권은 대법원장에게 주어진 만큼 대통령과 충돌이 있을 때에도 반드시 자신의 뜻을 관철하겠다고 했다. 당장 김 대법원장은 내년에만 11월까지 교체되는 6명의 대법관 후보에 대해 제청권을 행사해야 한다. 때문에 김 대법원장이 임명되면 대법원이 ‘진보 코드’ 일색으로 채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런 기류를 의식해서인지 김 대법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대법관 제청권을 독립적으로 행사하고, 대법관 후보 추천위의 논의에도 일절 개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자신의 진보적 성향에 대한 보수 진영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나아가 사법부 독립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본인의 의지를 강력히 표명하려 한 것 같지만 말만 갖고 되는 것은 아니다. 김 대법원장이 이 약속을 꼭 지켜 세간의 우려가 기우였음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법원행정처에 대한 개혁도 시급하다. 법무부의 ‘탈검찰화’가 추진되듯이 법원행정처의 ‘탈법관화’도 필요하다. 법원행정처의 주요 보직을 판사들이 꿰차고 있다.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의 배경에는 법원행정처가 엘리트 판사 위주의 운영과 인사권 독점 등으로 지나치게 관료화됐다는 비판론도 작용하고 있다. 일부 법관들은 재판 본연의 일과는 별개인 행정 업무에 몸담고 있다. 이들은 재판을 하는 법관인지, 행정을 하는 행정공무원인지 헷갈린다. 행정 업무는 개개인의 독립과 양심, 자유로운 토론 등 법관에게 필요한 자질들이 필요한 업무가 아니라 일사불란한 집행이 필요한 영역이다. 법원행정처 판사의 절반은 일반 법원공무원이나 민간의 변호사로 대체할 수 있다고 본다.

사법개혁의 핵심은 ‘사법의 독립’이다. 지난 23일 퇴임한 양승태 대법원장은 퇴임사를 통해 6년간의 대법원장 임기를 포함한 42년의 법관 생활을 돌아보며 “국가 권력의 한 축인 사법부의 행정을 총괄하는 일은 단 하루도 마음 놓을 수 없는 가시밭길이었던 것 같다”며 “오늘날 우리 사회는 상충하는 가치의 대립과 갈등이 격화돼 위험수준에 이르렀다”면서 사법부 독립 침해를 경고했다. 양 대법원장은 “정치적인 세력 등의 부당한 영향력이 침투할 틈이 조금이라도 허용되는 순간 어렵사리 이루어낸 사법부 독립은 무너지고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말 것”이라며 사법부 독립을 지켜내는 것이 중요한 사법개혁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양 대법원장은 또 “재판 결과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 다르기만 하면 극언을 마다치 않는 도를 넘은 비난이 다반사로 일고 있고 폭력에 가까운 집단적인 공격조차 빈발하고 있다”며 이를 사법부가 당면한 큰 위기이자 재판의 독립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헌법상 법관 독립의 원칙은 법관을 위한 제도가 아니고, 법관에게 특혜나 특권을 주는 것도 아니”라며 “법관독립은 궁극적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한 제도로, 법관에게는 재판의 독립을 지켜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을 따름”이라고 밝혔다. 지난 6년의 사법부 수장생활을 마감하며 밝힌 양 대법원장의 우려는 김명수 신임 대법원장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김 대법원장은 법관들이 외부세력이나 영향에서 독립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병풍’ 역할을 하는 것으로부터 사법개혁을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