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생들, 文대통령에 사법시험 존치 호소 서한 전달

2017-05-25     안혜성 기자

“로스쿨 높은 진입장벽에 서민들 법조인 꿈 포기해”
사법시험 시절 3만 명에 달했던 수험생 8천 명으로↓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고시생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법시험 존치를 호소하는 서한문을 전달했다.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대표 이종배, 이하 고시생 모임)은 25일 청와대 인근의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법시험 존치를 촉구했다.

현행법상 사법시험은 올해 2차시험을 끝으로 폐지될 예정이다. 1차시험은 지난해 마지막 시험을 치렀고 올해는 시행되지 않았다. 내년부터는 로스쿨을 통해서만 법조인을 배출하게 되는 상황이다.
 

고시생 모임은 “로스쿨은 수천만 원의 등록금과 나이 제한, 학벌 차별 등 높은 진입장벽이 존재해 서민들은 로스쿨에 갈 엄두조차 낼 수 없어서 아예 법조인의 꿈을 포기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법시험으로만 법조인을 선발하던 때에는 3만여 명의 수험생이 법조인의 꿈을 꾸며 사법시험에 도전했지만 로스쿨에 지원하는 수험생은 8천여 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이같은 주장의 근거로 제시했다. 법조인을 꿈꾸던 2만 2천여 명의 수험생이 로스쿨의 높은 진입장벽 때문에 꿈을 포기한 증거라는 것.

고시생 모임은 “선거 전에 수도 없이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에게 사법시험 존치를 공약할 것을 촉구해 왔으나 ‘참여정부 때 만든 정책이라 바꿀 수 없다’거나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면 자신에게 표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법시험 존치를 거부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를 앞둔 후보 입장에서 표가 되지 않는 일을 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이제는 대통령 자리에 올랐으니 오직 국민만 보고 국정운영을 해야 한다”며 “민심은 ‘사법시험을 존치하라’는 것이고 이러한 민심을 외면한다면 결코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시생 모임은 “로스쿨 하나로만 법조인을 양성하는 것과 사법시험과 로스쿨을 병행해 법조인을 양성하는 것 중 어떤 것이 국민을 위한 제도이겠나. 사법시험이 존치돼 로스쿨과 병행하는 것이 국민에게 무조건 이득이고 압도적으로 국민들이 원하는 바”라는 의견을 보였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국정철학을 주창해왔는데 로스쿨은 기회는 불평등하고 과정은 불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지 못한 제도”라며 “사법시험을 존치해 기형적인 로스쿨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시생 모임은 “‘문재인을 찍었지만 특정 정책은 반대한다’는 민심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사법시험 폐지에 대한 것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찍었지만 사법시험 폐지에는 반대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이라며 “고시생 모임은 문재인 대통령이 사법시험 폐지 입장을 버리고 사법시험 존치에 적극 나설 것을 피맺힌 심정으로 호소한다”고 전했다.

기자회견 후 고시생 모임 이종배 대표는 청와대로 이동, 사법시험 존치를 호소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고시생 모임은 사법시험이 존치될 때까지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다.


►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사시존치 촉구 서한문 전문

문재인 대통령님,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사법시험 존치를 위하여 활동하고 있는 고시생모입니다.

새 대통령을 맞고, 많은 사람들이 새 희망을 꿈꾼 지 보름이 되어가지만, 이 축제의 분위기에서 저희만큼은 제외된 것 같습니다. 대통령님께서 저희에게는 너무나 큰 절망을 요구하시기 때문입니다.

사법시험이 사라지면 로스쿨에 못 가는 사람은 어떡합니까? 로스쿨이 아무리 개선되어도 고비용, 고학력 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 어떻게 평등한 기회라 할 수 있습니까? 고(故) 노무현 대통령님처럼 고등학교만 나오고 판사가 된 사람이 있다고 해서 사시가 있어야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은 얼마나 모순입니까? 로스쿨을 만든 사람이 로스쿨을 부정하는 것보다 그런 주장조차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준 제도를 부정하는 것이 더 큰 자기모순 아닙니까? 고(故) 노무현 대통령께서도 젊은 시절, 로스쿨만 있었다면 결사반대하시면서 강력투쟁 하셨을 것입니다. 대출을 받아 일하면서 대학 다니고 대학원을 다니며 자신만 변호사 자격증 따는 길을 강구하지 않고 구조적 해결을 위해 뛰셨을 것입니다. 대통령님께서 적폐라 부르는 진영의 정치인들도 사법시험이 없었다면 오늘의 나는 없었다며 그 제도의 고마움을 말합니다. 그런데 어째서 저희가 오랫동안 존경하고 지지했던 민주진영에서 자기모순적인 제도를 들고 나오십니까? 이것이 정말 서민을 위한 것인가요. 누구에게나 열려있던 기회가 사라지는데 어느 국민이 찬성하겠습니까? 국민들은 사법시험이 사라지는지 모릅니다. 알게 되면 많은 국민들이 실망하고 반대할 것입니다.

저희는 대통령님이 원망스럽습니다. 사시생 대표가 양화대교에 올라 목숨 건 투쟁을 할 때 가장 절박하게 찾은 분이 문대통령님이셨습니다. 왜 그렇게 외면을 하셨습니까? 대통령님 자택 앞에서 한겨울 노숙을 하며, 단식을 할 때도 어찌 그리 매정하게 찾아주시지 않으셨습니까? 식판을 대신 나르고, 아이 앞에 무릎 꿇는 대통령님의 모습을 보며 서러움이 더 깊어집니다.

저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십시오. 로스쿨 못 가는 사람들도 법조인 될 수 있는 길 만들어 주십시오. 대통령님께서 10년간 고졸출신 합격자가 3명뿐이라고 말씀하시지만, 작년 합격생의 20%는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학창시절 내내 꼴지를 하던 학생이 100명밖에 뽑지 않은 작년 시험에서 18등으로 합격해 감동을 전했습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노력하면 된다는 소박한 희망입니다.

대통령님께서 새 헌법에 담겠다고 하신 5·18정신을 두고 부상자회 김우식 회장님께서는 ‘정의를 위해 목숨도 버리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대통령님, 저희는 정의를 위해 목숨도 버릴 각오가 되어있습니다. 권영국 변호사처럼 공익을 위해 평생을 길바닥에서 헌신하는 그런 인물 되고 싶었으나 이젠 내가 변호사가 되는 것보다 사법시험을 존치시키는 것이 더 큰 정의라는 것을 느낍니다.

문대통령님의 당선을 기뻐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문대통령님의 당선으로 절망하는 이들까지 품어주십시오. 대통령님, 만나고 싶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주십시오. 공평하고 정의로운 공정사회를 위해 사법시험을 존치시켜 주십시오. 도도한 흐름을 기다리는 소극적인 대통령이 아니라, 먼저 나서서 해결하시는 적극적인 대통령이 되어주십시오.

대통령님, 부탁드립니다.

2017. 5. 25. 목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