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서민에게 로스쿨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

2017-02-17     김주미 기자

[법률저널=김주미 기자] 교육부가 지난 15일 올해 법학전문대학원생 취약계층 장학금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기초부터 소득 2분위까지에 해당하는 학생은 등록금 전액을 지원받으며, 이에 더하여 교재비·생활비 등의 생활장학금까지 지원할 것을 교육부는 적극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해당 자료를 배포하며 그 말미에 “중간 서민 계층 자녀들이 학비 부담 없이 법전원에 진학할 수 있는 체계적인 장학 시스템을 구축했다. 중간 서민 계층에게 법전원의 문은 활짝 열려 있으므로 학비 부담 때문에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첨언했다.

얼마 전 사석에서 한 로스쿨 교수는 대학원 과정이자 전문 직업인을 양성하는 법전원에서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이 탐탁치 않다는 뜻을 내비쳤다. “법전원에 들어올 정도의 학생이면 어디 가도 자기 밥벌이는 할 수 있는 수준과 나이”라는 것이 그 근거다.

근거 자체는 사실이므로 동조했다. 이미 밥벌이를 어렵지 않게 하고 있다가 로스쿨로 오는 사람도 많지 않은가. 법전원은 대학을 졸업해야 진학할 수 있으므로 학생들의 연령대가 최소한 20대 중반이다. 또 법전원에 입학하기 충분한 정도의 각종 스펙을 갖춘 사람이라면, 보통은 다른 어딘가에도 어렵지 않게 취업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그러나 자기 밥벌이를 넘어 법전원 3년 학비에 3년의 학교 생활동안 필요한 부수적인 비용까지 온전히 스스로 부담할 수 있을 정도가 되는 2,30대 청년은 몇이나 될까. 기자는 거의 없다고 본다. 법전원은 법전원을 다닐 그 학생이 아니라 ‘그 학생의 부모님이’ 보내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다다르는 것이다.

한 후배는 로스쿨을 가겠다고 하자 부모님이 양자택일을 권유했다고 한다. 부모님께서 후배를 위해 모아둔 결혼자금이 있는데 그것을 로스쿨 학비로 쓰겠냐는 것이다. 후배는 결국 부모님이 모아주신 그 돈으로 결혼을 했다.

한 선배는 부모님과 썩 사이가 좋지 않았다. 성년이 됐는데도 부모님이 지나치게 간섭하며 자신보다 더 주도권을 쥐고 일일이 인생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 싫다는 것이다. 그런데 로스쿨을 가려면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그렇게 부모님 도움으로 법전원을 갔다간 더 큰 올무(?)에 걸리는 게 된다며, 결국 법조인의 꿈을 접는 것을 봤다.

20대 중반이면 성년이 되고서도 한참 지났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학생들도 많은 것을 생각할 때, 부모님 주도 하에 혹은 부모님과 함께여야만 진입할 수 있는 진로가 있다는 것은 무언가 우스꽝스럽다.

여기서 법전원 등록금은 대출이 된다는 것을 강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고시생은 대출이 되지 않아 스스로 일하면서 공부할 수밖에 없어 사람을 피폐하게 만들었지만, 법전원 등록금은 대출이 되니 편하게 다니고 변호사가 되어서 갚아 나가면 된다는 것이다. 가계빚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는 이 때 청년들에게 빚을 권하는 자체만으로도 무책임하게 여겨지지만, 과연 로스쿨을 나오면 그 정도의 빚을 무리없이 상환할 능력이 되는 것일까.

마통(마이너스 통장)은 뚫기가 어렵지 한 번 뚫으면 걷잡을 수 없어진다고 들었다. 가까운 한 친구는 연수원 1년차 때 마통을 뚫었는데 수료할 때쯤 빚이 3천만원이 됐다고 말해 크게 놀란 적 있다. 직업이 변호사니까 일반 직장인들보다 돈 쓸 일이 많고 소비수준도 높아져서 그러겠거니 했다.

그런데 일반 중견기업에 들어간 또 다른 친구도 어느 날 마통이 있음을 고백하며 빚이 천만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살짝 부끄러웠는지 “(내) 친구의 오빠는 5년 공부 끝에 감정평가사가 됐는데 차사고 옷사고 여자친구 사귀면서 몇 개월만에 자기만큼 빚을 졌더라며 자신은 그보다 낫다”고 이야기해 멋쩍게 웃은 적이 있다.

넉넉한 봉급을 받지 못하는 요즘의 청년들이 사회에 나와 가정을 꾸릴 준비를 하려면 빚이 아니라 모아둔 자금이 있어도 어려운 것이 요즘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여유자금 없는 사회 초년생은 단지 사회생활을 하는데만도 빚을 지는 것이다.

중간 서민 계층에게 법전원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고, 학비부담 때문에 법조인의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는 교육부의 인식에 헛웃음이 날 수밖에.