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 대통령, 사법시험 존치에 전향적인 모습 보여야

2017-05-11     법률저널


탄핵으로 인한 헌정 사상 초유의 조기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문 대통령은 9일 치러진 19대 대선에서 41%를 얻어 당선을 확정 지었다. 변화를 염원하는 민의(民意)의 선택은 문재인이었다. 정권교체가 이른바 상수로 작용하면서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리며 손쉽게 당선된 셈이다. 탄핵 사태의 반사 이익이지만, 정권 교체 열망을 자신에게 모으며 지난 대선의 패배를 딛고 권토중래에 성공했다. 문 대통령은 당선 소감에서 “정의가 바로 서는 나라, 원칙을 지키고 국민이 이기는 나라, 상식이 상식으로 통하는 나라다운 나라를 꼭 만들겠다. 국민만 보고 바른길로 가겠다”면서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도 섬기는 통합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위대한 대한민국, 정의로운 대한민국,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당당한 대한민국, 그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열린 취임선서식에서 취임사를 통해 “지금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다”면서 “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함께 선거를 치른 후보들을 향해 “이번 선거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 우리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함께 이끌어야 가야할 동반자”라며 “치열했던 경쟁의 순간을 뒤로 하고 함께 손을 맞잡고 전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낮은 사람, 겸손한 권력이 되어 가장 강력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첫날은 파격의 연속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현충원 참배를 마친 뒤 자유한국당 당사를 찾았다. 현직 대통령이 야당 당사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한국당부터 시작해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에도 방문했다. 특히 교섭단체가 아닌 정의당에 방문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또 청와대 춘추관에 직접 나와 새 정부와 비서실 주요 인선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취임 직후 기자회견을 한 것도 이례적인 일인데, 대통령이 인선에 대해 직접 설명하는 것도 드문 일이었다. 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됐기 때문에 정권 인수 과정 없이 곧장 대통령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것이 전례가 없다는 점을 감안해도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 앞에는 숱한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 흐트러진 국정 수습이 시급하다. 그 전제는 국민통합일 것이다. 탄핵 과정에서 촛불과 태극기로 나뉘어 대립과 반목의 골이 깊게 파였고 그 후유증도 만만찮다. 이를 치유하지 않고선 한 발짝도 나아가기 어렵다. 탄핵이라는 압도적 호재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41%에 그쳤다는 것은 지지한 사람보다 지지하지 않은 국민이 ‘열의 여섯’에 달한다는 말이다. 1987년 대선 이후 가장 낮은 지지율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통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이유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 여부는 포용의 그릇 크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칫 권력에 중독돼 내 편, 네 편을 나누고 독선과 독단에 빠지는 리더십은 나라뿐 아니라 지도자 자신까지 위험에 빠뜨린다는 사실을 우리는 목도했다.

사법시험 존치에 대해서도 그동안의 입장과 다른 좀 더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을 바란다.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밝힌 문 대통령이 사법시험 존치에 대해선 국민과 동떨어진 생각을 갖고 있다. 절대 국민의 다수는 사법시험 폐지할 것이 아니라 로스쿨과 병치해도 문제가 없다는데도 문 대통령은 그간 귀를 막고 있다. 이유가 고작 참여정부에서 로스쿨 제도를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해명이다. 다른 정부의 것은 죄다 바꿔도 되고, 참여정부의 것은 그대로 지켜야 하는 것인가? 이런 독단적인 사고야말로 우리가 진짜 청산해야 할 적폐다. 절대 다수의 국민은 언론에 비치는 정치쇼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로스쿨과 사법시험의 병행을 염원하는 민심을 거스르고,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다수 서민들의 고통을 외면하면서 ‘국민’ ‘소통’ ‘정의’ ‘상식’을 운운하는 것은 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