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무원 채용시험, 직무적성평가로 완전히 대체해야

2017-06-22     법률저널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공무원 채용방식과 시험방식 등에 대해서도 손보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공무원 채용 시험도 암기식 시험방식에서 탈피해 공직적격성평가(PSAT)로 완전히 대체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쏠리고 있다. 현행 7·9급 공무원 채용 시험의 경우 공무원 직무 능력과 동떨어진 측면이 있기 때문에 단순 암기식이 아니라 공무원 직무 적합성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공직사회가 앞장서 미래사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행정서비스를 펼칠 인재가 긴요한 시점에 현행 암기식 시험방식은 하루빨리 개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사혁신처도 공무원 수험생들의 수험부담에 따른 사회적 부담 등을 고려해 공무원 공채시험에서 직무역량평가의 적합성과 타당성을 높이는 방향을 고려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올해 초 인사혁신처는 ‘2017년 업무보고’를 통해 7급 공무원 공채에 5급과 마찬가지로 PSAT을 도입하는 등 공무원 채용제도 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암기 중심의 시험 부담을 완화하고 역량 중심의 평가를 지향하기 위해서다. 공무원 채용의 핵심요소라 할 수 있는 시험과목은 경쟁력 있는 적합한 인재의 선발을 담보할 수 있는 측정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종합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PSAT 도입은 지극히 옳고 당연하다.

문제는 9급의 시험방식이다. 지난 4월 시행된 국가직 9급 공채는 4910명 선발에 22만8368명이 지원했지만 합격률은 고작 2.2%에 불과하다. 지난 17일 9급 지방공무원 채용시험에는 전국 16개 시·도에서 총 1만315명 모집에 22만501명이 지원해 21.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4일 치르는 서울시 공무원 시험에는 1613명 선발에 13만9049명이 접수, 평균 경쟁률 86.2 대 1을 기록할 정도로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몰려들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청년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지만 청년 실업률은 역대 최악이다. ‘일자리 미스매치(miss match·일자리 부조화)’가 심각하지만 청년들이 공무원시험에만 몰리고 있다.

하지만 공무원시험에 매달린 98%의 수험생들이 쉽사리 민간 기업이나 공사·공단 등으로 전환할 수 없는 탓에 엄청난 사회적 기회비용을 낳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따른 사회적 기회비용이 연간 17조원이 넘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이 다른 직장으로 쉬 떠나지 못하는 것은 그간 공부에 매달렸던 공무원 시험 과목이 기업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보니 또 다시 취업 준비를 해야 하는 부담감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공무원 시험의 문제조차 공무원에게 필요한 자질을 갖춘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과 무관한 지식으로 응시자 절대다수를 떨어뜨리려는 ‘시험을 위한 시험’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공무원 시험 수험생들이 민간 직장으로 이동성을 높이고, 사회적 비용을 낮추려면 현행 공무원 시험의 암기식 과목을 직무능력 평가 중심인 PSAT으로 완전히 바꿔야 한다. 더욱이 청년들이 오로지 공무원 시험에만 필요한 지식을 확보하는데 매몰돼 공무원 시험 낭인으로 전락하는 구조적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선 9급에도 국가직무능력표준(NCS)과 같은 PSAT 도입이 시급하다. PSAT는 5급 공채에 도입돼 그 중요도와 활용도가 높게 나타나 직무수행능력과의 연계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또한 PSAT은 암기식 과목에 비해 학원 의존도가 낮다는 점에서 학원비 등 수험생활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게다가 PSAT을 9급까지 확대할 경우 5·7·9급 간의 벽이 낮아져 쉽게 방향을 전환할 수 있고 수험 장기화도 막을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를 도약을 위한 기회로 활용하려면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를 들이기 위해서는 채용시스템의 변화도 하루빨리 뒤따라야 한다. 이제는 이해당사자들의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오로지 정부경쟁력을 견인할 유능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시험과목으로 획기적인 변화를 꾀해야 한다. PSAT 도입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7·9급 동시에 시행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