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한판 뒤집기와 변호사시험

2017-07-21     이성진 기자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변호사시험 합격 후 진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학부 서열이라고 하던데, 맞나요? 학부가 법조계에선 인정받는 학교가 아니어서 고민입니다. 그래서 반수를 통해 로스쿨이라도 갈아타려고 합니다” “서울 중위권 대학 학부생인데 반수를 해서 상위권 대학으로 갈아탈까 합니다.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 취업에서도 로스쿨보다 출신 학부를 더 중시한다고 하길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 출범 이래 자주 문의를 받았던, 또 로스쿨 수험생 커뮤니티 등에서 어렵지않게 접하는 내용들이다. ‘상위권 대학을 나와서 상위권 로스쿨에 진학해야 취업시장에서도 유리하다’는 풍문들이 심상찮게 전해진다. 2천명 정원에 합격한 우수한 인재들이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심각한 고민들이 아닐 수 없다는 귀띔들이다.

현재 로스쿨간 편입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 로스쿨관련법에서는 이를 금한다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지만 25개 로스쿨간 ‘로스쿨 제도 안착’이라는 합의 하에 이를 금지하고 있을 뿐이다. 일단 로스쿨에 합격하고 보자는 전략에는 성공했지만 법조인이 된 이후의 더 좋은 입지를 굳히고자 하는 전술적인 측면에서는 꽤나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애써 합격한 로스쿨을 그만두고 다시 법학적성시험(LEET)을 응시한 후 다른 로스쿨에 지원해도 반드시 합격한다는 보장도 없는 셈이다.

그래서 택하는 방법이 반수(半修)다. 명확한 통계는 없지만 매년 반수생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상위권 대학 또는 로스쿨 타이틀을 쥐고자 하는 욕망을 탓하기에는 우리사회의 학벌구조가 너무 견고하다. 그래서 ‘뒤집기’를 시도하지만 이 또한 성공하는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한 현실이다.

‘뒤집기’의 또 한 축으로 거론되는 것이 있는데 각 로스쿨별 변호사시험의 합격률과 합격생의 성적 석차 공개다. 출신 학부, 로스쿨이라는 겉옷을 다 걷어내고 변호사시험에서 승부수를 걸자는 것이다. 로스쿨간에도 대학서열 뒤집기를 위한, 변호사시험 합격률 공개를 선호하는 곳도 있다. 반면 지방대학육성법에 따라 지역대학 출신 할당제까지 떠안아야 하는 지방로스쿨 중에서는 합격률 공개를 우려하는 곳도 있다.

이처럼 선순환이 막히니, 적은 정원과 고비용 구조로 인해 적자에 허덕이는 탓에 결원보충제를 한시적으로 운영 중임에도 반수 등으로 빠져 나가는 인원을 10% 한도 내에서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일부 로스쿨이 재정적, 교과목 편성 애로의 악순환을 겪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변호사 채용시장에서도 객관적 평가기준이 없다보니 출신학부, 출신로스쿨 등 학벌에 의지할 수 밖에 없어 답답해 한다는 것이다.

수년전 한 로스쿨 출신이 변호사시험 성적 비공개는 기본권 침해라며 헌법소원을 냈고 헌재는 그의 손을 들어줬다. 법무부는 위헌결정을 따르되 ‘원하는 경우, 변호사시험 합격 후 6개월 내에 자신의 취득 총점’만을 공개하고 있다. 현재 변호사시험 합격자 명단도 공개치 않고 있다. 개개의 인격권 보호가 목적이다. 하지만 명단을 변호사단체에도 공개를 하지 않자 서울지방변호사회가 회원등록 등의 회무에 필요하다며 공개를 청구했고 결국 법원 판결에 따라 제한된 목적 하에서 공개하고 있다. ‘뒤집기’를 꿈꾸는 로스쿨생들에게는 허점 투정이의 제도라는 오명이 따르지만 타인의 뒤집기를 싫어하는 ‘완생’의 로스쿨생들은 별로 불만이 없는 듯하다.

최근 대한변호사협회가 올해 변호사시험의 각 로스쿨 합격률을 공개할 것을 법무부에 요청했지만 거부됐다. 그래서 변협은 정보공개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사법시험 준비생 모임 대표는 변호사시험 성적석차 비공개의 근거 정보를 법무부에 청구했다. 지금까지 진행된 여럿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보공개 청구 및 행정심판에서 법무부는 ‘서열방지 및 제도안착, 정보부존재’ 등의 이유로 모두 거부했다.

이미 만들어진 대학 서열화를 로스쿨이 뒤집지 말라는 뜻인지, 그냥 적당히 공부해 변호사시험에만 붙을 일이지 더 이상의 뒤집기는 하지 말라는 것인지, 의아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

웬만한 정보를 다 공개하는 미국, 일본 등은 ‘로스쿨 제도 붕괴’ 국가인지를 법무부에 묻고 싶다. 기자가 이번 합격률 공개소송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