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78) -군인간 동성애

2017-05-12     신종범

 

 

 

 

 


신종범    
법률사무소 누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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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국정농단 사태로 좌절과 분노를 겪었던 국민들은 ‘원칙이 바로 서는 정의로운 나라’,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후보를 대한민국을 이끌 새로운 수장으로 뽑았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전직 대통령의 파면으로 수 개월이나 빨리 실시된 탓에 각 후보들의 자질을 충분히 검증할 수 시간이 부족하긴 했지만, 몇 차례 생중계된 TV토론을 통해서 후보들이 갖고 있는 생각과 품성 등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새 대통령은 말을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준비가 많이 되어 있다는 것과 차분함이 느껴졌다. 토론을 잘했다는 평가를 받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선방하여 지지율을 깎아 먹지는 않았다. 다만, 노련한(?) 한 보수 후보에 말려 몇 번의 곤혹을 치러야 했다. 그 중 하나가 ‘동성애’ 관련한 내용이었다. 토론 당시 상대 후보의 “군 동성애 문제가 심각한데 동의하느냐?”, “동성애를 반대하느냐?”라는 물음에 그는 모두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그 이후 그는 성 소수자들을 차별하는 후보로 비판을 받았고,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로부터 많은 항의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나중에 밝혔듯 그는 동성애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미합의를 이유로 군대 내 동성애와 동성혼 합법화를 반대한 것이었다.

토론 당시 군에서는 군인 간 동성애 사건이 크게 문제되어 있었다. 지난 1월 남성 동성애자 전용 채팅앱에 병사와 지휘관의 성관계 동영상이 올라왔고, 군검찰은 성관계를 맺은 두 사람을 찾아내 구속했다. 이후 군 수사기관은 이들과 연락한 군인 30여명에 대한 수사를 추가적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불법적인 수사와 인권침해가 자행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던 상황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다수이고, 동성간 혼인을 인정하고 있지도 않지만, 일반인이 동성간 성행위를 했다고 처벌하거나 법적인 불이익이 가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군인간 동성애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군형법 제92조의6은 ‘추행죄’라 하여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군인간 발생한 동성애 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규정은 몇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먼저, 일반인은 이 규정의 적용대상이 아니다. 즉, 군형법은 특별한 범죄를 제외하고는 군인이나 군무원(이하 ‘군인 등’)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에 군인 등만이 군형법상 ‘추행죄’의 범죄 주체가 될 수 있고 민간인은 그 주체가 될 수 없다. 다음으로, 행위의 대상 또한 군인 등으로 제한된다. 군인이 민간인을 상대로 항문성교나 추행 행위를 하였다 하더라도 군형법상 ‘추행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 이 조항이 개정되기 전에는 행위의 대상에 제한이 없어서 군인이 민간인과 동성애적 행위를 하였을 경우에 그 군인은 ‘추행죄’로, 상대방 민간인은 ‘추행죄’의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추행죄’의 입법취지가 군내부의 건전한 공적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이른바 군대가정의 성적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근거 등을 내세워 위와 같은 경우에 ‘추행죄’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였고, 법 개정으로 군인과 민간인 간의 동성애적 행위에는 적용되지 않음이 명백해졌다. 군형법상 ‘추행죄’의 또 하나의 특징은 장소적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부대내 또는 작전이나 훈련지가 아니더라도 범죄가 성립한다. 군인이 휴가를 나가 다른 군인과 항문성교 등을 하더라도 ‘추행죄’가 성립하는 것이다. 마지막 특징은 ‘추행죄’의 위헌 여부가 가장 문제되는 것으로 상호 합의하에 이루어지는 행위까지도 처벌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군형법상 ‘추행죄’는 폭행, 협박 등 어떠한 수단도 요구하고 있지 않다. ‘추행죄’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동성애도 하나의 성적 지향이고, 이성 간 성행위를 처벌하지 않으면서 동성간 성행위만을 처벌하는 것은 차별에 해당하며, 합의에 의한 성관계에 대하여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군형법상 ‘추행죄’는 군이라는 특수한 조직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 군인 상호간의 행위에만 적용되고, 그 보호법익이 ‘개인의 성적 자유’가 아닌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사회적 법익이기 때문에 합의 여부는 문제되지 않으며, 동성들만으로 집단생활을 하여야만 하는 현실적 측면을 고려했을 때 반드시 필요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3차례에 걸친 심판에서 모두 군형법상 ‘추행죄’가 합헌임을 밝힌바 있지만, 또 다시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되어 심판이 진행 중인 상태다.

비록 당선되지는 못했지만 이번 대선 TV토론에서 한 후보는 “동성애나 성적 지향은 찬성하거나 반대할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정체성이다”라고 말했다. 그 말에 머리가 끄덕여졌다. 하지만, 이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동성애를 인정하더라도 동성혼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양성을 전제로 한 헌법 등 혼인제도 전반을 검토해야 할 문제이다. 마찬가지로 군인간 동성애적 행위의 처벌 문제도 군대의 존립 목적, 우리나라 군대의 현실, 동성애와 군기 또는 전투력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헌법재판소의 또 한번의 결정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