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로스쿨에 대한 부정적 시선? ‘환부’부터 도려내야

2017-06-16     이성진 기자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안고 가서는 안 되는, 또 안고 갈 수도 없는 적폐(쌓인 폐단)는 도려내야 한다. 마치 환부를 파내듯 말이다.

로스쿨 출범 9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입시, 교육, 졸업, 취업 등에서 잡음은 여전하다. 과연 입시는 공정한지, 교육은 취지에 부합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당초 설계한 만큼의 실력이 담보된 졸업생들을 배출하고 있는지, 취업에서는 실력우선의 원칙이 적용되고 있는 등등..

그동안 로스쿨측은 교육의 자율권을 주장하면서, 또 고비용 구조에 대해서는 높은 장학금 지급률 등의 근거를 내세우며 ‘무탈’한 제도안착을 강조해 왔다. 그러면서 사법시험 또는 예비시험 등 우회로 차단에는 과민할 정도로 신속 대응했다. 로스쿨 및 변호사시험 제도에 대한 유관기관으로서의 교육부, 법무부, 대법원 또한 ‘제도적 안착’에만 급급했고 드러나는 문제점에는 지나칠 정도로 관망만 했던 것도 사실이다.

로스쿨측은 비판이 한층 거세지자 입시 개선안을 약속했다. 금년도 입시에서 정량평가를 높이고 철저한 블라인드 면접, 자기소개서 부모 등 신상 기재 금지, 로스쿨 입시 결과정보 공시 등이었다. 등록금도 15% 인하키로 했다. 따지고 보면 이같은 성과도, 로스쿨 제도라는 거대한 본류를 거부한 채 집요하게 그 치부를 파헤치며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해 온 일부 ‘독종’ 수험생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9년을 다퉈왔기에 그나마 이 정도의 결과물을 얻었는데, 이들마저 없었더라면 지금의 로스쿨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끔찍한 생각마저 든다.

지금도 도려내야 할 환부가 존재하는 듯하다. 현직 경찰이 국록을 받으며 로스쿨에 버젓이 다녔다는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모습이다. 과연 입시담당 교수들은 이같은 사실을 몰랐을까? 해당 경찰들이 정말 규정을 몰라서 로스쿨에 다닌 것일까? 법규정을 어긴 이들이 로스쿨을 나와 로클럭, 법관, 검사로 임용됐어도 법원과 검찰은 진상조사 및 처벌 대신 공소시효 등을 내세워 이들을 보호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일부 사법시험 준비생들의 추적에 의혹을 받는 로스쿨들은 소송까지 불사하고 있다. 로스쿨의 문제점을 보고 있노라면 검찰사법개혁을 떠올리게 된다. 자가 개혁이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문점이다.

우려스러운 환부는 없다고 로스쿨은 일축해 왔지만 최근 법률위반적 현직 경찰의 로스쿨 재학 사례를 보더라도 분명 환부는 드러난 셈이다. 만약 이것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 국비로 경찰대를 나와 녹봉을 받아가며 로스쿨까지 다닌 후 법원, 검찰, 또는 변호사로 진출하는 ‘화려한 스펙 소유자의 횡포’들은 꽁꽁 숨었을 것이며, 로스쿨로서는 “보라, 로스쿨을 통해 이같은 유능한 인재들이 배출되고 있다”며 홍보는 한층 끝 발을 올렸을 것이 뻔할 터다.

배가 아픈 데에는 사촌이 땅을 산 듯 시샘, 잘 모르지만 남이 그러니깐 하는 카더라통신에 막연한 배앓이 등이 있지만 그 중에는 로스쿨 제도를 바라면서 고칠 것은 고쳐나가자는 충언도 있기 마련이다.

환부를 도려내자는 데 “당신은 잘 몰라서 그렇다”며 일축할 일이 아니다. 로스쿨 교수 중에서도 환부를 솔직히 고백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현직 경찰이 로스쿨에 몰래, 또는 공개적으로 로스쿨 다닌 것에 대해, 또 이를 방조하고나 공모했다는 이유로 대학관계자들도 함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또는 업무방해죄 등으로 고발된 상태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로스쿨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2년전 감사원 감사에서 현직 경찰의 로스쿨 진학 사실이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로스쿨의 ‘환부’가 아니라고 주장하려면 현직 공무원도 로스쿨 등에 다닐 수 있도록 제도청원을 통해 법률과 규정을 개선할 일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